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위한 여론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중복투표'라는 문제가 드러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가 "대통령실은 방송 장악을 획책하는 여론 조작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선 대통령실이 실시하는 TV수신료 징수 온라인 국민제안 절차의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부터 '국민제안' 누리집에 'TV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국민 의견을 청취해왔다. 투표 결과 찬성(추천)이 반대(비추천)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런데 <한겨레> 보도를 보면, 해당 투표는 한 사람이 여러개 계정을 만들어 중복 투표가 가능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일반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기보다는, 정파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몰표를 줄 수 있었던 구조였던 셈이다.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여론을 들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공론과 숙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여론을 핑계로 여론을 조작해 가면서까지 이를 몰아가고 있다"며 "지금의 공영방송 경영진과 보도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수신료 가지고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목을 쥐고 흔들어보자(는 의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들어야 할 사안은 귀를 닫고... 공론 필요한 사안에는 여론몰이까지"
윤 위원장은 또 "(수신료 분리징수가) 국민 제안이라고 하더니 한 사람이 들어가서 수십 번씩 추천을 누르고 여론을 조작해도 무방비 상태인 시스템에서 여론을 듣겠다고 한다"며 "조작된 여론들이 수신료 폐지를 지지하니까 폐지하자고 할 거면, 지지율 30%짜리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더 통치를 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수신료 분리징수 방식의 분리징수 주장에 폐지 혹은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합의 방식을 거부하고 폭력적 방식 여론 조작과 수신료 분리징수 시도를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언론노조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이 정권은 무자비하게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이슈를 꺼내들면서 공영방송 길들이기 언론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번 수신료 분리징수는 권력의 정점에서부터 탑다운 방식으로 언론을 길들이려 하고, 비상식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여론몰이를 통해 여론 조작을 했다"고 비판했다.
강 본부장은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법적인 근거를 인정받은 우리 사회의 공동 인식에 기반한 자산이고 가치"라면서 "적자를 내는 기업 한전에서 수신료 통합징수를 통해서 수백억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수익 구조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과연 국민 정서에 맞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론 조작을 통해서라도 수신료 분리 문제를 정쟁화해 공영방송을 '먹어야 한다'는 윤석열 정권과 집권 여당의 폭력과 역주행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치명상을 입혔던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예고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노골적으로 자행하는 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하라. 방송장악 획책하는 여론조작 시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