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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5%포인트로 확대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문서가 띄워져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2023.3.23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1.5%포인트로 확대된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문서가 띄워져 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는 2000년 5~10월(1.50% 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게 됐다. 2023.3.23 ⓒ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각) '베이비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았다. 갑작스런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시작으로 전 세계 크고 작은 은행들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등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긴축 속도를 조절한 셈이다.

시장은 이번 발표가 '비둘기(Dovish, 완화 선호)' 성격이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금리인하는 없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지난 밤 나스닥 증시는 1.6%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이번 결정이 국내 경기에도 '완화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인상이 끝나간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p 높은 4.75~5.00%로 올린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연준은 "최근의 상황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여건이 더 긴축적으로 변해 경제 활동, 고용 및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FOMC는 입수되는 정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SVB나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세계 각국 은행들의 파산이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정책결정문엔 "최근 몇 개월 동안 고용이 증가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도 담겼다. 반면 지난번 FOMC 정책결정문에 담겨 있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이 삭제됐다. 시장에서 이번 결정을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다만 연준은 "FOMC는 시간을 두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일부 추가 긴축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추가 금리 인상을 암시한 표현이다.

연준은 이번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최종금리 전망치를 5.1%로 전망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가운데 10명은 올해 기준금리 수준을 5.00~5.25%로 내다봤다. 나머지 3명은 5.25~5.50%를, 또 다른 3명은 5.50~5.75%를 예상했다. 그외 두 명이 각각 5.75~6.00%와 4.75~5.00%를 예측했다. 

파월 의장 "금리인상 중단까지 생각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연준이 3월 FOMC에서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지는 금리 인상에도 지난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상승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고용시장도 여전히 활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내 16위권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파산으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뱅크런'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금리인상 기조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정부는 고객이 맡긴 예금을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까지 대출하겠다며 진정에 나섰지만 스위스 2위 은행인 CS까지 연쇄적으로 파산 위기에 놓이면서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부각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은행 사태를 통해)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 중단'을 고려하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주간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인플레이션은 계속 강세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진행 경로가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고 신용여건에 상당한 긴축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들의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은행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금융안정 수단, 특히 재할인창구나 최근 새로 도입한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등 대출제도에 초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당초 시장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최종금리는 현 시점보다 0.25%p 높은 5.0~5.25%로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연준은 최근 일부 지역 은행 스트레스로 인한 신용 여건의 긴축을 인정하고 몇주 전 예상보다 최종금리 수준을 낮추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BOA는) 6월 인상을 더 이상 예상하지 않는다. 5월 0.25%p가 추가 인상된 후 최종금리는 5.0~5.25%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 투자은행(RBC)역시 이번 금리 인상과 관련 "'완화적인 0.25%p 인상으로 연준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연준은 만장일치로 0.25%p를 인상했지만 '일부 추가 정책 긴축이 적절할 수 있음'이라고 언급하는 등 추가 인상에 대한 어조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이날 "연내 금리 인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로 인해 나스닥은 1.6%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1.65%, 1.63% 만큼 하락했다.

끝나가는 금리인상...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양양현 국제총괄팀장, 박구도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3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양양현 국제총괄팀장, 박구도 금융안정기획부장, 이종렬 부총재보, 김인구 금융안정국장, 임광규 안정총괄팀장, 이정연 안정분석팀장 ⓒ 한국은행
 
한은은 이날 연준 기준금리 결정이 우리 경제에 "완화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3월 금융안정 상황' 발표 관련 브리핑에서 "투자은행쪽에선 파월 의장의 말을 보고 추가 인상 폭이나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날 연준 결정만 보면 금융시장 여건에 완화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가 역전되고, 그 차이가 1.50%p까지 벌어진 건 지난 2000년 이후 22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양양현 한은 국제총괄팀장은 외화 유출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에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약화됐지만 채권은 국고채 위주로 약간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SVB나 CS 파산 등 국외에서 벌어진 '은행 사태'가 국내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 또한 낮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은 SVB 등과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유동성 및 건전성 상황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여건 변화가 국내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주요국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기준금리#미국#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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