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기초의회와 달리 의회의장협의회가 해외연수를 실시하면서 사전 심의 절차가 존재하지 않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주시민공익감시단(대표 김용국)은 12일 낸 논평에서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해외연수 부실 규탄한다"며 "심사위원회 규정을 제정하여 시민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사전 심사를 받고 보고서 공개로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회장 김이근 창원시의회의장)는 지난 2월 8일부터 16일까지 스페인을 다녀왔다. 당시 해외연수에는 경남 18개 시·군의회의장 가운데 김이근(창원) 회장을 비롯해 양해영(진주), 윤형근(사천), 류명열(김해), 정정규(밀양), 윤부원(거제), 곽세훈(함안), 김재한(창녕), 최을석(고성), 이하옥(하동), 정명순(산청), 이홍희(거창) 의장과 협의회 감사 1명, 직원 3명을 포함해 1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첫날 김해공항·인천공항을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둘째날부터 타라고나 성벽·광장, 사라고나시청, 마드리드, 알칸타라 다리, 돈키호테 동상, 알함브라 궁궐, 알바이신 언덕, 메트로 파라솔, 산타크루즈 거리, 황금의 탑, 몬세라트 수도원, 구엘 공원, 콜롬부스 동상, 몬주익 언덕 등을 견학했다.
의장들은 마드리드에서 스페인대사관 오찬에 참여했고, 도시재생과 관광자원 활용 관련한 현장을 찾기도 했다. 당시 해외연수에 들어간 총 비용은 8321만 원으로, 1인당 520만 원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진주시민공익감시단은 "혈세가 사용되었지만 해외연수 선정 공고문과 여행사 선정기준 및 관련 회의록 일체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협의회에서 진행하는 의장단 해외연수 경비는 각 시군의회에서 매년 납부하는 출연금을 사용하고 있다.
진주시민공익감시단은 "각 시군의회나 도의회에서 해외연수를 다녀올 때, 여행사 선정 공고와 심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통해 최소한의 거름망이라도 있지만 협의회 해외연수는 선정 공고나 심사위원회 심의절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해외연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수 일정을 대충 훑어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9일 일정 중 이틀은 출입국 관련이고 나머지 7일 중 3일(토·일·화)은 공식 일정 하나 없는 관광 외유성으로 보이는 일정들뿐"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연수 일정과 관련해, 이들은 "공식일정이 총 5개인데 그 중 하나가 스페인 대사관 오찬 간담회이다. 이런 부실한 일정을 보면 연수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이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비단 우리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협의회 해외연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심사위원회의 심의절차와 관련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며 "9일간 해외연수를 가면서 일정을 미리 공개하지도 않고 다녀온 후에도 따로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는 시민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협의회 해외연수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활용한 전형적인 관광 외유성 연수로 변질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협의회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위원회 심의절차, 여행사 공개공고 등 규정을 제정하여 시민들의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사전 심사를 받고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이근 회장은 "협의회에서도 해외연수를 하기 전에 시·군의회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전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보고서도 냈다"며 "스페인 해외연수에는 도시재생과 관광활성화 관련해 현장을 살펴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