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악스러운 점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노력을 전부 윤석열 정부 이후의 미래로 떠넘겨 버렸다는 점입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 21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대해 내린 평가다. 앞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는 국내 산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을 14.5%에서 11.4%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기술개발·국제협력을 통한 감축을 늘리기로 한 것이 주된 골자다.
장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제 발표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사실상 기후위기로 인한 파멸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선언과 다름없는 내용"이라면서 윤석열 정부가 남은 임기 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최소화하면서 다음 정부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그는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 가운데 정작 2023년에서 2027년까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감축량은 8%뿐이고, 나머지 25%는 전부 그 이후에 3년으로 몰아넣었다"며 "특히 마지막 해의 감축량은 전체 감축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 탄소 예산은 빚까지 끌어와 전부 담겨 쓰고 그 청구서는 다음 정부와 국민들의 몫으로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산업계 이해에 완전히 휘둘리는 정부, 기후위기 대응예산도 GDP의 1% 안 돼"
장혜영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역시 사실상 고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2021년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했던 NDC(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서도 상용화되지 못한 탄소 포집 기술과 국외 감축분으로 밀어넣은 감축분인 10%를 빼면 실질 감축률은 30%에 불과한데 이번(기본계획)에는 탄소 포집 기술과 국외 감축분의 분량이 더욱 늘어 실질 감축률도 29.2%로 줄어들었다. 산업 부문에서 줄인 감축분을 대부분 탄소 포집 기술과 국외 감축으로 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실상 (탄소 포집 기술·국외 감축 등) 이 두 사업의 현재 실적은 전무하다. 그야말로 물 떠다 놓고 비는 수준의 계획에 5000만 톤에 달하는 감축량을 떠넘긴 셈"이라며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산업계의 이해에 완전히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 "산업 부문에 배정된 감축 비율은 14.5%로 다른 부문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인데 윤석열 정부는 산업자본의 부담을 들어 이번 기본계획에서 이를 11.6%까지 깎아주었다"면서 "독일은 산업 부문에 대하여 같은 기간 37%의 감축목표를 부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산업자본 밀어주기의 해악은 또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기업 밀어주기를 하느라 감세정책을 남발한 탓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편성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며 "GDP의 1%도 되지 않는 연간 18조 원, 5년 간 90조 원은 기후위기라는 유례없는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2022년 한 해에만 52조 원, 2026년까지는 247조 원의 기후 대응 목적의 기금을 편성했다. 연간으로 치면 100조 원, 한국의 5배"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돈 잘 버는 반도체 대기업들에겐 산업용 전기 명목으로 전기요금도 깎아주고 법인세도 깎아주고, 대통령 명령으로 이제 5년 간 7조 원에 달하는 투자 세액공제도 팍팍 만들어주고 NDC까지 조정해 탄소배출도 더 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정작 모든 대한민국 시민과 인류를 위한 탄소중립에는 연간 18조 원조차 제대로 배정하지 않는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지 이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저 살던 대로 살겠다는 기후위기 방관 선언, 국회 결코 좌시해선 안 돼"
장혜영 의원은 이러한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고치기 위해 국회에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제 발표된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살던 대로 살겠다는 기후위기 방관 선언"이라며 "2021년에 만들어진 탄소중립기본법의 취지를 이렇게 정면으로 위배하는 기후위기 방관 선언을 국회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송두리째 다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주 승인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는 '우리의 대응이 지금 이대로라면 파멸을 막기 위해서 허용된 산업화 이전 대비 1.5℃ 기온 상승을 훌쩍 넘어서 2.8℃ 온도 상승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며 "안토니우 구케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이미 지옥행 급행 열차를 타고 있지만 열차를 멈출 힘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