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에 대해, 여당과 야당에 대해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쳤는데 이것이 보수와 진보의 문제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구지하철참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진실버스'를 타고 8일째 전국을 돌고 있는 유가족들이 3일 대구를 찾았다. 이들은 이날 오전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특별법 청원을 호소하는 피켓팅을 벌였다.
지난 3월 24일부터 받고 있는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이날 낮 12시 기준 4만85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 공개 후 30일 내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다.
이날 오전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최유진씨의 아버지 최정주씨는 "이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기에 진실을 알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 대구 시민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최씨는 "충분히 예상된 인파에 미리 대비만 됐어도, 오후 6시 34분 최초의 신고가 들어가고 제대로 대응만 했어도 수많은 아이가 허무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왜 아이들의 옷이 벗겨져 있었으며 서울이 아닌 의정부, 평택, 부천으로 보내져야 했는지 알고 싶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을 지시하고 감춘 사람이 누구인지, 마약 검사는 왜 했는지 우리 가족들은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고 우리 같은 유가족들이 더 이상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알리고 싶어서 9박 10일의 여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참사로 자식 잃고 눈물 쏟는 부모, 언제까지 봐야 하나"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했는데 이렇게 매번 어마어마한 참사 앞에 자식을 잃고 눈물을 쏟아내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또 봐야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승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대구지하철참사, 세월호참사, 이태원참사 등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국가의 본질적인 책무는 국민의 안전인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과 그 유가족들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나 마음이 없이 정치적 이유로 내팽개쳐지고 있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의 첫 번째가 특별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 장학봉(71)씨는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멈춰서서 응원을 했다"며 "정부가 제대로 예방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너무 아쉽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이 정부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과 대구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동대구역으로 옮겨 국민청원 시민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 옛 중앙파출소 앞으로 옮겨 서명운동을 진행한 뒤 오후 7시에는 시민문화제를 연다.
대구에서 시민청원운동을 진행한 진실버스는 대전으로 향한 뒤 수원을 거쳐 참사 발생 159일째인 오는 5일 서울 이태원과 시청광장 분향소에서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