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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서 업로드한 주69시간 코믹숏무비
유튜브 채널 '너덜트'에서 업로드한 주69시간 코믹숏무비 ⓒ 유튜브 화면 캡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 69시간을 다룬 유튜브 동영상 한 편이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재밌는 영상을 주로 올리는 유튜브 채널 <너덜트>는 24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https://youtu.be/Ct-9YyEQpeg)'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섬네일에는 '주 69시간'이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었다. 

영상은 "일이 많을 때는 바짝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쉴 수도 있는 아주 탄력적이고도 유연한 주 69시간 근로제를 우리도 실시한다"라는 사장의 말로 시작한다. 

대리는 주 69시간 근로제 도입에 "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네"라며 한숨을 쉰다. 그러자 사원은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야근 계속하면 돈도 더 받을 수 있잖아요"라며 오히려 대리를 이상하다는 듯 쳐다본다. 

대리는 '우리 회사는 야근해도 수당이 나오지 않는 포괄임금제'라고 설명한다. 그제야 사원은 "이 정도면 사기 아닌가요"라고 화를 내면서도 "그래도 주 69시간 다 일하고 다음 주 내내 쉬어버리면 우리한테 이득 아니냐"라고 반문한다. 그러자 대리는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우리는 중소기업이라 안 된다"고 말한다. 

사원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대리는 '누군가 쉬면 대체 인력이 없다.', '연차도 쓰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 일이 없는 날이 없다' 등의 이유를 열거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 유튜브 화면 캡처

1분 49초까지의 영상 중 사원의 말은 주 69시간을 홍보하는 정부의 주장과 같다. 대리의 입을 빌려서는 사원(정부)의 홍보 내용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특히 "MZ들은 뭐 권리의식이 강해 사장 나와라 하면서 알아서 받아내래요"라는 대리의 말은 지난 9일 이정식 고용부노동부 장관이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비꼬는 대목이다. 

앞서 이 장관은 "요새 MZ세대들은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느냐'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합원이 MZ세대인 새로고 노동자협의회는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국제 사회 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반대한다"며 주 69시간 근로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 모티터에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가 나와 있다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 모티터에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가 나와 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영상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주69시간 제도 도입 4주 차, 연일 계속된 야근으로 대리는 의자에서 졸고 있고 사원은 고용노동부가 만든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를 본다. 

"대리님! '열심히 일한 나, 충전 타임'이라고 돼 있는데 우리는 충전 타임 언제 주는 거예요?"

"나만의 휴가라고 적혀 있는데... 나만의 휴가에 주말이 포함돼 있네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연장근로 도입 근무표에 있는 충전타임, 묻지마 칼퇴근이 현실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 69시간 제도 도입 6주 차, 견디다 못한 대리는 사장에게 다음 주는 쉬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사장은 "휴가를 쓴다고? 그러면 일은 누가 하느냐"며 다그친다. 

대리는 "주 69시간이어도 매주 69시간 근무시키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한다. 사장은 "지금 유 대리랑 나랑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지금 숫자 놀이하자는 거야"라며 대리의 말을 무시한다. 대리는 "주 52시간일 때는 60시간이더니 69시간이 되니까 74시간이 됐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69시간 근무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주69시간 근무표 ⓒ 온라인커뮤니티 화면 캡처

<너덜트>의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주 69시간 근무표에 있는 '근무→야근→기절→병원'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만든 영상 버전이다. 

유튜브에 주 69시간 영상이 업로드되자 댓글이 3천 개가 넘게 달렸다. 댓글의 대부분은 현실을 풍자한 코미디라는 극찬과 함께 주69시간을 반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번 영상만큼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 같네요. 이렇게 제대로 집어주는 풍자 영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누구한텐 밈일 텐데 당사자 입장에선 극사실주의 공포 다큐멘터리네요. 어쩜 이렇게 소름 돋게 우리 대표랑 똑같은 말을 하지..."

"풍자적으로 잘 만들어주셔서 웃긴 장면인데도 너무 진지하게 봤어요ㅜ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화가 나네요."

"진짜 간만(오래간만에)에 등장한 정말 제대로 된 풍자물이다. 본론부터 곁가지 망언들까지 아주 하나하나 제대로 때려버리네."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너덜트 영상의 한 장면 ⓒ 유튜브 화면 캡처
 
외근을 나간 대리는 택시 안에서 휴가를 갔다가 자기 자리가 사라지고 신규 인력이 대체되는 꿈을 꾼다. 놀라 잠에서 깨고 회사로 복귀한 대리는 사장이 "관두려고?"라는 말에 "아니요. 안 관둡니다"라며 손사래를 친다.

대리의 표정은 아무리 회사가 야근을 강요하고 병원에 갈 정도로 아프고 기절해도 사표를 낼 수 없는 직장인의 비애를 그대로 보여준다. 

주 69시간을 강행하려는 정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너덜트>의 영상을 꼭 보고 직장인들의 현실을 느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주69시간#너덜트#직장인#윤석열#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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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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