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3일 경기도청에 대해 이틀째 고강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전날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저녁 SNS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선택적 정의나 사법처리가 지금 우리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함부로 권력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범죄행위와 관련 없는 비서실까지 수색하겠다는 검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 수사관 등을 보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행정1부지사실, 경제부지사실, 기획담당관실, 소통협치관실 등이 수사 대상이었다.
특히 검찰은 전날(22일)에 이어 이날도 도지사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미 전날 김동연 지사의 업무용 PC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검찰은 이날 비서실 직원들의 업무용 PC 전체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하려고 했다.
경기도 측은 "현재 도지사 비서실에서 근무 중인 직원 누구도 민선 7기 전임 지사 시절 도지사 비서실에서 근무하지 않았고, (지난해 5월) 광교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집기와 PC들이 새롭게 준비되어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범죄행위와 관련성이 없다"며 "그러나 검찰은 도지사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일단 철수했지만, 경기도청을 떠나면서 "내일 다시 오겠다"고 예고했다. 경기도 측은 "내일도 압수수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압수수색으로 인한 도청 공무원들의 업무중단 사태가 속히 종결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기한은 무려 내달 15일까지이다.
"법 집행 앞세워 무자비하게 권력 남용"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전날 "'민(民)주국가'가 아니라 '검(檢)주국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고 윤석열 정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던 김동연 지사도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검찰에 분노한 김동연 "검(檢)주국가의 실체 봤다"
김 지사는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쿠데타 등 폭력에 의해 무너졌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에 의해 무너진다고 한다"면서 민주주의 연구 권위자이자 하버드대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 책 표지를 함께 SNS에 게재했다.
김 지사는 이어 "하버드 대학 두 명의 정치학자는 위의 질문과 같은 제목의 책에서 그 답을 두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며 "첫째는 정치집단 간 '상호 관용'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른 집단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탄압하여 없애려 하는데, 딱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제가 보다 주목하는 것은 두 번째 이유"라며 "바로 '자제하지 않는 권력의 행사'이다. 법 집행 등을 앞세워 무자비하게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 행사를 자제할 줄 아는 성숙함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지금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김 지사는 검찰이 경기도청 남·북부청사, 경기도의회 등 20곳에 걸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자, "'검(檢)주국가'의 실체를 똑똑히 봤다"며 "이런 무도함이 계속된다면 국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주의 붕괴 우려... 민주화 영령들 앞에 부끄럽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해 9월에도 검찰이 내리 세 차례에 걸쳐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자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라며 윤석열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관련 기사] 김동연, 윤 정부 향해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김 지사는 당시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 경기도선포식'에 참석해 "우리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질적인 자유는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나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더욱더 입지가 좁아지고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화 영령들 앞에 설 때마다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가 '법적 강제력 남용'을 언급한 것은 경기도청에 대한 수사당국의 거듭된 강제수사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에도 검찰이 새로 취임한 염태영 경제부지사의 새 컴퓨터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라는 반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