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00만 명 이상이 찾는 경주 관광의 중심 대릉원. 대릉원 앞에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차려 입고 경주 사적지를 누비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경주역사유적지구 내 국보 제31호 경주 첨성대와 아름다운 봄꽃으로 잘 가꾸어진 동부사적지대 꽃밭단지 그리고 젊음의 거리로 활기를 찾고 있는 황리단길이 있어 더 그렇다.
한복은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도 즐겨 입는다. 한복 특유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 때문이다. 아직은 국내 관광객이 많이 입고 다니지만, 코로나19로 닫혔던 국제선 하늘길이 활짝 열리면서 외국인 방문객도 한복을 즐겨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복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다
기자는 지난 25일 오전,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스케치를 위해 경주 대릉원을 먼저 찾았다. 대릉원은 화사한 연분홍 벚꽃과 새하얀 모습의 목련이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이 봄꽃 여행지로 많이 찾는다.
먼저 경기도 안양에서 대릉원을 찾은 4명의 방문객과 마주했다. 한복을 입었는데 각자 한복의 모양이 다르다. 대화를 해보니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강했다. 한 사람은 우아한 우리 고유의 '전통 한복'을, 또 한 사람은 경주에 온 기념으로 '신라시대 한복'을 입고 싶었다고 한다.
나머지 두 명은 색상이 아름다운 '테마 한복'을 입었다. 사진 촬영에도 흔쾌히 응해 주었다. 신라한복을 입은 방문객은 포즈도 신라인의 기상이 느껴질 정도로 기품이 있다.
'신라한복 입는 순간 비틀스급 인기 누릴 수 있다.'
'신라한복 입고 돌아다니다가 루마니아 외국인 관광객 30명과 사진 찍었다.'
'신라한복 대여해 입고 다니면 모두가 성골 보듯 합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경주에 가면 신라한복 꼭 입으세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경주에서 신라한복을 입은 시민, 관광객이 자주 목격되었다.
붉은색 신라한복을 입고 부산에서 경주를 찾은 커플 방문객을 대릉원 대나무숲 앞에서 만났다. 붉은색 커플 신라한복을 입고 있어 물었더니 "경주의 신라한복이 유행이고 한복 집에서 추천을 하여 입었다"고 한다. 대릉원 산책은 길만 걸어도 고즈넉하고, 고분 전체 모습이 예쁜 곳이다. 두 분이 손을 맞잡고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게 보였다.
신라한복 외 궁중한복을 입은 외국인의 모습도 보인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마리아씨를 대릉원 옆 황리단길에서 만났다.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있어 물어보았더니 뜻밖의 대답이다. 필리핀에서 즐겨보던 K-드라마를 보고 입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가면 반드시 사극 드라마에 나온 울긋불긋한 문양의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마리아씨는 한복만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옥 기와집에도 관심이 대단했다. 기와집 앞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어 직접 확인도 하고, 다양한 포즈로 촬영하는 열정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대구에서 온 대학생 방문객은 황리단길 한복집 앞 사진 포인트에서 만났다. 한복을 입은 목적은 경주 추억여행 기념 의미도 있지만, 소셜미디어에 한복을 입고 고운 맵시를 뽐낼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평범한 걸 싫어하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의 모습을 여기에서 본다.
부산과 인천에서 대릉원을 찾은 방문객들도 만났다.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지로 경주를 방문했는데, 학창 시절 옛 추억을 떠올리며 교복 대신 요즘 유행하는 테마한복과 신라한복을 입었다고 한다. 모두들 한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대릉원 고분을 거닐고 있는 외국인 한 분을 만나 우리 고유의 한복에 대한 평가와 느낌을 물어보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온 타이론(Tyrone, 29) 씨가 엄지를 치켜 세우며 한복을 한마디로 대변해 준다.
"호주는 한복과 비슷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것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특하다 생각했다. 저는 오래된 전통적인 모습을 싫어하지만, 일반적으로 한복은 매우 예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무엇인지 특정하기가 어렵다. 특히 여러 가지 모양의 한복의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정말 멋져 보인다. 그래서 저는 한복을 좋아한다."
한복 대여점 운영 실태 및 대중화 시급
경주에는 대릉원과 황리단길 주변에 한복 대여점이 많이 산재해 있다. 호황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생계를 이어가던 한복 대여점이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국내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닫혔던 하늘길이 하나씩 열려 조금은 희망이 생겼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노마스크가 확대되는 등 방역수칙이 완화됨에 따라 국내 관광객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한복 대여점도 조금씩 손님이 찾아와 희망적이다. 한복집 점주는 기자에게 지금과 같이 국내외 여행이 활성화되어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기대를 안고 살아간다고 전한다.
대여 가격은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복은 전통한복/테마한복/신라한복으로 구분한다. 한복 대여 비용은 대여시간에 따라 1만 원에서 3만 원선으로 대여점마다 크게 차이는 없는 편이다. 신라한복 종일 요금은 5만 원으로 조금 더 높다. 여기에 추가요금으로 보관함, 액세서리·손가방 그리고 신발·모자·털조끼 요금은 1천 원에서 2천 원이다. 단 2시간 이상 대여 시는 전부 무료이다.
한복집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어 사적지마다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없는 게 단점이다. 멀리 가면 시간당 요금이 계속 올라 한복을 오래 입지 못한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발길이 바쁘다.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바로 요금 때문이다.
대여 후 세탁을 해야 하는 점주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종일 요금을 조금 더 합리화하여 한복을 누구나 입어 볼 수 있게 대중화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한복을 즐겨 입는 젊은 층의 주머니 사정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한다.
명절 때만 한복을 입은 사람에 한해 사적지 무료입장도 문제다.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일 년 내내 사적지 무료입장의 혜택을 주어 주변 지역 상권도 살리고, 한복의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지속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