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3.16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그동안 침묵으로 지켜보던 국민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은 한국 보수의 아성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 교육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북지역 퇴직교사들의 시국선언이 나온 데 이어 27일 오전 11시 대구시교육청 청사 앞에선 대구지역 교사들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구지역 퇴직교사들의 모임인 대구 참교육동지회(참벗), 해직교사들의 모임인 교육민주화동지회, 대구사립교사들 모임(사다리) 소속 245명은 '구걸외교 친일행각 윤석열은 퇴진하라'라는 제하의 선언에서 지난 3.1절 기념사와 이번 3.16 한일정상회담에서의 윤 대통령의 언술과 약속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선언자들은 그간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지 말며, 오로지 약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라'고 가르쳐왔다면서,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고 말한 부분을 지적했다.
구한말 일본의 야만적 침략 행위와 36년 식민지배의 책임이 마치 피해자인 우리 민족에게 있는 듯 제국주의 침략자 일본에게 면죄부를 안겨줌과 동시에,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운 애국선열들의 자랑스러운 항일독립투쟁과 3.1독립운동은 명분 없는 저항 행위로 치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3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를 통한 강제동원 배상안'이라는 해법을 내놓았는데, 이는 2018년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침략 하에서 일본의 전범기업이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하여 직접 피해자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선언자들은 시국선언에서 '대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임의로 변경하는 행위는 명백히 삼권분립을 위배한 헌정유린에 해당하여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탄핵의 대상이며 파면의 사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참벗 박영균 집행위원은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와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고, 조용길 사다리 전 회장은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기려는 매국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권영주 교육민주화동지회 대구 대표는 "우리나라가 인도 태평양전략이라는 미일군사동맹 체제의 하위파트너로 편입되어 청년들을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전히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개탄했다.
선언자들은 선언문 말미의 <우리의 요구와 결의>에서, ▲ 첫째, 윤석열 정부는 3.16 굴종외교와 매국적 친일행위를 즉각 중지하고 민족과 역사 앞에 사죄하라, ▲ 둘째,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을 즉각 폐기하고, 이번 굴종외교 모두를 원인 무효 조치하라, ▲ 셋째, 일본 정부는 윤석열의 굴종외교에 편승한 망언과 망동을 즉각 중지하고, 일제의 침략행위와 강제동원의 피해에 대해 정중히 사죄하며, 일본 전범기업은 피해자에게 즉각 직접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 넷째, 한국 기업들은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하여 배상해야 할 아무런 책임도 근거도 명분도 없다. 윤석열 정부의 어떤 부당한 요구에도 절대 응하지 마라. 국민의 요구와 명령을 어기는 기업은 국민적 저항과 불매운동의 표적임을 명심하라, ▲ 마지막으로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이 폐기되고, 일본 전범기업의 직접배상이 될 때까지 투쟁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