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이 제기된 지 18년째다. 2015년에 시작된 소송은 2020년 대법원에 올라갔으나 3년째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비정규직은 한국지엠의 탄압으로 해고되었다."
한국지엠(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법원을 상대로 '불법파견 소송'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며 투쟁을 선언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부평·창원)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인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지엠 불법파견 진정은 2005년 1월 노조가 고용노동부에 했다. 같은 해 4월 노동부는 창원공장 6개 업체 비정규직 843명 전원에 대해 불법파견 인정했으며, 대법원은 2013년 2월 닉 라일리 전 사장과 하청업체 사장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 선고했다. 당시 비정규직 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냈던 불법파견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3년 6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후 비정규직은 여러 차례에 걸쳐 법원에 불법파견 소송을 냈다. 부평·창원·군산공장을 포함해 한때 1심 계류에는 278명, 2심은 152명, 대법원은 293명 총 723명이 참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국지엠이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제시했던 발탁 채용에 응했고 해고(퇴직)자들도 있다.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 앞에서 투쟁에 들어간다. 이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한국지엠은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며 대법원판결을 지연시키려는 서면을 제출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지엠은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규 발탁 채용(안)을 던지며 교섭을 파탄 냈다. 교섭요청은 대법원의 판결을 연기시키려는 명분으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260명, 올해 3월 65명을 신규 발탁 채용한 것과 관련해, 이들은 "소송을 취하하고 체불임금, 근속 등 모든 기본권리를 포기하면 발탁 채용에 응할 수 있다고 한다"며 "해고노동자들은 생계의 어려움에 눈물을 삼키며 발탁 채용에 응했다. 이런 발탁 채용은 범죄은폐 행위이며 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폭력이다. 한국지엠은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대화의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판결이 늦어지면서 1·2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지엠은 비정규직의 체불임금 재판을 대법원 선고 이후로 연기해달라고 서면을 제출했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은 작년 재판을 대법 판결 이후로 연기했다. 한국지엠의 시간 끌기에 사법부가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고를 미루는 대법원도 공범이다. 대법원이 판결을 제때 했다면 여러 차례의 해고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대법원은 판결을 미루고, 한국지엠은 그 틈을 타서 노동자를 해고한다. 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핍박하고 있는 것을 대법원이 방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장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 대법원판결을 기다리다 비정규직 다 해고되어 죽어간다. 더 이상 가만히 죽음을 기다릴 수 없다"며 "이미 두 차례 대법원판결이 있음에도 선고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따졌다.
비정규직지회는 오는 15일 오후 3시 대법원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대법원판결 기다리다 죽어난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농성에 들어간다. 이들은 16일 저녁과 17일 아침 대법원 앞에서 각각 대법원판결 촉구 결의대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