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대형 화재로 대규모의 유해가스 및 공해물질이 대기 중으로 유출됐음에도 이에 대한 정밀조사 계획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며 환경단체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15일 논평을 내고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로 유출된 유해가스에 대한 주민 역학 조사 등 건강피해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한국타이어 대전공장(대덕구 목상동) 제2공장 12동 가류공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대전 2공장 8만 7000여㎡(축구장 48개 규모)전체와 21만 개의 타이어 제품이 모두 불에 탔다.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와 소방폐수가 방출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다행히 불은 잡혔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화재 원인 규명과 적절한 법적조치는 물론, 화재와 진압과정에서 유출된 화학물질로 인한 환경피해와 해결책 마련, 주민피해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000억 원의 보험을 통해 각종 보상이 가능하고 대덕구청이 주민피해를 접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수동적으로 피해 신청을 통한 보상이 아니라, 기업과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나서서 피해범위를 정하고 피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
이들은 "화재 당일 풍속과 유출된 화학물질의 양을 토대로 피해구역을 지정하고, 유독가스에 노출된 시간이 많았던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건강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며 "하지만 재난대책본부를 운영 중인 대덕구는 이러한 조사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21만 본의 타이어가 모두 불에 타면서 대규모 유독가스가 유출된 점은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집계나 피해상황 조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들은 "타이어의 경우 고무와 함께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따라서 연소과정에서 다양한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관할 지자체인 대전시와 대덕구는 이러한 피해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고, 조사계획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타이어 제작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연소되면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만, 타이어 자체를 제품으로 인식하면서 '화학물질 관리법'과 '대전광역시 화학물질 안전 관리조례'에는 화학사고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때문에 유출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평가와 관리 대책 등을 마련할 법적 근거가 없다. 대규모로 유해 물질이 배출되었지만 단순한 화재사고로 인식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해 물질이 배출되는 제품이 대규모로 유출되거나 소실되는 경우 화학물질 사고와 화재사고가 복합적으로 조치될 수 있는 법적 체계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9년 전인 2014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당시 소방폐수에 의한 수질오염 문제가 대두됐고, 이로 인해 이번 화재 시 수질오염에 대한 대응이 시행됐다"며 "따라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사고 시 유독가스 배출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준, 피해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15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이번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지역 주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화재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지역 사회 피해 복구를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있어서도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