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변호사가 곧 발매 예정인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조갑제닷컴)를 통해 이른바 '논두렁 시계' 사건을 배후에서 지휘했던 인물로 정동기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목했다.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 변호사가 이 사건 배후와 관련해 "원세훈 원장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고 밝힌 바는 있지만, 이 과정에 청와대에 입김이 있었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변호사는 책에서 당시 국정원 직원들의 실명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책에는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원인이 상당 부분 당시 변호를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주장이 담겨 있어 큰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공개된 책 내용에 따르면 이 변호사는 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의 주검 위에 거짓의 제단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라고 주장했다.
"불구속하되 도덕적 타격 가하면 어떠냐"
'논두렁 시계' 사건은 노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선물로 받은 고가의 시계를 버렸다는 내용의 검찰 진술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결국 노 전 대통령 비극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5월 13일 SBS가 "권 여사가 1억 원짜리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최초 보도하면서 관련 보도가 대대적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 대해 이 변호사는 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4월 10일경 다시 정(동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피아제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어떠냐?" (…)
"수석님! 수사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4월 14일 퇴근 무렵, 국가정보원에서 검찰을 담당하는 ○○○ 국장과 대검찰청을 출입하는 ○○○ 요원 등 2명이 나를 찾아왔다. (…) ○ 국장이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 노사모가 결집하고 동정 여론도 생길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방문 조사하고, 불구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영장이 기각될 경우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탄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명품 시계 수수 사실은 언론에 공개해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 (…)
책에서 언급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구지검장, 인천지검장,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을 역임한 검사 출신으로 한때 감사원장에 내정되기도 하는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신임이 컸던 인사로 알려져 있다. 이인규 변호사와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이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바른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검찰 책임? 염치없는 일"... 윤건영 "검사 정권 믿고 날뛰는 행동"
그런데 이인규 변호사는 "문재인 변호사는 수사 책임자인 나는 물론 수사팀 누구도 찾아오거나 연락을 해 온 적이 없다"면서 "문 변호사가 변호인으로서 검찰을 찾아와 검찰의 솔직한 입장을 묻고 증거관계에 대한 대화를 통해 사실을 정리해 나갔더라면 노 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책에 함께 실었다.
심지어 이 변호사는 "도대체 문재인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정치적 동지요, 오랜 친구의 심정조차 헤아리지 못해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 한 문재인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검찰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까지 서술했다.
이에 대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변호사의 주장은 전관예우를 왜 활용하지 않았냐는 것"이라며 "검사들 접촉해서 정보도 얻고 방향을 왜 협의하지 않았냐라는 게 그게 바로 전관예우다. 정치검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일축했다.
또 윤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 정치 검사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대통령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고 간 정치검사가 검사정권의 뒷배를 믿고 날뛰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