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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된 지 1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학생인권조례는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 6개 지역에서 제정·시행됐는데, 최근 서울, 충남 등지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 전북 등에서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축소시키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와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지켜라 학생인권'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학생인권조례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모든 지역, 모든 학교에서 학생인권을 함부로 침해하지 않고 지키도록 '학생인권법(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와 학생인권법의 필요성을 전하는 글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지켜라 학생인권' 서명주소: https://campaigns.kr/campaigns/851).[편집자말]
서울시에선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주민발안이 서울시의회에 수리됐다. 충남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 주민발안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교육감들이 나서서 학생인권조례를 후퇴시키려고 하는 지역도 있다. 서거석 전라북도교육감은 학생인권뿐만 아니라 교권도 보장해야 된다며 '전라북도 교육인권 증진 기본 조례(전북 교육인권조례안)'를 내놨는데, 사실상 학생인권조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라 문제점이 크다.

전북 교육인권조례가 걱정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전주시 상산고등학교를 방문해 이사장과 서거석 교육감 등을 만나 고등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모습.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전주시 상산고등학교를 방문해 이사장과 서거석 교육감 등을 만나 고등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의 모습. ⓒ 연합뉴스
 
전북 교육인권조례안의 취지는 '교육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인권 증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례의 내용을 보면 놓친 것이 있다. 교육인권조례안은 학교 구성원을 학생, 교사, 보호자로 정의하고 있으나, 실제 학교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세 부류만이 아니다. 교육인권조례안은 급식실 노동자, 청소 노동자, 행정직 노동자는 인권 보장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게다가 보호자의 인권 보장에 관한 내용도 별로 없다.

전북 교육인권조례안은 학생인권에 더해 다른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을 증진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사의 인권을 증진하려는, 아니 소위 '교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서거석 교육감은 교육인권조례안에도 같은 내용이 있다며, 전북 학생인권조례의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계획 수립이나 기구 설치 등 조항을 모두 삭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인권옹호관의 역할을 상세히 제시했는데, 교육인권조례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이대로 되면 교육청 안에서 학생인권 증진을 위한 정책을 제시하거나 학생인권 침해를 구제하는 역할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인권에 관한 교육과 교직원 연수를 교육감이 책임지고 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대신한다는 교육인권조례안 제8조 제3항은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교육을 관련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하거나 해당 업무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위험한 조항이다. 교육감이 자기 입맛에 맞는 단체, 심지어 반인권적인 단체에도 인권교육을 위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과 세종에서도 인권센터와 청소년성문화센터를, 학생인권조례 폐지 활동을 하고 소수자 차별·혐오를 조장하는 활동을 해 온 단체에 맡기는 일이 벌어졌다.(관련 기사 : 순결교육 넥스트클럽, 세종시 청소년기관 수탁자 선정 논란, 2022년 12월 14일 보도, 인권센터장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강사로... 논란 일자 취소, 2023년 2월 15일 보도). 

교육감은 학생인권을 지킬 의무가 있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공대위) 소속 청소년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우리에게 물어는 봤느냐”고 외쳤다.
지난 10일 오후 2시,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공대위) 소속 청소년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우리에게 물어는 봤느냐”고 외쳤다. ⓒ 윤근혁
 
교육감이 학생인권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부터가 우려스런 일이다. 교육감이 학생인권이 과도하다는 듯이 표현하고 학생인권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이면 학교와 사회에 학생인권을 경시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서거석 전북 교육감은 지난해 당선 직후 "교사의 교권이 흔들리고, 수업이 흔들리고, 학생 지도가 흔들리면 교육이 효과를 거둘 수 없다"라면서 학생인권센터를 없애고 교권까지 보호하는 '교육인권센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육인권조례안은 그런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서거석 교육감의 이런 발언은 상당히 문제적이다. 마치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것 때문에 교권이 흔들린다는 것처럼, 교사들이 '흔들림 없이' 힘을 행사할 수 있어야 교권이 확보되는 것처럼 해석된다. 서거석 교육감이 생각하는 교권은 어떤 것일까? 교사가 학생들에게 마음대로 힘을 행사할 권리라거나, '훈장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그런 권위라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인권은 학생과 교사로 편가르기되거나 대립시킬 것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학생도 학교에서 보장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조례다. 그리고 교육감에게는 학생의 인권을 지킬 의무가 있다.

하지만 서 교육감은 계속해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는 선심성 발언, 학생 중심의 미래교육과는 거리가 먼 발언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감의 태도는 학생의 인권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만일 학생들에게 선거권이 있다면 이러한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교육감이 정말로 학교 안에 있는 모두의 인권 증진을 위한다면, 학교 안에 존재하는 여러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하지만 서 교육감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전북에선 2013년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인권침해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두발·복장 규제와 휴대전화 수거 등도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학생인권이 과도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아직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는 데 많이 부족하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이 지나도 학생인권 침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에서 필요한 조항을 빼고 조례를 교묘하게 바꿔 버리려는 교육감의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북의 교육인권조례 추진은 분명 학생인권조례의 후퇴를 의미한다.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고 '학교 구성원 인권 조례'로 대신하겠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마찬가지다. 학생인권조례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학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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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에 거주하고 있고 학생인권후퇴를 막기 위해 활동 하고 있는 청소년 인권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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