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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 염태영페이스북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24일 경기도청사 이곳저곳에서는 하루 종일 짜증 섞인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그 뒤엔 알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도 묻어났다. 급기야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제발 일 좀 합시다"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22일부터 경기도청 등을 대상으로 3일째 계속되고 있는 검찰(수원지검 형사6부, 김영남 부장검사)의 고강도 압수수색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공무원들은 도통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툭하면 압수수색... 자기 검열 속에 쫄고 있는 공무원들"

"툭하면 압수수색이고 툭하면 검찰을 비롯한 각종 사정기관의 협박성 자료요청입니다. 그것도 전부가 지난 민선 7기 때의 사안들인데, 앞으로도 끝이 안 보입니다. 우리 도청 공직자들은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를 압수수색이나 사정기관의 강압적 자료 제출 요구 등으로 늘 자기 검열 속에 쫄고 있습니다. 소신 행정은커녕, 바짝 엎드려 있는 것이 상책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경기도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염태영 부지사가 이날 SNS를 통해 분통을 터뜨린 데는 이유가 있다. 검찰의 "비상식적인 압수수색"을 몸소 실감 나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현재 구속되어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있다. 염 부지사의 말대로 이 전 부지사 건과 관련해서 검찰은 이미 경기도청을 7차례나 압수수색했다. 염 부지사도 이번까지 합해 네 번째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검찰은 포렌식으로 '남북 교류', '평화 협력' 등의 단어가 들어간 파일이나 문서를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근무했다. 염태영 부지사의 근무 기간과는 2년 반이나 차이가 난다. 그 사이에 두 명의 부지사가 더 있었고, 무엇보다 '남북 교류', '평화 협력' 등의 업무는 염 부지사가 취임하기도 전에 이미 제2행정부지사 소관 업무로 바뀌었다.

염 부지사는 "무엇보다도 도청사가 (지난해 5월 광교로) 이전을 하여 이전 사무실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며 "제 PC도 그 이후 설치한 새것이니 그 이전의 파일이나 문서가 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염태영 부지사는 지난해 취임 후 3주째 되던 날 처음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에게 이런 사정을 설명하고, 호소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염 부지사는 "(그 검사는) 결국 제 PC를 포렌식으로 조사한 후, 아무것도 관련된 것이 없다며 확인서를 써주고 돌아갔다"며 "그런데 그 이후에도 이번까지 3번을 더 제 사무실에 압수수색을 나왔으니... 한 마디로 상식 밖의 일"이라고 혀를 찼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자신의 업무용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자신의 업무용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 김동연페이스북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자신의 업무용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자신의 업무용 PC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 김동연페이스북
 
염태영 부지사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첫날인 22일 경기도청 22개 부서와 경기도의회 3개 상임위원회 등에서 140개의 파일이나 문서를 가져갔다. 둘째 날인 23일에는 6개 부서, 1개 기관, 기획조정실 직원 21명을 포함해서 직원 43명의 PC를 압수수색했다. 그 밖에도 총무과 37명 직원의 전자파일 19만 2,000여 건을 들여다보겠다고 했다.

검찰은 24일에도 경제부지사 비서 업무용 PC와 소통협치관 소속 직원 12명의 업무용 PC를 압수수색했다. 염 부지사는 이를 두고 "전국 최대의 광역 지방정부를 마구잡이식으로 헤집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을 향한 질문, "검찰이 신청하는 대로 발부해주는 게 압수수색 영장?"

염태영 부지사는 검찰도 문제이지만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검찰이 신청하는 대로 그냥 발부해주는 것이 압수수색 영장인가요? 인권과 법 정신 수호의 최후 보루인 법원은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중복해서 남발되는 행정기관에 대한 영장 발부의 심각한 부작용 실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나요?"

염 부지사가 법원을 향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22일 시작한 검찰 압수수색의 유효기간이 3월 15일까지, 무려 3주간이나 되기 때문이다. 3일째인 이날도 경기도청사 곳곳에서 검찰 수사관들의 차가운 구둣발 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염 부지사는 "압수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영장 발부 총량제라도 해야 할 듯싶다"고 꼬집었다.

염태영 부지사가 검찰 압수수색 3일 차에 더는 참지 못하고 분통을 터뜨린 또 다른 이유는 잦은 압수수색으로 인한 '도정 차질'이다. 

그는 "저출산 등 국가적 위기와 과제가 모든 언론의 1면 톱을 장식한 날에도 우리 경기도에는 또다시 검찰의 무차별 압수수색이 들이닥쳐 경기도정을 멈춰 세웠다"며 "지난 해 7월 민선 8기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이 무려 13번째다. 한 달에 2번 꼴이고, 지금 경기도는 감사원의 기관 운영 감사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그리고 수출 부진과 사상 최대의 무역역조 등으로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에너지 가격과 난방비 폭등 등으로 서민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초저출생율은 그 해법마저 요원합니다."

염태영 부지사는 "그러니 이제 우리 일 좀 합시다. 제발 일 좀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오후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마치고 철수하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오겠다"고 예고했다.
 
 경기도청에 대한 검찰의 장기간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의 항의 포스터
경기도청에 대한 검찰의 장기간 압수수색을 비판하는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의 항의 포스터 ⓒ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 3개 노조 "먼지털이식 과잉 압수수색... 해도해도 너무한다"

한편 이날 경기도청 내 3개의 공무원 노동조합은 각각 성명을 내고 검찰의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일제히 비판했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전임 지사, 평화부지사 의혹과 관련 경기도청 전반에 대한 장기 수사와 잦은 압수수색으로 공무원 전원은 현재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민생이 우선인 경기도정이 마비될까 심각히 우려되는 먼지털이식 과잉 압수수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는 "감사원 감사도 수감하는 와중에 검찰의 압수수색도 13번째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직원들의 한숨과 '해도 해도 너무한다, 죽겠다'는 원성이 자자하게 들린다"며 "검찰의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은 경기도정에 막대한 차질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업을 집행해야 할 직원들을 언젠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머뭇거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이것이 검(檢)주공화국이며 영장을 자판기로 찍어내는 것이 맞다"며 "성실하게 열심히 일한 도청 직원들이 무슨 죄인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성토했다.

#염태영#경기도압수수색#검찰압수수색#영장자판기#검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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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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