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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읍내에 유일한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는 한 반 학생 수가 40여 명에 육박한 기억이다. 두 반에 80여 명 정도였다. 전출입이 거의 없다 보니 사실상 6년을 오롯이 함께 다녔다. 여기에 중학교 3년까지 동행하니 9년 동창은 기본이다.

그래서일까. 졸업 후 40년이 지나 만나도 동창 대부분 얼굴은 물론이고 이름도 명확하게 기억한다. 그 기억이 워낙 또렷해 외모에서는 세월 흐름이 느껴지지 못할 정도다.

학교별 학부모 총회가 한창이다. 취재도 할 겸 겸사겸사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개교 당시만 해도 1000여 명에 육박했던 재학생이 꾸준히 줄고 있단다. 주변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저출산 여파에 입학생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총회장을 찾은 학부모는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학생 수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학년 학생 수를 감안해도 학부모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교장이 귀띔해준다.

총회에서는 한 해 동안 학교 운영방안 전반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가 생활하는 교실과 학교 시설을 돌아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그뿐인가. 1년을 함께 소통할 담임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도 짧지만 허심탄회하게 이뤄진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2년여 만에 열렸지만 총회 자리는 그리 붐비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 등등 여러 이유로 이해해 보려 하지만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매년 학생 수가 감소하니 참여할 학부모 수 자체가 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 근본적인 문제에 안타까움이 더할 뿐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랬다. 봄이면 소풍, 가을이면 운동회 여기에 졸업을 남기고 떠나는 수학여행까지. 이 단어 자체가 학교생활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큰 행사였다.

이는 그저 아이들만이 즐기는 잔치는 아니었다. 학생을 둔 가정이면 소풍날을 맞아 기분 좋게 김밥 잔치를, 수학여행을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아이 마중에 나서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운동회는 '학교'보다는 '마을'이란 접두어가 더 잘 어울릴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즐겼다. 총회나 상담 같은 형식은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그렇게 교육공동체 간 소통은 자연스러웠다.

최근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 폭력을 주제로 피해를 본 학생이 가해자를 찾아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현실에서는 쉬 일어나기 힘든 복수극이지만 그래도 시청자는 상당히 통쾌해하며 박수를 보냈다.

최근 임명된 한 고위 관료 아들 학폭 문제까지 밝혀지자 우리 사회 관심사는 다시 폭력이다. 폭력은 아주 은밀하게 이뤄진다. 그래서 제아무리 관리 감독을 해도 사각지대는 분명히 있다.

어느 한 초등학교 담임 하소연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움이 느끼지는 현실이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이른 등교를 자제해줬으면 한다는 속내다. 이유는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른 시간 조금 더 친구와 마음 편하게 어울리는 즐거움을 막아야 한다는 속상함과 위험을 우려하는 그 심정이 오죽하겠나.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만큼 공동체 관심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만은 안 된다' 아니 '우리 자식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는 막연한 믿음을 넘어, 모든 아이는 한 치 오차 없이 소중한 누군가의 자녀라는 공감대가 다시 우리 사회에 퍼져야 할 것이다.

용인시가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지속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구감소는 대한민국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로 와닿고 있다. 용인시라고 피할 수 있는 현실이 아니다. 2023년 각 학교는 신입생을 맞았고, 또 새 학기가 시작됐다. 부모는 언제나처럼 바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을 게다.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사이,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관심이 바라고 있지 않을까. 오갈 곳 없어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는 또 있지 않을까. 절대 있지 말아야 할 괴롭힘과 폭행을 두려워하는 아이들 역시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다시 되돌아 본다.

임영조 용인시민신문 기자
 
 임영조 기자
임영조 기자 ⓒ 용인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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