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구봉산 전망대를 제일 좋아합니다. 전망이 탁 트여서 너무 시원하거든요. 윤동주 유고를 보존한 정병욱 가옥, 동백꽃이 아름다운 옥룡사지 그리고 쏠쏠한 볼거리가 많은 도립미술관에도 들러보길 권합니다."
문현정 광양시문화관광해설사가 강력히 추천하는 광양의 여행지다. 남도의 새봄을 만나고, 섬진강변의 매화를 보러 광양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특별히 권유하는 명소다.
올해 광양매화축제는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섬진강변,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3월 들어 별다른 추위가 없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매화도 축제기간에 활짝 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여 년 해설사 생활 "사람들 만나는 게 즐거워요"
"많은 사람, 다양한 직업과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아이들이나 어린 학생들하고 답사할 때는 더 재밌고 즐거워요. 아이들한테 배우면서 저도 성장하는 걸 느낍니다. 새로운 나를 만난다고나 할까요. 성취감도 있고요. 내성적이던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고, 웃음도 많아졌어요."
지난 2월 매천 황현의 생가에서 만난 문현정 광양시문화관광해설사의 말이다. 문 해설사는 광양역사문화관 근무를 포함해 10여 년째 광양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과의 만남이 더 즐겁다는 건, 의외다. 많은 해설사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안내를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창의력과 재능을 키워주는 회사에 다녔습니다. 그 일을 오래 했었죠. 그 덕분인 것 같습니다."
문 해설사가 광양시교육지원청이나 광양시문화원 주관으로 '학생들과 함께하는 광양알기' 프로그램을 더 즐겁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내 자식한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아이들한테 하는 것처럼 내 자식들한테도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때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일하는 엄마들이라면 다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상도 출신 부부의 새로운 '남도예찬'
문현정 해설사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전라남도 광양으로 이사를 했다. 광양제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다. 고고학은 인류가 남겨놓은 유적과 유물을, 미술사학은 미술활동의 변천과정을 공부한다. 관광해설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주관적이잖아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보는 거죠. 역지사지가 중요한데도요. 식물도 그렇지만, 유물도 옛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봐야죠. 그러면 금세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문 해설사는 여행객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신경을 쓴다. 옛사람과 유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만들어준다.
"저의 해설을 듣고 감명을 받았다고 할 때 기분이 좋죠. 한번 해설을 들은 분이, 나중에 전화를 해서 또다시 해설을 요청해 올 때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 재미가 제일 큰 것 같습니다. 보람이기도 하고요."
문 해설사는 매달 보름 안팎의 일을 한다. 광양시내 9개 거점 안내소에 순환 배치돼 일하고, 광양투어 버스에도 오른다. 매화축제장에도 배치돼 안내와 해설을 하기도 한다. 관광지의 부족한 점이나 문제점을 찾아 행정기관에 알려 민원을 미리 해결하는 것도 해설사들의 몫이다.
쉬는 날엔 '집콕'도 즐기지만, 다른 지역 비교답사를 다닌다. 남편과 함께 다니기도 한다. 대구 출신의 남편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다. 남편은 사진으로 남도풍광을 보여주고, 그녀는 흥미진진한 해설로 남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경상도 출신 부부가 부르는 새로운 '남도예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