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되어 210억 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어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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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기자말] |
"이렇게 사투리를 써도 매장에 들른 사람들은 함양 토박이인 것을 잘 모르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착각하는 이유는 가영씨의 남다른 감각 때문일 것이다. 2022년 1월 19일 개업한 꽃집. 쟈뎅드마망은 도시적인 감각으로 입소문을 탔던 곳이다. 타 지역의 사람들이 꽃집 인테리어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고 말하는 가영씨의 얼굴에 쑥스러움이 번졌다.
"많은 사람이 예쁘게 봐주셔서 좋지만 꽃집을 개업하면서 저는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많은 갈등도 있었어요. 가게 상호도 불어로 하고 간판도 영어로만 하자 주변에서 모두 반대를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게 제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고집했어요. 나머지도 더 예쁘게 하고 싶었지만 예산과 지역의 상황, 상업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다 보니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꽃집을 운영하기로 마음먹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각 나라의 꽃집을 살펴봤다는 가영씨. 성인이 되고서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호주, 일본 등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면서 항상 꽃집을 들렀다. 화훼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의 가드닝을 보기도 하고 꽃집 스타일을 보기도 하며 자신만의 감성을 키웠다. 가영씨는 이를 부모님의 영향 덕분이라고 말한다.
"부모님께서 상림화원 꽃집을 오랫동안 운영하셨어요. 그걸 보고 자랐던 영향이 있는 거 같아요."
유치원 교사로 2년, 번아웃에 퇴사
함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석가영씨. 유아교육 공부를 하며 정말 좋았다는 가영씨는 그 시기를 열정이 가장 가득했던 시기라고 소개한다. 현장실습이 인연이 되어 대학을 마치고 바로 함양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을 시작했다.
"사실 대학교에 진학할 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크게 안 했거든요. 무작정 유아교육과에 진학한 건데 공부를 하면서 애착이 생겼어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생겼고요.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거두면서 성취감도 있었고요. 그런 감정을 동력 삼아서 열심히 했어요. 정말 열심히 한 거 같아요"
유치원 교사로 열심히 근무했지만 2년 차가 되면서 번아웃 증상이 왔다. 유치원 교사를 계속하려면 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정서적 탈진을 겪은 가영씨는 결국 퇴사를 결정한다.
한국에서 유학, 코로나19가 준 기회
"큰 계획은 없었어요. 일단 부모님을 도와드리자는 생각으로 퇴사했어요. 교사라는 게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잖아요. 바르고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역할을 과도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그게 강박이 되었고, 퇴사 후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금 생각해도 대학생 때부터 퇴사하기 전, 6년 동안 정말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며 부모님의 일을 돕던 가영씨는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어려서부터 꽃을 보며 자란 가영씨의 눈높이는 굉장히 높았지만 구현하는 단계에서 한계를 겪었다. 잘 해낼 줄 알았는데 실무 영역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꽃집을 개업하려고 시작한 공부는 아니었다. 재밌어서 하기 시작한 공부였다.
"기본적으로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을 위해 학원에 다니고 공부했어요. 자격증을 따니까 부모님 가게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도 넓어졌어요. 손님도 제가 한 작업물을 알아보시더라고요. 어머니가 한 것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 난다는 말을 듣고 더 욕심이 났어요."
그런 가영씨에게 코로나는 큰 기회였다. 코로나로 유학길이 막히자 영국의 맥퀸즈 플라워스쿨이 서울에 팝업 스쿨을 냈다. 본토의 강사와 커리큘럼이 그대로 진행되는 한국에서 유학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8개월동안 맥퀸즈 화훼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나서는 화훼영역의 견문이 훨씬 넓어졌다.
"꽃집 딸이라고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에요. 배움과 저의 노력이 있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함양에서 나만 할 수 있게 (웃음)"
번아웃과 열정이 반복되는 삶
2019년 결혼을 한 가영씨는 결혼과 아이에 대한 질문에 웃으며 대답했다.
"출산하면 사람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좀 억척스러워져요. 아이가 태어나고서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잘 안 드는데 아이를 보면 볼수록 부모의 마음이 생겨요. 삶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조금 더 이 아이에게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해지는 것 같아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다 보니 번아웃도 자주 온다. 식물에 물 줄 힘도 안 날 정도로 우울한 날들도 있다.
"이때까지의 문제는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 힘으로 해결이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 되었어요. 성격도 완벽주의거든요. 집도 아이도 가게도 모두 내 손을 거쳐야 하는데 다 최고로 해내지 못해서 스트레스도 받고요."
무기력함이 찾아오더라도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회복된다는 가영씨. 식물에게서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꽃집 운영을 해보니까 식물도 좋고, 상품 판매도 재밌고 좋지만 저는 웨딩 일도 정말 재밌어요. 본격적으로 웨딩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런 미래만 상상하면 열정이 가득해요."
함양에도 육아공동체 문화 정착되었으면
섣불리 커리어를 확장할 수는 없다. 가영씨 부부의 자녀계획 때문이다. 가영씨는 여동생이 있다. 형제 관계의 우애 덕분에 힘이 많이 됐기 때문에 형제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가영씨. 하지만 둘째 아이를 키울 미래가 썩 반갑지 않다. 가영씨는 뉴질랜드의 보육기관 시스템을 말하며 함양에도 육아공동체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은 함양에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복지관과 놀이터, 어린이집 정도 있는데 복지관은 선생님 구하기도 엄청나게 어려워요. 수업료가 기름값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점점 복지관 수업의 질도 아쉬워지고요."
함양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육아까지 하고 있는 가영씨의 결론은 '함양은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린이집에 빨리 보내는 추세예요.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놀 곳이 없어서 그렇거든요.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지능력 발달을 보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요. 놀이도 한정적이고요."
함양에 산부인과가 없는 것도 발목을 잡는다. 현재 보건소에 산부인과가 있긴 하지만 검진 정도 가능하다. 산부인과 문제를 해결하고 부모가 됐다고 해도 스스로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깨우칠 순 없다. 현재 부모교육도 실시하고 있고, 엄마랑 아이가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체험교실도 실시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더욱 폭넓게 홍보해야 한다고 가영씨는 말한다.
기존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 입소 전, 양육수당 10만 원과 아동수당 15만 원, 월 25만 원을 받는다.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까지 기저귀와 분유는 고정비용으로 들어간다. 고정비용은 매달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가 들어간다.
"고정비용을 지출하고 나면 문화적 혜택을 즐길 수 있는 비용이 없어요. 저는 자영업자라서 시간상으로 여유로워서 어느 정도 육아와 일의 시간 배분이 가능하지만 돈을 안 벌고 육아만 하는 분들은 돈이 부족할 것 같아요. 돈을 다 주라는 말이 아니라 출산율을 위해 방법을 찾아보자는 이야기예요."
많은 엄마가 경력단절과 육아의 문제 사이에서 매번 갈등을 겪는다. 함양군은 그 굴레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영씨의 열정은 이제 막 시작이다. 매 순간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왔던 가영씨. 가영씨의 둘째 아이는 어떤 함양에서 자라게 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