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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하네 ...'  


2013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 회담 환영사에서 최치원의 한시 '범해'를 인용하며 한국과 중국의 역사가 유구함을 강조했습니다. 이후 최치원 선생 연구모임과 사단법인이 증가하였고, 경북 의성군은 2019년에 최치원 문학관을 준공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고운 최치원 영정(부성사 제공)
 고운 최치원 영정(부성사 제공)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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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는 조선시대부터 최치원 선생을 기리는 사당이 있었습니다. 최치원은 신라시대 6두품 출신으로,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12살의 어린 나이로 당나라 유학길을 떠납니다. 6년 만에 당나라 과거시험 빈공과에 장원급제하여 관리 생활을 하던 중 황소의 난이 일어납니다.

종사관으로 출정하여 '토황소격문'을 지어 황소의 난을 진압하는데 큰 공을 세워 당나라 황제의 신임을 받게 됩니다. 28세 때 당나라 관직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인 통일신라로 돌아옵니다. 신라말 진성여왕 때 부성군 태수 부임하며 서산에서 7년간 인연을 맺습니다. 지금도 그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있습니다.
 
부성산 오현각(최장현 제공)
 부성산 오현각(최장현 제공)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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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서산 지곡면 부성산 아래에 위치한 산성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교가에도 '부성산 봄풀처럼 자라는 싹이 ~', 소풍도 '부성산'으로 매년 갔습니다. 부성산 정상에는 산성이 있었고, 부성산 태수가 근무했던 관청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부성산 정상에는 산성의 흔적과 복원한 오현각이 남아있습니다.

이후 부성군의 명칭은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서령군, 서산군으로 바뀌고 관청도 부성산성에서 현재의 서산시청 자리로 옮겨졌습니다. 지곡면 산성리에는 최씨 집성촌이 형성되었고, 조선 시대부터 최치원 선생을 모시는 사당이 있어, 봄과 가을에 제향을 올립니다.
 
부성사 춘제
 부성사 춘제
ⓒ 최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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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사 춘제
 부성사 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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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부성사에서는 유림들과 후손들이 모여 봄 제향을 올렸습니다. 천안에서까지 찾아온 후손들도 있었습니다. 최대수(80)님은 '봉고차를 대절해 천안에서 8분이 함께 왔어요. 최치원 선생의 후손으로 당연히 와야죠'. 최원석(92)님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 주석이 최치원 선생의 시를 읊으며, 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글귀입니다. 제가 옮겨 써 이곳에 기증한 편액입니다. 저는 전국 서예 전시회에서 특선한 경력이 있죠'. 부성사 유사 김홍경(74)님은 '최치원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부성사 제향을 통하여 서산에서 훌륭한 인물과 문학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제향 인사를 했습니다.
 
천안에서 찾아온 최원석님. 본인이 기증한 편액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에서 찾아온 최원석님. 본인이 기증한 편액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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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사 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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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원 선생의 역작으로는 계원필경과 사산비명이 있습니다. 계원필경은 중국에서 지은 자신의 시문을 종합하여 정리한 책이라면, 사산비명은 신라에 귀국한 후 비석에 남긴 네 편의 글입니다. 네 군데의 산 이름을 따서 '사산비명'이라 부릅니다.

충남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국보), 경남하동 쌍계사 진감선사탑비(국보), 경북경주 초월산대숭복사비명, 경북문경 봉암사 지증대사탑비(국보) 입니다. 사산비명은 모두 왕명에 의해 찬술한 것으로, 신라 불교사에서 우뚝한 위치를 차지한 세 고승의 행적을 유학자인 최치원 선생이 작성한 글을 비문에 새긴 것입니다.

유불선이 멀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특히, 충남보령 성주사지비는 신라말 5교 9산에서 선종을 중심으로 일어나 9산의 하나입니다. 진성여왕 2년(888) 낭혜화상 무염이 입적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그의 행적을 새긴 비로 국보 제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천년이 지난 지금에도 비에 새겨진 5000여 글자들이 뚜렷이 판독되면서 보령 오석(검은 비석)의 유명세는 오랜 시간 유지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고려시대에 씌여진 것에 비하여, 사산비문은 신라시대의 것이며 당시의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담은 1차 자료라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아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충남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 충남역사교사모임(2008)
 충남 보령 성주사지 대낭혜화상탑비. 충남역사교사모임(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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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사지 낭혜화상비
 성주사지 낭혜화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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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쑤성 양저우에는 최치원 기념관이 있습니다. 매년 10월에 최치원 선생의 제향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한중 문화교류의 아이콘으로 최치원 선생이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대산 바닷길이 열리고 해미 서산공항이 열려, 서산 부성사에 많은 중국 지식인과 관광객들이 몰려와 한중 문화교류의 성지로 부활하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부성사
위치: 서산시 지곡면 산성리 645-2
문화재자료 제199호

덧붙이는 글 | 서산시청-시민 리포터란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태그:#부성사, #서산 부성사, #최치원 사당, #부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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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세월속에서 문화의 무늬가 되고, 내 주변 어딘가에 저만치 있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보면 예쁘고 아름답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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