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이 한국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특별시사회서비스원(아래 서사원)에서 위탁운영해온 공공 어린이집을 축소하고 보육노동자들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육의 공적 보장이야말로 여성 노동자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안정적인 육아를 가능케 하는 저출생 해결 정책의 근간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서사원 축소 정책은 오히려 이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그동안 서사원은 송파, 노원, 서대문, 영등포, 중랑, 은평, 강동 등 7곳의 국공립어린이집을 위탁운영하며 공적 돌봄을 확장해나가는 데 최전선의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예산 삭감을 진행하면서, 송파 든든어린이집부터 위수탁 해지의 위기에 내몰리며 다른 국공립어린이집 또한 극심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황정일 대표 서사원 대표는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지켜나가기는커녕 어린이집 보육노동자들의 해고를 법률 검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노동자들은 현재 위탁운영하고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민영화하고 보육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조차 위험을 무릅 쓰고 아이들을 돌봐온 돌봄노동자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들이다.
'서울형 어린이집' 600곳 확대,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그런 와중에 오세훈 시장은 이른바 '서울형 어린이집'을 600곳으로 확대하여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국공립 수준으로 제고하겠다며 언론에 대대적인 정책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발생해온 부정을 공적으로 통제하고 보육의 수준을 높인다는 정책의 취지는 사뭇 긍정적이다.
그러나 서사원에 대한 예산 삭감과 보육노동자 대량해고로 정작 공공보육에 대해선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는 와중에 민간 보육의 공공성을 제고하겠다는 정책에선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당장 보육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는 조건이지만, 공공부문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돌봄을 제공하는 기준으로서 든든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때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 제고도 견인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1조 9013억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보육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사원에 대해 예산을 삭감하고 공공어린이집에 대한 위수탁을 해지하는 마당에 어떤 정책에 해당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제대로 된 공적 감시와 공공성 제고 없이 민간 어린이집에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면 사유화된 운영구조 속에서 민간 운영자들만 이익을 얻을 뿐이다.
더군다나 돌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처우와 인력 충원으로 예산이 제대로 투여되지 못할 때 보육 서비스의 질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종사자들이 일터를 떠나고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더욱 극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뿐이다.
그동안 사립 유치원 뿐 아니라 민간 어린이집 또한 각종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어오곤 했다. 불투명한 운영구조 속에서 운영자에 의해 사유화된 민간 어린이집에서는 급식 비리나 리베이트 문제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제로 보고된 것보다 보육노동자를 덜 채용하여 민간 어린이집 운영자가 공적 지원금을 부정수급하고 노동환경과 보육서비스의 질 모두가 하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민간 어린이집에 대한 공적 감사를 제고하고 학부모의 참가를 통한 민주적 감시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보육 부정 예방을 위한 중요한 대책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전체 어린이집 중 극소수만이 공공에서 운영하며 불투명하고 사유화된 민간 영역에 보육을 떠맡기고 있는 현재의 체계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공적 보육을 비난하며 축소할 때가 아니라
지금은 서사원의 공적 보육이 '비효율적'이라며 비난하며 축소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도 부족한 공공 어린이집을 더 늘려나가야 할 때이다. 돌봄에 종사하는 보육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를 안정화하여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그렇게 높아진 보육 서비스의 규범을 기준 삼아 민간 부문까지 견인해가는 것이 서사원의 설립 취지였다.
그렇기에 서사원이 담당해온 공공 어린이집의 운영은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질 좋은 돌봄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민간 운영자의 이윤이 아닌 안정적 서비스의 질에 온전히 예산이 투여되도록 함으로써 공공성을 제고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진정으로 저출생 문제의 해결을 원한다면, 공적 통제가 미진한 사립 어린이집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라 공적 돌봄 체계의 마련에부터 투자해야 마땅하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점점 악화하고 있는 일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보육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 더 나아가 서사원에서 담당해온 공적 보육을 확대하고, 보육노동자들의 안정적 처우와 공적 어린이집의 확대에 투자하여 민간 부문을 견인하는 책임 있는 보육 체계를 마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