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어르신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하는 조례안이 대구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16일 대구시가 제출한 '대구광역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한 심사를 유보했다.
대구시가 제출한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 조례안은 향후 5년간 도시철도는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고 시내버스는 만 75세에서 70세로 하향해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이날 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조례 개정으로 시내버스에 대한 무임 교통 지원이 가능하게 되지만 도시철도의 경우 현재 65세 이상 무임교통 지원 대상이 해마다 한 살씩 올리게 되면서 노인 복지가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만 건교위원장은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노인의 기준도 상향되는 상황에서 조례의 취지는 동감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혜택을 봐야 할 어르신들과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한 대비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위원들은 무임 교통 연령 상향으로 인한 노인 복지가 줄어들지 않도록 대구시에 대비책을 만들어 추가 보고하도록 했다.
이날 유보된 조례안은 오는 23일 다시 회의를 열어 대구시의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재논의를 거쳐 이번 회기 내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무임교통 연령 상향은 위법 소지, 조례 철회해야"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야당은 무임교통 연령 상향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를 참관한 대구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주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례안이 노인복지법 위반 소지가 있음에도 강행하려 한다"며 "대구시의회가 주도해 시민공청회 등을 개최해 시민의 공론을 모으고 그 결과를 반영해 정책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홍준표 시장에 대해 "일방적 강행을 멈추고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며 "노인 무임승차 연령 문제만이 아니라 초고령사회 노인의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 정책대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날 상임위가 열리기 전부터 대구시의회 앞에서 "만 65세에서 70세까지 무임승차 배제에 반대한다"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노인복지법상 무임승차 연령은 65세 이상"이라며 "지자체의 조례로 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보건복지부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대구시의회가 서둘러 결론을 낼 필요가 없다"며 조례개정안 유보를 촉구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대구시의 일방적 무임승차 연령조정은 아랫돌 빼서 윗돌 꾀는 식의 재정건전성만 앞세우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지하철 적자 원인을 노인 무임승차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로 DECD 회원국 평균(13.5%)보다 3배 이상 높은 상황에서 노인 연령과 이동권 문제는 지자체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대구시당도 논평을 통해 "무임교통 연령 상향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먼저"라며 "법령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반 소지가 다분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조례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노인회 대구연합회와 8개 지회는 무임교통 연령 상향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연합회 관계자는 "대구시 재정이 어렵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노동을 통해 수입을 갖고 있는 노인들도 있어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국 노인회 차원에서는 반대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역 사정에 맞춰서 가야 한다"며 "의견 차이가 있지만 지역 사정에 맞춰 따라 가야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