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BC 박성제 사장(자료사진).
MBC 박성제 사장(자료사진). ⓒ MBC

MBC 차기 사장 최종후보자를 선정하는 시민평가단 투표에서 박성제 현 MBC 사장이 탈락하면서 MBC 내부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예상 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초 MBC 안팎에서는 경쟁자였던 안형준·허태정 후보의 인지도가 높지 않고 박성제 사장의 임기 중 경영성과가 나쁘지 않아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시민평가단은 다른 선택을 내렸다.

이같은 '이변'에 대해 MBC 내부 구성원의 입장이 배제된 채 진행된 현 사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각에선 MBC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사장 후보 시민평가단 회의'를 열고 최종 후보 2인을 뽑았다. 총 13명의 사장 공모 신청자 중 1차 관문을 통과한 후보 3인의 정책토론회가 이어졌고, 이후 156명의 시민평가단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결과 안형준(메가MBC추진단 부장), 허태정(MBC 콘텐츠협력센터 국장)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MBC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번 사장단 면접을 위해 여론조사기관인 엠브레인을 통해 시민평가단 156명을 선발했다. 시민평가단은 지역과 나이, 성별 기준을 적용해 균등 선발했으며, 정치적 성향이나 선호 정당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박성제 사장 탈락에 대해 MBC 내부 구성원들은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박 사장이 부임하면서 MBC가 3년 연속 흑자를 내는 등 경영 성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무난한 연임을 점친 구성원들도 많았다. 그런데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한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MBC 구성원 A씨는 "박 사장이 최종 사장 후보까지는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예상했던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MBC 구성원 B씨도 "MBC가 박 사장 취임 이후 흑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적인 측면에서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면서 "최종 사장 후보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예상 밖의 결과"라고 말했다.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 박성제 사장 연임 좌절

이번에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투표 절차와 방식 등이 후보들의 경쟁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평가단 제도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절차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가 공개한 설문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6.2%가 '내부 구성원 평가가 없는 사장 선임 절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시민평가단이 사장 후보를 몇 시간의 토론만 보고 결정하게 한 것도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구성원 C씨는 "당일 토론회를 거쳐 시민평가단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형태로 진행이 됐는데, 몇 시간 정도의 논의로 (제대로 된 후보 평가가) 가능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호 후보를 고르는 형태가 아니라 각 후보에 대한 점수 평가를 하고 (시민 평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의견도 담았어야 하는데, 이번 선임 절차는 그런 것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시민평가단 1명이 3인의 후보 중 2인을 선택하는 투표 방식도 특정 후보에게 불리했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C씨는 "2인 투표제는 선호하는 후보 2명을 고르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것이 아닌, 가장 반대하는 후보 1명을 떨어뜨리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후보가 3인일 경우 ㄱ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도 이들이 한 명의 후보를 더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ㄴ과 ㄷ후보에게 1표를 던져야 하지만, ㄱ후보를 떨어뜨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ㄴ과 ㄷ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되기 때문에 최종 표를 합산해 보면 ㄴ과 ㄷ후보가 ㄱ후보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박성제 때리기 성공?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탈락한 박성제 MBC 사장도 다소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제 부족함을 인정한다. 처음 도입된 시민평가단의 운영방식을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라 제도를 탓하지 않겠다"면서도 "'박성제는 탈세·횡령·배임·노동법 위반·부실 경영 등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며 온갖 가짜뉴스로 제 명예를 훼손한 몇몇 (여당) 의원님의 작전은 성공한 듯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가 과정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 보고 그 황당한 거짓 주장에 영향받은 시민평가단 분들이 분명 계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박성제 사장 시절 MBC 보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MBC 구성원 D씨는 "(박성제 사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MBC 제3노조는 과거 더욱 편파 논란이 일었기 때문에, 3노조의 주장에 공감하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박성제 사장 체제의 MBC 논조가 균형이 잡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D씨는 제3노조 소속이 아니다. 

박 사장과 경쟁했던 안형준·허태정 후보도 정책토론 과정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면서 박 사장을 공격한 바 있다. 기자 출신인 안 후보는 "다른 방송들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유죄 리포트가 톱이었을 때 우리는 15번째였는데 특정 정치 세력에게 유리한 편집이었다는 오해를 살 만했다"고 주장했고, PD 출신인 허태정 후보도 "MBC뉴스가 민주당 편향적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오는 21일 MBC 사장 후보자 2명에 관한 면접 평가를 진행한 뒤 신임 MBC 사장 내정자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사회 최종 면접은 MBC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MBC#박성제
댓글2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