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금 지급을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내용의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해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지역에서도 '굴욕 합의안'이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대구시민모임, 대구참여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대구지부는 6일 공동성명을 통해 "일본의 진정한 사죄가 없는 강제동원 합의안에 분노한다"며 "피해자 고통은 외면하고 일본에는 면죄부를 주는 굴욕 합의안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중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문제로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직접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1910년 강제병합, 1965년 한일청구권 문제의 법적인 해석과 함께 양 국민의 과거사 인식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합의안은 박근혜 정부의 굴욕적 한·일 위안부 합의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강제동원의 문제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일본국과 전범기업 대신 한국기업을 앞세워 대신 처리하는 '병존적 대위변제'라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합의안이 대한민국 헌정사의 오욕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친일적 행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의 범죄를 인정한 대법원판결을 무시하고 반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할 뿐 아니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체들은 "대통령이 타국의 이익을 위해 자국 대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하며 사법주권을 포기해도 되느냐"면서 "보편적인 인권의 회복과 과거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오늘 협약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오늘 합의안은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어느 나라 정부인지 이해가 안 간다.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오늘 합의안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법적으로 아무 의미도 없는 외교적 야합에 불과하다"며 "피해자들이 자기들의 인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오늘의 합의안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이중으로 모욕감만 안겨주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하는데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역사를 직시하고 통절한 반성을 한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지금 일본은 통절한 반성은커녕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전쟁 열심히 하라고 한국 기업들 돈 뜯어가지고 갖다 바치는 꼴"이라며 "지금 정부의 모습은 일제 조선총독부와 다를 게 전혀 없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