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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대문형무소 현수막거리 조성 기자회견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앞 독립문 주변에서 열렸다
서대문형무소 현수막거리 조성 기자회견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앞 독립문 주변에서 열렸다 ⓒ 권우성
 
최근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일본기업의 강제동원 배상에 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주된 논거는 피고를 일본기업으로 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석동열 검사장의 주장과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사인(私人)인 일본기업을 피고로 한 대법원의 판결이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되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제사법재판소 판례에 기초해 검토하려 한다. 

원고 개인 vs. 피고 전범국

국가 간 청구권 협정이 마무리됐다면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어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2012년 2월 페리니판결문에 따르면, 독일국의 이탈리아인에 대한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에 관해 전쟁에서 패배한 독일은 1961년과 1963년 두 차례에 걸쳐 한일청구권 협정과 거의 동일한 이탈리아와 '국가사회주의(나치) 박해 조치의 대상이 되는 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보상' 협정 등을 맺고 이탈리아 국민에 대해 보상했다.

1998년 9월 전쟁포로였던 루이지 페리니씨는 이탈리아 법원에 독일국 정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1944년 8월 체포돼 독일로 끌려갔던 페리니씨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수공장에서 구금돼 강제노동했지만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2004년 3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국제 인권에 관한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국가간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탈리아가 독일에 대한) 사법권을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 독일이 이탈리아가 국제법상 국가면제 또는 주권면제의 원칙을 위반하였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

국제법상 국가면제(state immunity; 또는 주권면제: sovereign immunity)란 일국의 국내법원이 타국 또는 타국의 재산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 국가들을 서로의 재판관할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법규칙이다. 즉 피고가 국가일 때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as a fundamental principle of international law)의 원칙을 적용해 독일 정부의 승소로 판단했지만, 판결문 결론(Conclusions) 부분은 "법원(국제사법재판소)이 당사자들에 의해 어느 정도 길게 논의된 많은 질문들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명시했다.

특히 법원은 "이탈리아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제법이 개별 피해자에게 무력충돌의 법률위반에 따른 배상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해 국가가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원고 개인 vs. 피고 전범기업

국가 간 청구권 협정이 마무리됐다고 하더라도 사인 간의 소송으로서 국제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에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대상이 아니다.
 
불법행위의 피해자인 원고가 해당 법원의 국적자로 피고인 가해국 전범기업이 해당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면 국제사법의 원칙인 '밀접한 관련성'을 충족하여 피해당사자의 피해국 법원에 관할이 발생한다.

이 경우는 피고가 국가가 아니기에 주권면제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전형적인 사인 간의 소송이다. 즉 피해국의 개인이 가해국의 개인 또는 가해국의 전범기업을 상대로 배상청구를 하는 경우인데, 이때 피해국이 가해국과 협의해 피해국 국민의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소멸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바로 1965년 한일협정과 일본 필리핀 평화협정과 2차 대전 후 독일이 유럽 각국과 체결한 조약에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해서 피해국 국민의 개인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되냐의 문제다.

필리핀 역시 일본과 8억 달러 전후배상을 했지만, 강제노역을 당한 필리핀인이 일본 기업을 미국 법정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다. 독일은 피해당사자의 독일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국가의 주권면제 법리를 적용할 수 없기에 배상했다.

이처럼 국제법상 국가면제(state immunity; 또는 주권면제: sovereign immunity)는 피고가 주권을 가진 국가일 때만 적용되는 국제법상 원칙으로 사인(私人)인 전범 개인 또는 전범기업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즉 개인 vs. 국가는 피고 국가에 국제법상 주권면제의 원칙이 적용되어 배상청구권이 부정될 수 있지만, 개인 vs. 가해국의 개인, 개인 vs. 가해국의 전범기업은 그 어떤 국제법의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피해국가 피해 개인의 개별청구권을 가해국과의 협상으로 소멸시킬 수 없다.

국제법은 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지 사인 간의 분쟁을 규율하는 법이 아니기에 재판이 제기된 해당국가의 사법인 민법이 사인 간의 분쟁을 규율하면 충분하다. 정확하게는 사인간의 소송으로서 국제법상 국가간의 협의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 피해국가와 개별국가가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을 소멸시키면 이는 개인의 기본권(재판청구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위 협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국제사법재판소 역사상 대법원 강제노역 사건과 같이 피해 당사자 개인과 전범 기업의 사인 간의 소송에 관해서 피해국과 가해국이 원고와 피고가 되어 국제사법재판소가 판단할 판결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오히려 일본이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때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자고 해서 한국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현행 국제사법재판소 규정상 '국가' 만이 국제사법재판소를 이용할 수 있는데, 개인-전범기업의 소송에서 피해국과 가해국이 사인 간의 소송을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다루는 것은 관할권이 없기에 소송요건의 흠결로 '각하' 당할 수 있다.

제3자 배상안, 일본국의 대한민국의 사법권에 주권침해 용인

이번 사안의 가장 큰 잘못된 점은 대한민국의 주권적 작용의 핵심인 사법부의 판결을 일본국이 한국 행정부에 압력을 넣어 해결하려고 했고, 윤석열 정부는 그러한 주권침해를 용인했다는 것이다.

이는 임진왜란 때의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바로 일본국의 군대를 부산에 상륙함으로써 영토주권을 침범하여 한국정부와 한국민 전체가 침략이라고 바로 느끼게 만들어 강력한 민족적 저항을 일으켜 침략에 실패했던 방식이 아니다.

1875년의 운요호 사건처럼 일본이 한국에 대하여 침략할 때 1876년 강화도조약을 통해 주권 중 일부인 통상권, 해안측량권, 치외법권등에 대한 강탈로 주권 중 일부를 침해해 한국정부와 한국민 전체가 이를 침략이라고 느끼게 하지 못하게 하여 성공했던 방식과 동일한 셈이다. 
 
즉 이는 우리가 불과 100년 전 한국이 일본에 주권을 강탈당했던 방식으로서 도화지에 물감이 스며들듯이 천천히 아주 조금씩 한국의 주권을 강탈해 이를 한국정부와 한국민 전체가 동시에 침략이라고 인지를 못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동시에 이는 주권을 강탈당하는 측을 분열하고 끊임없이 대립시키며 일본에 유리하게 주권을 내어 주는 한국의 위정자에게 정교한 방어 논리를 제공한다. 피침탈자의 조직적이고 강력한 민족적 저항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들면서 가장 효과적인 국권침탈 방식이다.

일본은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할 권리도 권한도 없다. 일본은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판결은 오직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만이 비판할 수 있다. 사법부 역시 외국 정부의 목소리가 아닌 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때때로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판결에 동의할 수 없어서 우리 사법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사법주권과 사법부가 외국으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면 우리가 사법부를 지켜주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의 강제동원 배상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협의해 일본기업에게 사실상 치외법권을 부여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법부의 판단에 일본이 한국 행정부에 압력을 넣어 해결할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일본기업이 대한민국 법정에서 법리와 근거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주권 중의 일부인 사법권을 행사하는 대한민국 판사를 설득해야 할 문제다.

#제3자 배상안#국제법#을사늑약#윤석열#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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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변촌 경북 영주시의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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