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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14일(금) 세종정부청사에서 기후정의파업이 펼쳐집니다. 전국 곳곳에서 ‘나의 하루를 멈춘’ 이들이 모여 기후정의 대정부 투쟁을 펼칩니다. ‘사회공공성 강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하자’,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생태학살을 멈춰라’를 외치며 13개의 구체요구들을 내걸었습니다. 오직 기업과 자본의 이해에만 봉사하는 정부의 폭주를 막아야 합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는 이번 기후정의파업의 요구와 주장을 알리기 위한 총 8회에 걸친 기획연재를 시작합니다.(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https://april4climate.tistory.com/)[편집자말]
 서울의 한 주택가 길가에서 볼 수 있는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이다
서울의 한 주택가 길가에서 볼 수 있는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이다 ⓒ 정록

지난 1월, 2월은 가구당 크게 오른 난방비로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았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물가에, 대출금리까지 치솟은 마당에 청구된 난방비는 정말 폭탄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올해 1월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작년 동월 대비 28.3%나 올랐다. 인상 전에도 한 겨울 가스요금은 10만 원이 훌쩍 넘곤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정부는 2분기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면서도 전기와 가스요금은 계속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정부는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국민들에게 에너지물가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문제들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듯 보이는 여야지만, 에너지 요금 문제에서는 사실상 같은 입장을 취한 것이다. 요금 인상은 어쩔 수 없고, 취약계층을 지원하면 된다는 것이다.

언론들도 한목소리로 요금 인상의 불가피함과 취약계층 지원 필요성을 반복했다. 그 밑에는 에너지 공기업 적자 해소와 저렴한 요금이 에너지 낭비를 야기한다는 논리가 강력히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공기업이 일반 사기업처럼 적자를 해소하고 이윤을 남겨야 하는가?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낭비의 주범이 시민들인가? 저렴한 에너지요금은 시대착오적인가?

에너지가 무엇이어야 하는지부터 묻자

지난해부터 한전과 가스공사의 엄청난 누적 적자 문제가 불거졌다. 2022년 말 한전의 적자는 32조 원, 가스공사 미수금은 9조 원에 달했다. 언론들부터 난리가 났다. 지금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기업들이 오직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버티고 있다며, 에너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의 정치논리가 경제를 왜곡한다며, 이제 에너지도 쓴 만큼 지불하는 '정상적인 상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상품이어야 하는가? 이는 에너지가 판매해 이윤을 남겨야 하는 재화여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유무형의 사회적 재화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 다양한 자원이 소모되며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삶의 필수재로서 에너지와 이윤을 남기는 상품으로서 에너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에너지가 이윤을 남기는 상품이 된다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가능한 많이 생산해서 판매할수록 매출과 이윤이 커진다. 에너지 대량생산-다소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은 이제 지불 능력에 따라 접근 가능한 상품이 된다. 아니, 필수재인 에너지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다른 소비를 줄이는 궁핍한 삶을 살게 된다. 

그래서 에너지는 의료, 교육, 교통처럼 일반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돼선 안 되는 대표적인 공공영역이었고 부족하나마 한국 역시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전이 시장경쟁을 거부하는 독점이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공공성을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이다. 한전의 적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비롯된 적자인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의료, 교육, 교통, 복지 등에서 국가의 재정책임을 강조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한전과 가스공사는 일개 기업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을 책임지는 핵심적인 국가기관이다. 에너지 없이는 단 하루도 존엄한 삶을 유지할 수 없기에 에너지는 필수재이자, 기본권이다. 그리고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사회공동체가 함께 생산, 소비하고 관리하는 공공재로서 에너지의 새로운 과제를 확인하게 된다. '전체 에너지 수요감축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에너지 공기업 적자는 대기업 지원의 결과
 
 공공부문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공공요금 인상-물가폭등 시대에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공부문 노동자와 시민사회가 공공요금 인상-물가폭등 시대에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2021년 기준, 전체 전력 사용량의 55%는 산업용 전기이며, 주택용은 15% 정도이다. 2020년 기준 가스 사용 역시 산업부문과 발전부문이 66%에 이른다.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은 산업·상업용 소비이며, 그 소비의 주체는 '자본'이다. 생산과 매출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경쟁이 일상인 자본의 입장에서 에너지 수요감축은 자발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모든 기업과 자본에게 해당되는 사회적 통제와 제한만이 유일한 수요감축방안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제한하기는커녕, 공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감당하면서 에너지 요금을 할인해줬다. 또한 한전에 전기를 파는 민자발전사들은 작년 상반기에만 2조 원에 이르는 이익을 봤다. 10대 대기업들은 최근 5년간 4조 2000억 원에 이르는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일반 가정에서도 누진요금을 내는데 에너지 다소비 대기업들은 오히려 할인을 받은 것이다.

