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미국 정보기관의 국가안보실 도·감청 정황을 보도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1년 전 도청을 경고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종섭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병기 의원은 국방부 대통령 집무실 공사현장을 직접 방문한 사진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군인으로서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의했고 이 후보는 "어수선하고 행정업무가 다소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미국대사관이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을 15년 동안 건설하면서 건설 자재를 직접 본국에서 들어온 사례를 언급하며 도청의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첩보전에는 우방이 없다"며 "제가 만약에 외국의 정보기관원이라면 저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도청 경고가 1년 만에 현실로 드러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만 도청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도청, 우려한 일이 터진 것이 아니라 예정된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며 "당시 현장을 방문해 보니 도떼기시장이었다. 온갖 자재들이 널브러져 있고, 검증되지 않은 인력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었고 미군 부대는 담 하나로 붙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원이 이런 절호의 기회에 도청 장비를 설치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로 처벌받아야지요"라며 "미국만 도청했을까요? 진짜 심각한 문제는 도대체 어떤 나라에 어떤 정보까지 뚫렸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우릴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었나?
김병기 의원은 "일본은 한일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릴 손바닥 보듯이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1993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우호적 스파이 (FRIENDLY SPIES)>는 일본과 독일, 프랑스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 책의 저자인 피터 슈바이처는 1987년 미국 CIA(중앙정보국)가 작성한 '일본의 대외정보·안전보장기관'이라는 비밀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방위청이 군사용 통신 시설을 이용해 한국 기업의 전화까지 도청했으며 한국이 수차례 항의했다고 밝혔다. 2013년 국정원은 일본내각정보조사실 소속 정보요원이 한국에서 정보수집활동을 하다 적발돼 추방됐다고 밝혔다.
1977년 뉴욕타임스 "CIA가 청와대 도청"
공교롭게도 <뉴욕타임스>는 1977년에도 청와대 도청 관련 보도를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CIA가 75년부터 고성능 전파로 청와대를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CIA는 전파를 쏴서 청와대에서 나누는 대화의 음파가 유리창을 때리면 탐지하는 최신 도청기법을 사용했다. 스탠스필드 터너 CIA 국장은 '청와대를 도청한 일 없다'고 부인했지만 한국으로부터 나오는 메시지를 가로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박동진 외무장관은 스나이더 주한미국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항의 표명과 재발방지 요구를 담은 각서를 전달했다.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도 청와대 도청은 중대한 주권 모독이라며 미 정부에 경고를 해야 한다는 등 강력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은 "적성국, 우방국, 혈맹 모두 한국 정보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정부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와 보수 언론의 미국 감싸기는 눈치보기가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덧붙이는 글 | 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