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1926~2019) 할머니의 이름을 딴 평화공원 조성과 평화비소녀상 건립 추진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기로 했다.
30여 개 단체가 참여한 김복동평화공원양산시민추진위(상임대표 박미해, 아래 추진위)는 세계여성의날인 8일 오전 양산시청 앞에서 발대식을 열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김복동의 길 걷기'를 했다.
추진위는 지난 2019년 1월 28일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하자 양산종합운동장에 시민분향소를 운영했던 '인권·평화 운동가 김복동 할머니를 위한 양산추모위원회'의 활동을 계기로 구성됐다.
이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추진위 활동이 주춤거렸고, 이번에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다시 뜻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박미해·정진채·차미정 공동대표는 이날 '양산이 고향인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복동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서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삶을 사셨다. 그러나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으셨다"라며 "일본의 전쟁범죄를 전 세계에 고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권과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리기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라고 설명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1926년 양산 남부동에서 출생, 만 14세(1940년)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대만,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 8년여 동안 일본군 성노예의 고초를 겪었다.
고인은 나이 22살이 되던 해인 1947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박미해 대표는 "인간으로서 한평생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가슴에 안고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국가가, 사회가, 우리가 침묵하고, 개인의 소중한 삶이 폭력의 역사 속에 묻히도록 방기함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들의 냉소를 묵묵히 참고 견뎌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께서는 영면하실 때까지 평생을 시민운동가의 삶, 인권운동가의 삶, 평화운동가의 삶을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진실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며 용기와 격려로 희망을 전했다"고 부연했다.
추진위는 "할머니를 기억하자"라며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김복동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양산시민의 이름으로 평화비소녀상을 세우자는 뜻을 모은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시민 참여를 통해 '김복동평화공원'을 조성하고 평화비소녀상을 건립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현재 양산에 있는 공원 가운데 하나를 '김복동평화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거나 새로 조성하고, 2024년 8월 14일 평화비소녀상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추진위는 효암고등학교 사회참여위원회 학생들이 17만 5500원을 모아 전달받았다며 평화비소녀상 건립을 위해 전체 1억 원 모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양산시청을 출발해 김복동 할머니 생가터를 거쳐 남부시장 쌈지공원까지 '김복동의 길'을 걸었다.
김복동평화공원양산시민추진위 참여 단체는 다음과 같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노무현재단양산지회, 더불어민주당양산을지역위원회, 두드림, 두북두북, 메깃들마을학교, 문화유산회복재단경남본부, 민주발전연구회, 북정대동빌라트악취비상대책위원회, (사)대한사랑, 양산YMCA, 양산겨레하나, 양산교육연구소, 양산노동복지센터, 양산답사친구, 양산아이쿱, 양산여성소비자연합, 양산청소년YMCA연합회, 우리함께가는길, 전교조초등지회, 전교조중등지회, 정의당양산시위원회, ㈜세대공감엠씨엔, 진보당양산시위원회, 천성문화원, 청어람우리마을아이돌봄센터, 평화를잇는사람들, 한국연예예술인협회, 한국청소년문화원, 희망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