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배임 및 뇌물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그동안 들었던 욕설과 비난을 열 배 백 배 더 들을 각오로 이재명 대표께 호소한다"며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켜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 전 위원장은 "무도한 정권일지언정 야당 대표를 구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한다면 (검찰이) 더 이상 수사를 이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재석 의원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상당수 나오면서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기권과 무효표를 합친 20표 중 10표만 찬성으로 갔다면 이 대표는 법원에 나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실제 영장실질심사가 이뤄졌다면 과연 이 대표의 구속 가능성은 어느 정도였을까. 상당수 법조인들은 '기각' 쪽에 손을 들었다. 검찰이 제출한 173쪽 분량의 구속영장 내용이 이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인 법조인도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더라"
법무법인 에이블 소속 양지열 변호사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적인 법조인들조차도 영장 자체를 놓고 봤을 때 '기각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며 "영장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한 게 별로 없다. 검찰 역시 이 대표를 배임 혐의로 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배임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경제사범의 경우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인용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대표의 경우는 정치인의 정책 행위와 관련해 배임을 적용했다. 지금은 (배임 혐의가) 적용되는지부터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당연히 이 영장으로서는 구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법무법인 중심 소속 류재율 변호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류 변호사는 "구속영장이 인용될 가능성이 결코 높지 않아 보인다"며 "검찰 스스로 자신이 없으니 170페이지가 넘는 양으로 딱 부러질만한 내용 없이 구속영장을 작성한 것"이라고 봤다.
"보통은 혐의가 어느 정도로 입증이 되었는지에 따라 판사가 (인용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영장을 보면 혐의가 확실하게 입증됐다고 보기가 어렵다. 또 구속영장이라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의 가능성 등에 대해 초점이 맞춰지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작성한 영장만으로는 구속 사유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고 있다. 개인적 판단으로 이 정도 영장으로는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법무법인 이공 소속 양홍석 변호사도 "증거인멸 우려든, 회유를 통한 관련자들의 진술 변화든 하나의 가능성 문제일 뿐"이라며 "야당 대표나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힘을 이용해 진술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추상적 가능성으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는 법조인도 있었다. 민주당 내 인사다. 민주당 중앙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양태정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에 일반적인 상황을 전제로 "미리 준비한 검찰에 비해 변호인 입장에서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영장 청구 인용률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영장 발부 후 증거자료를 살피고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 준비한 구속영장을 보면 누가 봐도 (혐의에 대한) 심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구속영장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이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구속영장심사 자체가 대등한 싸움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정상적 사법절차 아니다"
"이번엔 영장실질심사 받고 2·3차 영장 청구 부결시켰어야"
이재명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직접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조인마다 다른 입장을 보였다.
양지열 변호사는 "구속의 필요성이 있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형사사법체계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면서 "그런데도 영장이 나왔으니 무조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프레임에 갇혔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사법절차에 따라 이뤄진 구속영장 청구라면 가능성 여부를 떠나 당연히 법원에 가서 판단받는 것이 맞다. 그런데 지금 검찰이 하는 수사 방식이 정상적인 형사사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이미 사법절차가 아니라 정치절차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 가지 꼭 말씀드리면 수사든 재판이든 형사절차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말이 많은 상황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봐야 한다."
양 변호사는 검찰의 '쪼개기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북송금이 됐든, 변호사비 대납이 됐든 명확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은 계속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상적인 형사사법 절차라고 본다면 따를 것이다. 다만 그렇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저항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고, 결국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석 변호사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그는 "검찰에서는 2차, 3차 영장을 계속 칠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을 고려하면 차라리 이 대표가 이번에 나가서 실질 심사를 받는 게 맞다"라고 의견을 냈다.
"항상 위험은 있는 거다. 이미 수사대상이 되고 이렇게까지 몰아치는데 리스크가 없을 수 있다. 정치인이 리스크를 피하는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차라리 나가서 정리하고 다시 체포동의안이 왔을 때 그걸 부결시키는 게 부담이 없다."
한편, 검찰은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기자들에게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에 비추어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라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검찰은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