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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안
버스 안 ⓒ Unsplash의Annie Spratt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러 서울행 좌석 버스를 탔다. 아니, 토요일 오전 11시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탄다고? 주말에 서울에 나갈 일이 없어서 버스 이용률에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운 좋게 착석했다.

분당을 반 정도 돌고 고속도로를 타는 버스라 내가 탄 이후에도 버스 정류장을 5군데 정도 거쳤는데 내리는 사람이 없어 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은 다음 버스를 타야했다. 버스 앞에 0이라는 숫자로 좌석 없음이 표시되고 있었지만 버스기사님은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좌석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말씀하셨다.

버스 기사님을 보면서 문득 이 상황에서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쓰는 게 맞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는 무언가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말인데 '입석'은 규정으로 정해진 것일 뿐, 기사님이 잘못한 일은 아니다.

철저히 시행한 '입석 금지', 버스 기사의 추가 노동 

그동안(2월)은 유야무야 입석도 받아서 운행했지만 더 이상 끌면 안되겠다 싶어 3월부터는 입석 금지를 철저히 시행하게 된 것이다. '미안합니다'와 '감사합니다'만 잘 이야기해도 인생에 특별히 큰 트러블은 없겠다 싶지만 이 두 단어는 '남발할 경우' 악용될 소지도 다분히 있는지라 적정선을 잘 지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죄송합니다'를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의 위치를 낮게 설정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진짜 감사할 일인가? 죄송할 일인가?를 잘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일에도 감사한 건 맞지만 죄송하지 않을 일까지 죄송한 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버스 기사님의 말이다.

그렇다면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말은 무엇일까? '양해 바랍니다'가 알맞은 말이라 생각한다. '죄송합니다'의 뜻은 '죄스러울 정도로 미안하다'(국어사전)이며 양해 바랍니다의 뜻은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이다. 버스기사님의 사정(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석을 금지할 수밖에 없음)을 잘 헤아려 받아들여야 하는 일일뿐, 죄스러울 정도로 미안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기사님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우리는 보통 양해를 구할 때 '양해 바랍니다'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게다 '죄송합니다'가 훨씬 직관적이고 의미 전달도 잘 되기 때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특히 서비스직에 있을 수록 그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서비스직에 유난히 친절을 강조하는 이유는 서비스직의 직무에 '친절함'을 디폴트값으로 상정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친절하고 다정한 응대를 받았을 때 기분이 좋다. 그래서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의 성품은 고객을 상대로 대체로 그러함을 지향한다. 하지만 서비스직이란 것의 범위란 정하기 나름이다.

버스 기사님의 역할은 운전을 안전하게 잘 해서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잘 데려다주는 것에 있다(고 본다). 친절하지 않다고 해서(친절함과 불친절함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 불평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승객 입장에서 의견을 냅니다 

나는 조금의 컴플레인이라도 줄이려는 수고가 버스 기사님의 '죄송합니다'에 담겼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말을 하는 것이 기사님의 입장에서 승객들과의 트러블을 최소화하고 운전에 방해받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에는 100% 동의한다.

그럼에도 좀 더 적절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기사님에 대한 존중감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아마 버스 기사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이게 규정이고 입석이 금지이므로 어쩔 수 없이 다음 버스를 타야한다는 것.

예전에 키오스크 사용이 어려워 늦어지는 사람을 배려해 옆에 '사정을 간단히 적고 양해 바란다'는 문구를 적어놓는 아이디어를 기사에서 봤다. 입석 금지 역시 이런 문구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간단히 적어놓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석 금지가 어느 정도 자리잡고 나면 기사님이 더 이상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정 상황에 적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지금 당장은 불편하고 힘들겠지만(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므로) 필요한 진통이지 않을까 하는, 승객 입장에서의 의견을 적어본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같이 업로드되었습니다.


#입석금지#운전기사#버스기사님#좌석버스#추가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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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경영 코치. 실패와 낭비를 줄이는 주체적 옷입기 <선순환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노트] 쇼핑 오답 노트 / 영화 4줄 리뷰 노트 / 작심삼글 글쓰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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