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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서양의 식탁예절에 대해서 연재하면서 독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반응과 더불어, 내가 외국에 오래 살았어도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도 외국에 오래 살았다. 프랑스에서도 살아봤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몇년씩 살아봤고, 여행했던 나라들은 그보다 많다. 그런 나도 몰랐던 사실을 지금 캐나다인 남편과 살면서 알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대부분 외국에서도 우리 한국인끼리 살고 있으며, 우리가 만나는 서양인들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May I help you?"를 직역하면, "도와드려도 될까요?"가 된다.
"May I help you?"를 직역하면, "도와드려도 될까요?"가 된다. ⓒ Unsplash

남을 돕는 일조차 상대의 허락 없이는 하지 않으려 하는 그들의 문화에서, 타인의, 그것도 외국인의 식탁예절을 가지고 지적을 하며 알려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결혼해서 오래 산 부부의 경우에도 남편이 말을 안 해서 몰랐는데 왜 그렇게 먹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는 반응이 나왔다. 

우리 부부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둘 다 요리하기도 즐기고, 먹기도 좋아한다. 나도 서양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남편도 한식을 무척 즐긴다. 청국장도, 멸치볶음도 좋아한다. 더구나 한식은 잔 손이 많이 간다는 사실을 알아서 한식을 차려주면 남편은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 

우리는 둘 다 상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또한 그것을 존중해주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나 묻고 토론하고 설명하며 서로를 보듬어 가기를 즐긴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 몰랐던 것들을 서로 알게 되고, 또한 익히게 되는 것일 뿐, 서로의 문화나 예절을 이상하다거나 우스꽝스럽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또한 이런 식탁 예절도 무슨 음식을 어떤 자리에서 먹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우리가 라면 먹을 때와 한정식을 먹을 때는 같은 방식으로 먹지 않는 것처럼, 햄버거를 먹을 때와 정식으로 양식당에서 먹을 때의 식탁 매너도 당연히 달라진다.

"서양 사람들도 손으로 집어 먹더라"라든가, "그들도 상에 있는 것을 나눠 먹더라"라는 주장은 일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핑거 푸드라고 불리는 음식들은 손으로 집어 먹고, 이빨로 베어 먹기도 한다.

나이프로 모든 것을 한 입 크기로 잘라 먹는 문화

그러나 포크와 나이프가 함께 제공되는 식탁에서는 포크를 사용하고, 칼로 음식을 한 입 거리로 잘라서 먹는 것이 그들의 식사법이다. 식탁에 앉아서는, 아스파라거스를 통으로 들어서 아작아작 씹어 먹지 않고, 칼로 끊어서 먹는다는 것이다.
 
 아스파라거스 같이 긴 야채는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입에 쏙 넣는다.
아스파라거스 같이 긴 야채는 한 입 크기로 잘라서 입에 쏙 넣는다. ⓒ 김정아

또한 퐁듀 같은 음식은 식탁에 올려놓고 다 함께 먹지만, 역시 그럴 때에도, 한 입에 여러 개씩 한꺼번에 밀어 넣지 않고, 하나씩 들어서 치즈에 찍은 후에 한 번에 하나씩만 먹는다.
 
 지난 크리스마스때 집에서 차려 먹은 퐁듀. 여러가지 음식을 자기 접시에 덜은 후, 녹인 치즈에 하나씩 찍어 먹는다.
지난 크리스마스때 집에서 차려 먹은 퐁듀. 여러가지 음식을 자기 접시에 덜은 후, 녹인 치즈에 하나씩 찍어 먹는다. ⓒ 김정아

이때에도 전체 접시에 있는 음식들을 곧장 입으로 넣기보다는, 자기 앞접시에 덜은 후 거기서 집어 먹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식탁 예절이다. 심지어 버터도, 공통 버터나이프로 퍼서 자기 접시에 덜어 놓은 후, 그것을 가지고 자기 나이프를 이용해서 빵을 발라 먹는 것이 그들의 원래 예절이다.

내가 그렇게 먹지 않았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런 당신을 외국인이어서 그렇다고 받아들여줬거나, 아니면 속으로는 흉을 보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한 것일 확률이 높다. 우리도 외국인이 모르고 하는 때로는 무례한 실수를 보면서, 외국인이어서 모르나 보다 하고 용인하거나, 아니면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뒤돌아서 역시 무식한 서양인이 상스럽다고 욕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를수록 무례해지기 쉽다. 상대를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또한 나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도 어려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노인이 울고 있는데, 그 옆에 앉아있던 젊은 외국인이 손을 잡으며, "영자, 왜 울어요?"라고 묻는다면 그 모습을 보는 한국인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저런 시퍼렇게 젊은 녀석이 감히 할머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고 기분이 확 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서양 사람들은 원래 나이가 많아도 서로 이름을 부르니까, 저 외국인은 한국말은 배웠지만 한국의 문화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모르는가 보다, 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에 그 외국인은 한국어도 할 줄 알고, 심지어 존댓말도 배웠지만, 그래도 젊은 사람이 노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는 우리 문화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무례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문화를 모른다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살면서 평생 외국에 한 번도 안 나가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꼭 외국 문화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들이라면, 게다가 비즈니스로 인해 외국인을 만나 식사를 해야 한다면 이런 매너는 익혀두는 것이 유리하다. 별거 아닌 문화 차이로 무례하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는다면 억울할 테니까 말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이 비비지도 않고 비빔밥을 먹거나, 쌈장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을 봤을 때에도, 모르는 척하거나 흉보기보다는, 우리의 음식문화가 그들의 것과 다름을 이해하고, 우리 문화를 소개하여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문화에 정답은 없다. 다만 다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문화는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국적이 다른 부부가 함께 살며 경험하는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어느 쪽 문화를 두둔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양지 부탁드립니다.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립니다.


#문화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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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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