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정부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풀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 이후 수년간 한일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징용 문제를 한국 주도로 풀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되며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부가 발표할 해법 골자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재원을 조성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이 될 것으로 5일 알려졌다.
발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할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금 지급을 위한 재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청구권 자금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이 우선 출연하는 방향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까지 약 40억원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들은 정부 등으로부터 기부금 출연 요청을 받게 되면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해법 발표 이후 관련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은 일단 판결금 조성엔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판결금 조성에 참여하면 한국 대법원 판결을 수용하는 셈이 돼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 고수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이 배상금을 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해결책을 공식 발표하면 일본 정부는 뜻이 있는 일본 기업의 재단 기부를 용인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피고 기업의 판결금 조성 참여가 불발된 대신 한일 기업들이 '미래지향적' 취지의 다른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이 잠정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게이단렌에 소속돼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들이 양국의 미래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피고 기업들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국 정부 발표 이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의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오부치 총리는 당시 이 선언을 통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
알려진 대로라면 기시다 내각이 새로운 사과를 내놓는 것은 아니고 기존 사과를 재확인하는 우회적 방식이어서 피해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넘어가게 되면 여기서 파생됐던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도 풀리는 수순으로 갈 전망이다.
과거 일본은 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으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응해 일본에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다가 그 효력을 정지시켜 지소미아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졌다.
양국 정부는 이달 하순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 등을 계기로 이런 한일 간 현안들의 포괄적 해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방미 출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안 문제가 잘 매듭지어지면 양측 간 포괄적인 관계 증진, 더 나아가 한미일 관계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이슈들이 부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위해서는 역시 고위 당국자들이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측 정상이 만나서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를 의미)을 푼 직후에, 챙겨야 할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다뤄나가는 절차가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