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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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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찰이 건설노조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16일 건설산업 고용구조 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공개 제안했다.

2022년 기준 국내 건설사는 무려 9만 4567개에 달하지만, 이중 근로계약을 통해 상시 고용된 건설 현장 노동자는 전무할 정도로 왜곡된 고용구조, 불법 다단계 하도급부터 손봐야 현재 정부가 문제삼고 있는 '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 사안도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재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 민주노총·법률가단체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020년 이미 정부는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건설산업의 고용구조를 바꾸겠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으나 지금껏 이행되지 않았다"라며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오는 6~7월 총파업을 통해 정부와의 공개 토론과 제도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해 "끝장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양 부위원장은 "건설 현장엔 아직도 임금 체불과 불법 다단계가 만연하고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원희룡 장관을 앞세워 건설 노동자들에 대한 도를 넘는 탄압을 한다"라며 "원 장관은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언론플레이는 그만하고, 건설노조와 토론을 하자"고 말했다.

"조합원 고용 요구가 잘못이라고요?" 국보투·경찰 조목조목한 반박한 법률가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관련 현장 방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열린 건설 현장 불법행위 관련 현장 방문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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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노동 전문 법률가들은 최근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기도 했다. 특히 국토부와 경찰이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는 ▲노조의 조합원 채용 강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월례비 수수 등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① 조합원 채용 요구

법률가들은 건설현장에서 '오야지'(팀장) 중심의 인맥을 통해 채용이 이뤄지고, 이로 인해 불투명한 중간 착취가 만연했던 종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요구해온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건설 고용시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협 등을 통해 노조가 사측에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행위는 정상적인 노조 활동일 뿐, '강요죄'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원청 건설사는 하청 전문건설업체에 단 한 차례만 하도급을 줄 수 있고 그 이후 재하도급부터는 불법인데, 그간 건설사들은 각종 노동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오야지 등에게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줘왔고, 오야지가 노동자들의 채용권한을 쥐게 되면서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됐다"라며 "이런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게 노조의 조합원 고용 요구"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2년 통계청·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 결과를 보면, 건설현장의 구직 경로는 여전히 74.9%가 팀장·반장(소위 '오야지') 등 인맥에 의존하고 있다. 노조 등에 의한 구직은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고용 형태는 계약직·일용직이 87.4%였고, 평균 근속기간은 1년 미만이 94.3%에 달해 연 평균 220일만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중 3개월여가 실업 상태인 것이다.

이윤재 실장은 "아직도 전체 건설 노동자의 74.9%가 오야지 등을 통해 취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불법 하도급이 판친다는 증거"라며 "2021년 6월 광주 학동 빌딩이 붕괴돼 주변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사망한 참사만 봐도, 당시 원청 건설사였던 현대산업개발은 평당 28만 원에 낙찰을 받았지만, 재하도급을 거치면서 중간에 돈이 떼여 실제 현장을 담당했던 하청 업체는 평당 4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고 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정상적이라면 원청 건설사가 사용자로서 건설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독일 같은 경우 80%의 건설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상용 고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독일 역시 동절기 등에 건설 현장이 줄면 노동자를 해고할 수밖에 없을 텐데, 평소에 공사비의 일정 부분을 기금으로 적립해 계절적 실업에 대응하고 있다"라며 "우리도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때가 됐다"고 했다.

김재민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장은 "노조가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고유 업무"라며 "건설노조의 고용 요구가 강요죄에 해당된다면 대립 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교섭과 협상은 협박과 강요죄에 해당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② 타워크레인 월례비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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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받아온 '월례비' 역시 사측의 잘못에서 기인한 측면이 더 크다고 봤다. 건설사들이 신호수 미비 상태에서 타워크레인 작업을 지시하는 등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산업안전보건법에 위반되는 각종 불법적 작업 지시를 해놓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월례비를 줘왔고,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초과·연장 근무를 시킨 뒤 그 대가로 지불해온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급여 외에 건설 현장에서 받는 웃돈으로, 월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다만 건설 현장의 작업은 모두 타워크레인의 자재 인양이 되고 나서야 시작되는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먼저 시작해주길 바라는 여러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급행료' 성격으로 월례비를 받아온 측면도 있다. 이 부분에서 발생한 일부의 일탈에 대해선 노조도 인정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월례비를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입장이다. 이윤재 실장은 "애초에 월례비는 건설노조가 노조 명의로 요구한 적이 없고, 주로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등에서 금액과 위약금을 결정해왔다"라며 "건설노조는 이미 지난 2018년에 월례비를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건설협회 등에 보낸 바 있다"고 했다.

권두섭 변호사는 음성적인 월례비를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선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를 직접 고용하고, 노동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현재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실제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할 때는 모든 작업 지시를 원청 등 건설사들로부터 받는다"라며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초과·휴일 노동을 시키려면 합법적으로 시키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③ 경찰의 과잉 수사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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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은 최근 경찰의 건설노조 수사가 고소 내용까지 미리 작성한 뒤 인적 사항만 추가하게 할 정도로 과도하다고도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노조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이 건설업체들에게 고소를 사주하는 수준으로 일정한 내용으로 진술을 유도하고, 심지어 경찰 당국이 진술 내용을 적은 뒤 서명만 받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라며 "전혀 통상적이지 않고,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관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날도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 간부 5명을 업무방해,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이어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1계급 특진 포상까지 걸고 건설노조 200일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전국에 건설노조만 50여 개가 있는데, 이중 민주노총 산하는 단 1개일 뿐"이라며 "정부나 언론에서 상급단체가 없는 여러 건설노조들의 비위까지 마치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의 비위인 것처럼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원희룡#윤석열#건설노조#경찰#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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