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웃는 모습은 세계가 공통적으로 비슷하다. 환한 미소를 보면 나도 모르게 함께 미소를 짓게 된다. 얼굴로 만드는 표정이 세계적으로 모두 같은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크게 빗겨나가지 않는다. 반면에 동작이나 손짓은 은근 차이가 많이 난다.
작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다. 은행 볼 일이 있어서 남편과 함께 갔는데, 사람이 많이 있었다. 미리 예약을 했던 창구가 있어서 얼굴을 내밀었더니 와서 앉으라고 말했다. 앉아서 필요한 것들을 건네주고는, 멀리 대기석에 앉아있는 남편을 향해서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와서 내 옆에 앉으라는 뜻이었는데, 남편은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올 생각을 안 했다. 왜 저러고 있지 하며 두세 번 다시 불러보았지만 오지 않길래 포기하고 은행 창구에서 볼 일을 봤다. 그러다가 뒤늦게 생각이 났다.
"맞아, 손짓이 다르지!"
이곳 캐나다에 있을 때에는 틀리지 않던 손동작이었는데, 한국에 가있으니 자연스레 동작도 다시 한국식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 우스웠다. 하긴 실수로 갑자기 남편에게 한국말로 말을 하기도 하였으니 남편은 아주 어리둥절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한국식으로 오라는 손짓, 서양에서는 잘가라는 인사
우리는 사람을 부를 때, 손바닥을 아래로 하고 손등을 위로 해서 손짓을 한다. "어서 이리 와" 하는 이 느낌의 동작은 아주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서구권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녕!" 하고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잘 가"라는 인사를 한다고 생각한다. 오라는 뜻으로는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
은행에서의 경우, 남편은 내가 자기를 부른다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물론 뜬금없이 잘 가라는 인사를 할 리는 없을 테니, 그냥 손인사를 했다고 받아들였다.
그럼, 남편을 부르고 싶었으면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손을 반대로 뒤집어서 바닥이 올라오게 해서 부른다.
우리는 이렇게 하는 것이 어쩐지 좀 무례한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더 적극적으로 부를 때에는 손만 흔드는 것이 아니라, 팔 전체를 가지고 마찬가지로 아래에서 위로 흔들면서 오라고 한다. 반면에 좀 더 은밀히 부른다면, 검지 손가락만 가지고 까딱까딱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서양에서 해외 방문 중에 외국인에게 이리 오라고 말하며 손짓을 하고 싶다면, 반드시 손바닥을 위로 향해서 손짓하며 불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라는 이야기인지 가라는 이야기인지 헷갈려서 상대방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될 것이다. 말없이 손짓만 했다면, 가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상당히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단순한 문화 습관의 차이일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서로의 상황에 맞는 손짓을 사용하면 엉뚱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비슷한 글이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