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누아리를 알아?"
"지누아리를 알아야 진짜 강릉 사람이지."


강릉에는 3대 솔푸드(Soul Food,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음식 또는 영혼을 흔들만큼 인상적인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부새우, 누르대, 지누아리다. 바다, 호수, 산에서 나는 대표주자들이다.
 
 다양한 해조류,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밑반찬이다.
다양한 해조류, 강릉 중앙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밑반찬이다. ⓒ 진재중
 
부새우는 경포호 같은 석호나 그 주변 하천에 서식하는 토종 민물 새우로 새우젖 담글 때 사용하는 새우보다 더 작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호수 위로 떠오른다고 해서 부새우라고 하는데 그 맛은 쿰쿰하고 짭조름한 맛을 내는 특이한 향을 가지고 있다. 
 
 부새우
부새우 ⓒ 진재중
 
누르대는 누리대라고도 부르고 강원도 고산지대에서 나는 풀이라고. 누룩취라고도 부른다. 향이 상당히 강렬하고 이국적이서 처음 맛보는 사람은 거부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번 맛들이면 중독성 강해 계속 찾게 된다.
 
 누리대, 누룩취,우산풀,누릿대 등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누리대, 누룩취,우산풀,누릿대 등 다양한 이름을 갖는다 ⓒ 진재중
 
오늘 주인공인 지누아리는 바닷가에서 자란다. 지누아리는 지네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바닷물이 차고 빠지는 조간대의 바위틈에서 붙어 자란다. 지누아리는 조류가 센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지 않아 줄기가 짧고, 쫄깃하고 탄탄한 식감을 준다.
 
 5-6월 푸르스름한 지누아리, 암반에 부착해서 자란다
5-6월 푸르스름한 지누아리, 암반에 부착해서 자란다 ⓒ 진재중
 
색갈은 홍조색을 띠고 부드러우며 점액질이 많은 엽상채다. 생김새는 톳과 비슷한 해초이다. 폭은 2~3mm이고, 높이는 20~30㎝이다. 동해안 전해역에서 잘 자라는 지누아리는 5-6월이 푸르름한 색을 띠고 제철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지듯 색깔이 변하면서 가치가 떨어진다.  
 
 붉은색을 띤 지누아리, 8월경
붉은색을 띤 지누아리, 8월경 ⓒ 진재중
 
지누아리는 동해안지역에서 다른 해산물들과 함께 특유의 맛을 인정받아 기호식품으로 애용되고 있다. 강릉에서는 주로 고추장에 넣어 무치는데, 고추장의 맛과 향이 더해져 입맛을 돋군다. 오독오독한 식감과 적당한 탄력을 지녀서 씹는 맛이 좋다. 먹을 것이 마땅치 않은 시절 흔한 해조류로 먹었지만 지금은 귀한 식물로 대접받고 있다.

지누아리 애호가인 송영철 변호사는 "지누아리는 음식에만 머무는 단어가 아닌 추억이 깃들어 있는 맛입니다. 강릉 3대 솔푸드로 지누아리가 들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대표적인 음식입니다"라고 옛 추억을 떠올린다.
 
 지누아리, 오독오독한 식감과 졸깃한 맛을 준다
지누아리, 오독오독한 식감과 졸깃한 맛을 준다 ⓒ 고은숙

지누아리는 특유의 점액이 함유된 식이섬유인 알긴산으로 인해 변비완화, 숙변 해소 등, 장에 좋으며 지방, 콜레스테롤, 중금속과 같은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 시킨다. 지누아리는 생으로 먹을 수도 있고 저장해 두었다가 먹을 수도 있다. 주로 건조하여 저장해 두었다가 먹는다.

생으로 먹는 것은 오돌오돌한 맛이 나고 마른 것은 고추장에 박았다가 꺼내서 다진 마늘과 참기름, 물엿을 넣고 무치면 윤기가 나고 감칠맛이 돈다. 최근 들어서는 건조한 것을 분말로 만들어 국수, 제과제빵, 샐러드, 파스타 등 다양한 고급요리를 만드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고은숙 강원식문화연구원 대표는 "지누아리는 강릉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식자재입니다. 흔할 때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해초였는데 지금은 귀하신 몸이 되어버렸어요.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할 건강식품입니다. 식탁의 소중한 자산입니다"라고 말한다.
 
 지누아리를 활용한 음식
지누아리를 활용한 음식 ⓒ 고은숙
     
지누아리는 바위틈에 들어가 일일이 손으로 채취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따른다. 주로 해녀들이 작업을 하는데 해녀 수도 줄어들고 채취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기피를 한다.

수온이 낮고 깨끗한 암반에서 자라는 지누아리는 해양환경에 가장 민감한 해조류 중 하나다. 양양, 강릉 인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해조류이고 반찬 거리인데 지금은 그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그만큼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누아리 채취
지누아리 채취 ⓒ 진재중
 
지누아리는 동해안에서만 자라는 해초로 지금도 80% 이상이 강릉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한다. 강릉 중앙시장에 가면 할머니들이 쪼그리고 앉아 바구니에 담아 파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맘때면 한참 수확할 철인데 하루에 한 번씩 오는 해녀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할머니는 말한다. 예전에는 흔한 음식이었는데 요즘 밥상에서는 보기 드문 음식이 되어버렸다.

장터에서 감자옹심이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전에는 옹심이 한그릇을 시켜도 지누아리를 반찬으로 줬어요, 지금은 옹심이보다 지누아리값이 비싸, 줄 수도 없고 구하기도 쉽지가 않아요" 하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누아리 채취, 고성군 아야진 해변
지누아리 채취, 고성군 아야진 해변 ⓒ 진재중
 
지구온난화와 해양환경 오염으로 많은 해조류들이 사라지는 것처럼 지누아리도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초여름 입맛을 돋구는 바다나물! 할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맛! 강릉 단오(6월22일)에 오면, 강릉 중앙시장 한켠에서 고부랑 할머니와 만날 수 있다.  
            
 강릉 중앙시장
강릉 중앙시장 ⓒ 진재중

#지누아리#누르대#부새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