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구에서 운영 중인 공공도서관 사서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당 강북구위원회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강북구 소재 공공도서관 7곳에서 근무 중인 정규직 사서는 17명으로 사서 배치 법정 기준인원 대비 3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제 사서 6명을 포함해도 법정 인원의 절반을 겨우 채우는 상황이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공립 공공도서관은 사서를 4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도서관당 인구 수가 2만명 이상인 경우와 도서관 면적이 330제곱미터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로 사서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강북구 공공 도서관의 사서 배치 법정기준은 강북문화정보도서관 13명, 청소년문화정보도서관 6명, 솔샘문화정보도서관 6명, 송중문화정보도서관 5명, 수유문화정보도서관 6명, 미아문화정보도서관 5명, 삼각산어린이도서관 5명 등 총 46명이다.
하지만 실제 배치 인원은 강북문화정보도서관 8명, 청소년문화정보도서관 2명, 솔샘문화정보도서관 2명, 송중문화정보도서관 1명, 수유문화정보도서관 1명, 미아문화정보도서관 1명, 삼각산어린이도서관 2명 등 총 17명에 불과하며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사서 6명을 포함해도 기준인력의 절반인 23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국 평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관당 정규직 사서 수는 서울이 7명, 전국 평균은 4.6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비해 강북구는 현재 기준 2.4명으로 전국 평균의 절반, 서울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사서 수가 많은 교육청 관할 공공 도서관을 제외한 지자체 공공 도서관의 전국 평균인 3.9명과 비교해도 현저하게 적은 수치다.
이러다 보니 사서 1인당 서비스 대상 인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상황이다. 2021년 기준으로 강북구의 사서 1인당 봉사대상 인구는 1만9945명으로 전국 평균(9254명)의 2배가 넘고 서울(6995명)의 3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장서 수와 이용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강북구 공공 도서관의 소장 장서(인쇄자료)는 2017년 5만9076권에서 2021년 6만3068권으로 증가했다. 1관당 방문자 수는 2020년 2만2665명에서 2021년 4만367명으로 44.2%, 1관당 대출도서는 2020년 4만778권에서 2021년 6만9235권으로 69.8% 증가했다.
도서관은 '사서의 기관', 사서에 대한 업무 의존도 압도적
조현양 전 경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2014년 발표한 <공공도서관 직무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8개 영역에서 115개의 과업을 수행하는데 대다수 업무(73.1%)가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로 사서가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서관의 핵심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장서 개발계획 수립(100%), 독서진흥 및 문화 활동 계획 수립(98%), 독서의 달 행사(95.9%) 도서관 발전계획 수립(95%), 독서 프로그램(93.8%), 등은 사서에 대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도서관 운영에 있어 사서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구결과로 사서의 수가 현저하게 부족한 강북구 공공도서관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서들의 목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 23일, 강북희망네트워크가 주최한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우리 일터 이야기'에 이야기 손님으로 참여한 사서 노동자들은 "강북구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사서들은 홀로 대출반납, 상호대차, 개인정보 관리, 도서 프로그램 기획, 외부교육, 회계관리, 장서 구입 및 큐레이션 등 거의 모든 일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력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240시간의 초과근무를 했다고 밝힌 사서 노동자도 있을 정도로 현장의 인력부족이 극심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도서관 특성화로 사서 인력 부족 문제 해결?
한편 공공도서관의 운영기관으로 사서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강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이 '꼼수'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3일, 강북구의회 제 261회 임시회 행정보건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신승동 공단 이사장은 도서관법 시행령의 기준대로 사서가 채용됐는지 묻는 곽인혜 구의원의 질의에 '먼저 도서관 특성화를 추진한 연후에 사서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인원은 충분히 커버가 될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답변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현재는 각 도서관이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장서를 소유하고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어린이, 노인, 다문화 등으로 도서관별 특성화를 진행하고 이에 따른 사서 배치 기준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도서관이 정보와 교육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과 문화체험을 제공하면서 주민들이 소통하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에 역행하는 발상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신승동 이사장의 답변은 도서관법 시행령 상 어린이, 장애인, 노인, 다문화가족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은 사서배치 인력기준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도서관법 시행령 별표5-사서의 배치기준 1. 국공립 공공도서관(법 제4조제2항제1호 각 목의 도서관은 제외한다. 이하 이 표에서 같다)]을 근거로 삼아 도서관 특성화를 진행하고 사서 인력을 보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법의 미비함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서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으로 논란이 된다.
이에 정의당 강북구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책임져야 하는 공단 이사장이 법을 우회하는 꼼수로 인력부족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자세"라고 지적하며 "적정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통해 책임있는 사서 인력 확충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일웅씨는 정의당 강북구위원회 위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