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재단 측은 28일 '5·18 유가족 사죄' 계획을 알리며 입국한 전두환씨의 손자 우원(27)씨를 인천공항서 체포한 경찰 조처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정치적, 역사적 부담을 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5·18재단 이기봉 사무처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먼저 광주로 가도록 해 유가족과 만나게 한 뒤, 조사도 가능했을 텐데 경찰의 조처가 아쉽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사무처장의 이 같은 언급은 체포된 전우원씨가 다중에게 위협이 되는 강력 사건을 저지른 '중범죄자'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찰이 아닌 검찰을 직접 겨냥하며 '정치적, 역사적 부담'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이번 체포 조처가 경찰의 단독 행위라기 보다는 검찰의 지휘 내지 검경의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있다.
특히 5·18 관련단체에서는 5·18 유혈진압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전두환씨는 물론 전씨 일가 가운데 지금껏 '광주 학살' 관련 참회나 사죄를 한 이가 없었는데, 43년 만에 눈 앞으로 다가온 '전두환 일가'의 첫 사죄를 수사기관이 사실상 막아섰다는 불편한 기류도 감지된다.
5·18 유가족이자 5·18기념재단 진실기록팀을 이끄는 차종수 팀장도 지난 27일 마약류 투약 관련 경찰의 '전우원씨 체포' 가능성을 두고 "역사적 사건을 앞두고 수사기관이 설마 입국 직후 체포하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우원 "수사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
이기봉 5·18재단 사무처장은 "전우원씨가 미국에서 출발하기 전 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화했고, 입국 후에는 경찰에 붙잡혀서인지 연락이 없었다"며 "경찰 조사 기간과 수위 등을 알 수 없으니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6시께 인천공항에 들어선 우원씨를 마약 투약 관련 혐의로 체포했다.
우원씨는 체포 전 공항에서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민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수사받고 나와 5·18 단체와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7일 미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5·18재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광주를 방문해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싶다.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5·18재단은 "재단과 유족회 등 관련단체는 전우원씨의 발언을 진지하게 보고 있다. 반성과 사죄를 위해 광주를 온다면 도움을 드리겠다"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