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보고서 대부분의 내용이 인터넷에 나와 있는 글이나 기사를 통째로 베끼거나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의 세금을 들여 사실상 '끼리끼리 패키지 관광여행'을 다녀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대전시당)은 22일 제9대 대전시의회 해외연수 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그 대상은 지난 해 12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 동안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 3개국을 다녀온 행정자치위원회 해외연수 보고서와 같은 달 19일부터 26일까지 8일 동안 스페인과 프랑스를 다녀온 산업건설위원회 해외연수 보고서다. 각각 해외연수 비용은 4000만 원과 4100만 원이 소요됐다.
대전시당은 해외연수 보고서 분석 결과를 한마디로 "민생을 뒤로 하고 거액을 들여 추진한 대전시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결국 묻지 마 해외관광여행, 끼리끼리 패키지여행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1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으로 다녀온 해외 연수보고서가 인터넷에 게시된 자료를 거의 토씨 하나 들리지 않고 베끼거나 일부 다른 기관의 국외 공무 연수 결과 보고서를 표절·짜깁기했다는 것. 심지어 전임 시의원들의 보고서를 그대로 옮겨 놓기도 했다고 대전시당은 밝혔다.
구체적인 베끼기·짜깁기 사례를 살펴보면, 우선 30쪽에 달하는 산업건설위원회 보고서는 타 기관과 전임 시의회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각종 언론 보도 등을 짜깁기했다.
보고서 내용 중 ▲바르셀로나 트램과 관련한 내용은 2016년 대전시 시의회 해외 연수보고서를 짜깁기했고, ▲라발지구는 2017년 대전시의회 연수 결과보고서와 경북 성주신문이 2019년 기획 보도한 '바르셀로나 라발… 우범지역이 청춘들의 명소로 거듭나다'라는 기사를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소개한 ▲바르셀로나 22@혁신지구는 지난 2021년 7월 광주시 북구청 대학타운형 재생뉴딜사업센터가 작성한 도시재생사례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뿐만 아니라 ▲이시레몰리노지구는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시공사의 국외 출장보고서를 ▲소피아 국립 박물관은 광주일보가 2017년 보도한 '도시재생 모범 사례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를 글자 한 자 틀리지 않게 베꼈다고 대전시당은 밝혔다.
37쪽으로 된 행정자치위원회 보고서 역시 베끼기와 짜깁기 투성이다. 일정의 대부분이 관광명소로 채워져 있는데 루브르 박물관, 스위스 루체른, 베르사유궁전, 알렉상드르3세 다리 등의 내용을 대부분 위키백과나 나무위키를 그대로 베끼거나 짜깁기했다.
더욱더 경악스러운 것은 방문지를 보고 적은 의원들의 느낀 점과 시사점마저 이쪽저쪽에서 짜깁기해서 붙여 놓은 허접한 수준이라고 대전시당은 밝혔다.
대전시당은 또 대전시의회 해외 연수 중 기관 방문 등 공식행사가 1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사전에 관련 기관을 방문하는 일정과 전문가와의 면담 등을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저 가이드를 따라 관광지를 방문하고 트램을 타고서 왔다갔다만 하고 돌아왔다는 것. 이는 여행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관광 여행을 다녀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대전시당은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행정자치위원회 당초 계획에는 로마관광청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현지에서 일정을 변경해 콜로세움과 개선문 등 관광지를 둘러봤다며, 사전 약속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비판여론을 의식해 일정표에 거짓으로 포함시킨 것 아니냐고 대전시당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대전시당은 "제9대 대전시의회 첫 해외연수는 여행사 선정 의혹과 부실한 계획, 끼워넣기식 기관 방문 등 출발 전부터 제기됐던 각종 우려가 결국은 현실로 나타났다"며 "형식은 해외연수지만, 내용은 의원들끼리 즐긴 크리스마스 해외여행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을 알기 위해 왜 1인 400만~500만원씩의 예산을 써가며 해외 연수를 가야 하느냐"며 "이러한 부실한 계획에 의한 패키지여행 성격의 해외연수는 가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전시당은 끝으로 "패키지 여행성격의 해외연수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세밀한 프로그램 등으로 선진 지방자치를 제대로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의원들의 해외연수 심사도 짬짜미하듯 하지 말고 꼼꼼하게 해야 한다. 시민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는 당당한 해외연수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7박 9일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로 해외 연수를 다녀왔으며, 교육위원회는 2월 21일부터 3월 1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독일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