필수재로서 가정용 전기요금과 이윤을 위한 상품생산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산업용 요금이 비슷한 것도 문제다. 기후위기 시대에 필수적 에너지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기업의 에너지 수요는 반드시 대폭 축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를 통해, 대기업들은 필수재 유지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으로 산업·상업용 에너지를 사용해 온 것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요금을 인상하면 기업들이 에너지를 아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사용한 에너지 비용을 공기업 적자 형태로 사회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수급불균형을 고려한다면,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의 상당부분은 대기업과 자본에 대한 각종 지원책의 결과였다. 그런데 이제 그 적자를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메우려는 것이다.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에너지 기본권, 주거권 보장 필요
 
 <공공요금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자시민 부산행진>이 진행 중이다.
<공공요금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자시민 부산행진>이 진행 중이다. ⓒ 강언주
 
대기업의 에너지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지금 당장 벌어지는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전가를 막는 첫 걸음이다. 기업은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보다 이를 상품 가격에 반영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산업·상업용 에너지 수요를 실제로 줄이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업의 생산활동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와, 이윤이 아닌 사회적 필요에 따른 생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끊임없이 몸집을 불리기만 하는 자본에 재갈을 물리고 통제하지 않으면 에너지 수요감축은 한낱 공상일 따름이다. 

반면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전기·가스 요금의 일률적인 인상은 결국 에너지 시장화, 민영화를 촉진하고 에너지 시장을 팽창시켜 기후붕괴를 앞당기고 시민들의 삶을 궁핍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맞서는 기후정의의 대안은 분명하다.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통한 에너지 수요 감축이 한 축이라면 상품이 아닌 필수재, 기본권으로서 에너지와 주거권 보장이 다른 축이다.

특히 주거권 보장은 에너지 수요효율화의 핵심경로가 되어야 한다. 요금을 인상하면 에너지를 절약할 것이라는 현실에도 맞지 않는 시장 논리가 아니라,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아도 쾌적한 주거에 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비싼 주거가 에너지 효율도 좋은 주거인 현실에서 에너지 빈곤은 주거공공성을 세울 때 해소 가능하다. 

또한 에너지 기본권은 정부나 언론에서 말하듯이,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복지정책으로 보장될 수 없다. 에너지가 구매력에 따라 접근 가능한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되고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필수재이자 기본권이어야 한다. 권리는 잔여적이거나 선별적이어서는 안 된다. 가격 정책으로 에너지라는 기본권을 빼앗은 다음,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책을 우리는 '보편적인 권리'라고 하지 않는다. 

에너지 기본권의 또 다른 중요한 성격은 바로 에너지가 사회공동체가 함께 생산, 소비하고 관리하는 공공재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동시에 사회적 통제와 계획 속에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작동한다. 지불능력이 있다고 해서 대기업이 마음껏 사용하는 재화가 될 수 없으며, 자본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사회적 통제도 에너지 공공성의 관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기후위기를 겪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사회공공성이 절실하다.  

4월 1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외치자

4월 14일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이 펼쳐진다. 주요 요구로 '대기업 에너지 요금 대폭 인상과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 요금 인상 철회'를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 기조 속에서 작년부터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분명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자.

기후위기 속에서 등장한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지금 '무엇에 맞서 누구와 함께 싸울 것'인지 묻고 있다. 강력한 에너지 사회공공성 투쟁으로 자본의 에너지 사용을 통제하고, 시민들의 필수적 에너지 이용을 보장하며 공공이 주도하는 신속한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자!
 
 414기후정의파업 포스터
414기후정의파업 포스터 ⓒ 414기후정의파업조직위

#414 기후정의파업#전기가스요금 인상#에너지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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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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