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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정당성 상실했다" 1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은 이날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할 위원회가 이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구성 자체가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지 않고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해 기후 위기 당사자들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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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규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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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 세종시에 위치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아래 탄소중립위원회) 3층 사무소 현관문 앞에 10여 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이 모여들었다. 기후정의동맹, 녹색연합, 민주노총, 지역에너지 전환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주요 정책과 계획 및 시행을 위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주요 기능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기본방향 수립 ▲국가 비전 및 중장기 감축목표 설정 ▲ 탄소중립 관련 국민 이해 증진 및 홍보·소통 등이다.
이들은 탄소중립위 현관문에 붉은색 테이프로 X를 새겼다. 이어 준비해온 '밀실논의', '위법 구성' '기업 민원창구' '탄녹위 해체' 등 글귀를 빽빽하게 붙였다. 곧이어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탄소중립위원회 이런 곳은 필요 없다"고 썼다. 바닥에도 그림을 펼쳤다. 산자부 장관으로 보이는 정부 관계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불에 달궈진 지구를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헌납하는 내용을 담았다. 무슨 의미일까?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정당성을 상실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할 위원회가 이미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며 "구성 자체가 다양한 사회계층의 대표성을 반영하지 않고 경제단체와 기업을 대표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해 기후 위기 당사자들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도 공청회를 법정기한을 불과 3일 앞두고 공지한 데다 이해당사자와 대화와 소통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기본계획 내용도 터무니없다"며 "산업부가 제출한 초안에는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14.5%에서 5%로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 부문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런 정책으로는 결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도,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규탄 발언이 쏟아졌다. 기후정의동맹의 이현정씨는 "탄소중립위원회에 기후 문제의 당사자인 노동자, 농민들이 들어설 곳은 없다"며 "철저히 기업들의 민원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의 황인천씨도 "대통령은 기업의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모든 부처는 산업부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기업민원창구로 전락한 탄소중립위원회는 해체하고 감축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은 "이 나라가 외교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 이어 기후 참사를 향해 가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나서 윤석열 정부의 기후대응 역주행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역에너지 전환네트워크 신근정씨는 " '202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 톤 이하로,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14.5% 이상으로, 연간 45조 원 이상의 관련 예산 투입 등의 내용을 제1차 탄소중립 기본계획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환경운동연합 권우현 씨도 "가덕도 공항, 새만금 공항, 제주신공항,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비롯해 전국이 난개발로 생명의 위기 시대를 맞고 있다"며 "성장은 답이 아닌 만큼 허울뿐인 녹색성장을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 시간 동안 구호를 외치며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 누구도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한재각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당사자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밀실에서 기업의 요구만 반영해온 위원회의 불통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