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출가해서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명상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
기독교인은 성경에 의지하고, 이슬람교인은 코란, 그리고 불교인은 불경에 의지합니다. 성경이나 코란과 달리 불경은 참으로 종류가 많습니다. 이런 수많은 불경들 중 "불유교경"이라는 경전이 있습니다. 유교경은 이름 그대로 풀자면 부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제자들을 모아서 마지막으로 유언처럼 남겨주신 가르침을 담은 경전입니다.
이 불경에는 여러분들도 한번쯤 들어봤을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을 제어하여 한 곳에 두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제지일처 무사불판(制之一處 無事不辦)"
여러분은 어떤가요?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마음을 제어해서 한 곳에 둘 수 있나요? 사실 저에게 있어서 불교란 그런 능력과 힘을 훈련할 수 있는 여러 훈련법과 지혜를 제공해줄 수 있는 학교 같은 곳입니다. 여러분도 마음을 모으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면 종교와 상관없이 개인의 필요성에 따라서 배울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원하는대로 잘 흘러갈 때에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훨씬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때가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주변 환경과 사람들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해주질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가족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해야할 때, 스트레스가 많을 때, 원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할 때, 우리는 마음을 한 곳에 모을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을 때, 해야 하는 일이 좋든 싫든, 꾸준함과 성실함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 되기가 일수입니다. 왜일까요? 그건 우리가 마음을 제어해서 한 곳에 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낼 수 없고, 스스로 게으르다며 자책하기 쉽습니다.
이렇듯 이루고 싶은 곳까지 도달하려면 마음에 걸리거나 짜증나는 상황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모두 명상의 힘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명상이야말로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명상을 통해서 몸과 마음의 힘을 키우고, 쓸데없는 생각과정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사방으로 떠돌아다니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차를 운전하려면 시동을 걸고,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정차할 때 계속 엔진을 돌아가게 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마음이 끊임없이 돌아가도록 방치합니다. 심지어 맘속에서 생각이 쉬지않고 일어나는데 그걸 알지도 못합니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마음을 한 곳에 고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마음 챙김에서 설거지할 때 마음을 모으고, 독서에 마음을 모으는 방법 등을 제안합니다. 음료수를 마실 때 그 맛에 집중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은 너무 미약합니다. 왜일까요? 왜냐하면 진정으로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는 우리가 힘들고 불편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성취를 하려면 하는 일이 잘 안되는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계속 해나갈 수 있어야만 합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직장 동료를 탓하면서 승진의 기회를 버릴 건가요? 건강이 최상이 아니라면서 인생의 가장 좋은 기회를 놓칠 건가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마음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명상도 불편하고 힘든 조건에서 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
열심히 수련해서 마음을 단 한 생각에 고정시킬 수 있을 때, 여러분은 마침내 "삼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아마도 이미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방법을 접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년 전 절 수행이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종교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시도해보고, 좋은 효과를 보았습니다. 절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잡념은 자연스레 떨어지고, 절하는 동작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도 명상입니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늘 결가부좌 자세로 명상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한 곳에 고정하는 것이 바로 "선"입니다. 그것이 명상하는 목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