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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놓은 대학 규제완화 정책을 두고 '지역 대학 죽이기'라는 비판이 상당합니다. 자율과 혁신, 규제개혁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지역대학과 지역경제의 쇠락을 재촉한다는 주장입니다. '공공적 고등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가 관련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5회에 걸쳐 싣습니다.[편집자말]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대학 개강일인 지난 3월 2일 오전 경상도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이 대학은 올해 정시 모집에서 8개 학과가 지원자 0명이었다. ⓒ 연합뉴스
 
지난해 연말부터 윤석열 정부의 지역대학을 향한 공세가 격렬하다. 지난 2010년대 이후 한국의 고등교육은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과 함께 지역소멸과 지방대학의 대대적 붕괴 위기, 서울권역 일극집중의 극단적 대학서열화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대학의 균형발전과 공공적인 고등교육을 향한 종합적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특히 서울권역 대학의 이익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역대학을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해가려는 정책을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역대 그 정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고등교육에 대한 극단적 신자유주의 대책이다. 이러한 정책을 강행한다면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지성과 민주주의, 그리고 경제발전의 버팀목이 되어온 대학체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가적 차원의 고등교육정책 폐기?

먼저 윤석열 정부 '고등교육정책'의 가장 큰 핵심은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정책을 부정한다. 교육부는 올해 초 고등교육정책실을 폐지하고 '대학규제혁신국'을 신설했다.

교육부가 더 이상 적극적인(positive) 의미의 대학정책을 수행하지 않고 규제철폐 일변도의 소극적(negative) 정책으로 일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미 서울 편중의 불평등한 서열구조에 지역대학들은 신음해 왔는데, 이런 지역대학을 더 격렬한 생존경쟁으로 몰아가고 무차별적으로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대학들 모두에게 '대학자율' 확대란 이름으로 취해진 규제철폐 정책도 문제다. 대학설립·운영규정(대학설립 4대 요건인 교지(땅), 교사(건물), 교원, 수익용자산 등에 대한 공적 규제)의 전면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규제철폐를 통해 대학법인들에게 비교육적 영리사업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또 비리대학에 퇴로를 확보해주며, 비정규교원을 확대해 교육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는 독소적 요소가 상당하다. 

이미 경쟁력이 있는 서울권역 대학들에게 새로운 학과신설 등 신규 교육사업과 정원확대를 위해 공적규제의 빗장을 풀어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권역 편중의 불평등한 대학서열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전국적으로 공적규제를 풀어버리면, 그 이득이 서울권역에 집중될 것이다. 결국 지방대학의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듯 윤석열 정부는 고등교육정책 폐지, 전국적 공적 규제철폐를 통해 서울권역 대학중심의 학생 및 자원의 쏠림구조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을 배려하는 듯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이하 RISE, 라이즈)라는 사업을 추진하는데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지역차원의 대학정책이 성공하려면 지역간 전략적 역할분담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적 고등교육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예산이 요구된다. 지난 3월 8일 1차로 대상지역을 선정한 RISE 사업은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분업이나 예산상의 새로운 대안이 결여됐고 '전시성사업'의 특징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재정 면에서도 지역에 새로운 예산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시효과'에 비해 재원은 대단히 미미하다. 이 상황에서 대다수 지역대학들은 국립, 사립을 가리지 않고, 지역 입학생의 수도권 유출과 고갈 속에서 격렬한 생존경쟁과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지역 대학 살아남을 수 있을까?

광역 시도의 대학정책 경험 및 역량결여, 지역별 대학지원체계의 부재상황에서도 교육부가 대학정책을 무리하게 시도지사에게 이관하려는 것은 지역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방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RISE와 연관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결정적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글로컬대학' 사업이다. 말인즉슨 오는 2027년까지 30개의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지역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좀 더 살펴보면 5년 동안 1000억 원 금전 지원을 내세워 광역 시도별로 2~3개 대학을 엄선하면서 대학 간 초경쟁(mega-competition)과 지역에 특화된 엄격한 대학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글로컬대학'은 첨단 및 실용분야 등 특화된 학문분야를 과대성장시키는 반면, 인문학과 기초과학 등 균형있는 학문생태계를 도외시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아울러 이 기존 국립대학들을 무리한 통합과 시도립화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고, 이를 위한 경쟁에서 패하거나 배제된 지방 국립대학과 사립대학들은 도태의 길로 유도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고등교육은 1990년대 이래 공공성이 부족한 사립대학 중심의 편향적 구조가 고착됐다. 학령인구에 비해 대학 수가 많다고 하지만 대전환시대에 걸맞은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 보자면, 대학의 수 문제가 아니다. 이 대학들의 공공성과 민주주의, 연구와 교육의 질적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정부가 대학의 공공성과 균형발전, 질적 재구성과 발전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도 부족할 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국 고등교육의 고질적 모순구조는 그대로 방치한 채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그리고 체계적인 준비도 없이 지역대학들을 대대적으로 정리, 청산하려는 극단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몰입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해서 이렇듯 숙고되지 않은 파괴적 고등교육정책은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한다.

첫째, 정부와 고등교육 주체들, 그리고 국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대전환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확립해야 한다.

둘째, 국가적 대학균형발전정책 및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범부처적 고등교육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적 대학균형발전 정책에 따, 지역별로 공공적이고 민주적인 대학구조재편을 추진할 방안을 확립하고 지역대학들의 상생적 연합을 형성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통합형 지역대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정부는 지금까지 고등교육에 대한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서, 독립적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안정적인 고등교육정책과 그 실천을 위해서는 체계적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대학법 제정 또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송주명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입니다.


#대학#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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