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과정부터 원정대의 구성 자체엔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기 민간단체 위주로 시작됐고, 그후 시·도 의원등의 정치권이 결합된 형태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주팀 위주로 먼저 준비되다 광주지역 구성원들이 합류하다 보니 애로 사항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말에 원정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다 보니 최소인원을 채울 수 있는지가 불투명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배낭여행 형태로 렌터카를 이용하거나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 및 공유숙소를 이용한 비용 절감을 하는 방식으로라도 진행하자는 입장의 7명이 나옴으로써 진행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추가로 합류되거나 항공권까지 예매해 두고서도 취소하는 인원이 발생하는 등의 변수가 잇따른다. 이동 및 여행에 관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한 여행사가 곤혹스러워했다. 아울러 국회에서 여야 간 대치국면이 격화되면서 함께 하기로 한 국회의원 2명은 출발 3일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못 가게 됐다.
한국에서 떠나기로 한 원정대원이 비로소 한자리에 모인 것은 파리행 232번 탑승게이트 앞. 준비기간이 오래됐고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유해 왔지만 출발 전에 모든 일행이 함께 모여 준비를 공유하기는 어려웠다. 이마저도 완성체는 아니었다. 이전 기사에 소개했던 한승훈 도시기획자가 파리에서 합류해야 비로소 완성체가 된다.
마침내 파리공항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한 것은 다소 지연된 2월 23일 밤 8시께. 15시간여의 긴 비행 속의 고됨을 풀고 현지시각 금요일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 애초 이날의 일정은 파리시청 관계 공무원들과의 간담회였다. 나중에 후일담에서 자세하게 다룰 기회가 있겠지만 출발 이틀을 앞두고 파리시청 관계부서의 사정상 '진행하기 어렵게 됐으며 미안하다'는 입장을 함께 전해옴으로써 오전 일정이 취소된 것이다.
대신 오후로 예정했던 MDB(더 나은 자전거의 이동을 위한 협회) 관계자와의 간담회를 당겨 진행하게 됐다.
지하철 노선과 일치하는 '벨로폴리탄', 시민단체 MDB가 이끌어낸 파리의 변화
파리시 부르동가 37번지를 주소로 두는 MDB 사무실은 바스티유 광장 인근이다. 숙소였던 호텔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서울의 지하철과 달리 매우 낡은 편이다. 100년도 더 된 시기에 건설된 터라 깊지 않고 협소한 공간이었다. 구조 자체를 바꾸기가 힘들더라도 우리 같으면 바닥이나 벽이라도 곱게 치장했을 것인데 파리사람들은 그런 건 중요치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출입구를 나와보니 감옥으로 활용되던 공간에 조성됐다는 바스티유 광장이다. 많은 변화가 파리 시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곳도 그런 공간 중 하나다. 바스티유 광장에서의 변화는 한마디로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넓히며 광장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강화시킨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덕분에 도로 안쪽의 광장 주변을 자전거로 돌 수 있게 만들었다. 교외 지역의 숙소에서 파리시내 한복판에 내리자마자 펼쳐지는 풍경에서 파리의 변화가 매우 가까이 다가선다.
약속시간보다 10여 분 일찍 도착한 MDB 사무실에는 두 사람의 젊은 파리지앵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전거 관련 소품과 정비공간 등이 있고 상당실이나 회의실 등의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우리와의 이야기를 진행할 사람은 에므릭 코타드(Aymeric Cotard) MDB매니저와 ADMA(Académie Des experts en Mobilités Actives)라는 기관에서 나온 여성이다.
코타드 씨가 설명하는 MDB 활동은 다음과 같다.
1974년에 창립됐고 자전거 이용자들의 요구를 정책적으로 반영되도록 제안하거나 캠페인성 시위 등의 활동을 첫 번째로 설명한다. 또한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자전거 정비 및 각종 안내 등)로 두 번째 활동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자전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훈련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한다.
활동에 관한 소개를 통해 2020년에 있었던 지방선거 과정을 언급한다. 파리의 지하철 노선과 일치하는 자전거 도로망(벨로폴리탄) 구상을 MDB가 처음 발표한 것이 2019년 11월이다. 이것이 이어져 2020년 1월에 'grand oral du velo'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파리시장 후보로 나선 6명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결은 다소간에 다르지만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으로 인해 정치적 견해나 이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파리시의 자전거 정책은 일관성을 가지고 이어 나갈 바탕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https://www.velotaf.com/news/15441/grand-oral-du-velo-a-paris).
자전거 관련 민간단체들이 한 목소리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를테면 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과 보조등에서 견해 차이가 발생하며 갈등하기도 하지만 공통된 요구와 힘을 모을데서는 서로 간의 역할과 활동방식을 존중하며 연대해 나간다고 설명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이야기를 다 다룰 수는 없는 법, 경쟁적으로 제기되는 질의응답을 정리하면서 발제된 자료와 추가적인 사항에 관해 추후 이메일등을 통해 해결하자고 마무리하며 오전 일정이 끝났다.
파리 변화의 상징, 리볼리가를 달리다
보주광장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크게 둘로 나뉘어 움직였다. 자전거로 움직이는 팀, 걸어서 움직이는 팀으로 나뉘었다. 파리라는 대도시를 17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걸어서 움직이던 팀은 다시 버스를 이용하는 팀으로 나뉘었고 센느를 따라 걸었다. 모든 일행이 합류할 에펠탑 인근까지 대략 7km가량의 구간이었다.
파리 변화의 상징이라 불리는 리볼리는 코로나 시국에 양뱡향 5개 차로중 3개 차로를 임시 자전거 차도로 지정했다. 이 시기에 눈에 띄게 늘어나는 자전거 이용자로 인해 파리시는 이 구간을 영구적 자전거도로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특이점은 하나하나의 조치에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점이다. 우선 임시 자전거 도로를 운용할 경우 노란색 볼라드로 구분을 한다고 한다. 이후 한 달마다 평가를 통해 영구적 자전거 도로로 할지 다시 조절할지를 두고 추이를 계속 살펴 가는 식이다. 영구적 조치로 가해지면 노란색 볼라드는 검정색으로 바뀐다.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한 일행은 리볼리, 루브르, 샹젤리제의 콩코르드광장을 건너 센강을 따라 에펠탑 인근의 벨리브(공용자전거) 거치대에 반납하고 마쳤다.
같이 달린 일행들은 모두가 놀라워했다.
말로만 듣던 파리의 심장부를 자전거로 달린 감동도 물론이거니와 '도로의 주인이 차가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몸으로 직접 겪어본데 대한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파리의 변화는 정말 위대하며 세계가 주목할만하다'라면서...
광주광역시의원 이귀순 원정대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자동차로부터의 위협같은건 전혀 느낄수 업없이 편안했다"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박준홍 전주 덕진지역자활센터장은 "차로의 1/3을 자동차가 쓰고 2/3를 자전거가 쓰는데 파리는 너무 과하고 전주는 너무 부족하다"며 파리가 내린 과단성있는 결단에 대해 평가했다.
김진옥 국회 김성주 의원실 보좌관은 "차도와 자전거 도로, 인도와 자전거도로 등의 연결성을 주목하고 싶다. 세계가 왜 파리를 이야기 하는지 눈으로 확인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
▲ 자전거 원정대 파리를 달리다.
|
ⓒ 김길중 |
관련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