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분석한 여성 대상 주거침입 판결문(2021~2022년 판결문 200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판결문에 묘사된 범행 당시 상황을 보면 '성적목적'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적용된 혐의에는 성적목적이 반영되지 않는다. 200건 중 70건(35%)이 여기에 해당한다. 훔쳐보기 위해, 자위하기 위해, 속옷 냄새를 맡기 위해라고 판결문에 적시돼 있지만 가해자의 범행은 '주거침입' 네 글자로만 설명된다. 나머지 64건은 주거침입과 더불어 성폭력 범죄(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강제추행, 강간 등)가 함께 벌어진 사건이다. 총 134건이 '성적목적성 주거침입' 사건이다.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200건 중 67%가 여기에 해당된다." (관련 기획 시리즈 기사 : 주거침입잔혹사 )
<오마이뉴스>가 지난 3·8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내놓은 [주거침입 잔혹사] 기획 기사의 일부다. 이 기사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눈에 띈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의원은 "기사를 보면서 '내가 못 봤던 측면인데, 이 부분은 이렇게 연결될 수 있겠다'의 힌트를 많이 얻는 편"이라고 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니, 성폭력처벌법에 이미 '성적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성적목적 주거침입의 경우에도 성범죄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맹점이 있다는 걸 몰라서 발의를 안 한 거지, 알게 되면 누구라도 관심 갖고 추진해야 할 법 아닐까."
그렇게 이 의원은 '성적목적 주거침입죄'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3월 30일의 일이다. 이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며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이 명백함에도 그동안 근거규정이 없어 성범죄로 처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경우, 신상정보 공개 등의 사회적 제약도 함께 가할 수 있어 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에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4월 12일 기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이 의원 대표 발의 법안은 총 131건. 최근 발의 법안명은 '법인세법 개정안',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다.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낸 금융전문가인 만큼 경제 부문 법안이 주력이다. 그런 그가 성폭력 범죄 예방과 여성 안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 의원은 "물론 대표발의한 법안들 중 대부분이 경제 금융과 관련된 것이긴 하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면 소관 상임위에 관계없이 법안을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도 "충분히 통과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요즘 성적목적 주거침입사건이 빈발함에 따라 혼자 사는 여성들이 불안해한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이 법안이야말로 민생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이 의원과 4월 12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오마이뉴스> 주거침입 기획 기사 보고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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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우 의원, '성적목적 주거침입죄 신설'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발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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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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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목적 주거침입죄 신설을 위한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발의했다.
"<오마이뉴스>의 성적목적 주거침입 기획 기사를 봤다. 기사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주거침입 판결문 200건 중 70건에서 성적목적이 분명히 드러나고, 64건은 주거침입과 함께 성폭력 범죄가 벌어진 사건이었다. 200건 중 총 134건, 즉 67%가 성적목적 주거침입 사건이란 거다.
그런데 성적목적이 있는 70건의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지 못하고 단순 주거침입이나 재물손괴, 절도로 처벌하고 그마저도 35건은 집행유예, 2건은 벌금형에 그치고 있었다. 성폭력 처벌법에 '성적목적 다중이용 장소 침입' 죄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성적목적 주거침입의 경우에도 성범죄로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 금융 문제를 주로 다루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인데, 상임위 이슈가 아닌 성적목적 주거침입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제 분야를 주로 발의하지만, 기사를 보면서 '문제 있다' 싶을 때 발의를 한다. (성적목적이 있다면) 단순 주거 침입죄로 다뤄서 될 일은 아니라고 봤다. 다만 고민은 성적목적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러나 (성적목적이 사건에 내포돼 있다면) 그 입증을 시도해야 하고, 입증이 된다면 (일반 형법이 아니라) 성범죄로 법 적용을 해야 하는 게 맞다."
-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성적목적 주거침입 사건을 입증,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을 거라 본다. 예컨대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노동관계법이 그렇다. 제가 회사에 있을 때 보면(기자 주 :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출신이다), 사람을 채용할 때 관련 법 조항을 신경 쓰게 되더라. (같은 맥락에서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법 조항이 마땅히 필요하다고 본다. 뉴스를 보다가도, 저런 일이 왜 발생했을까 살펴보면 법적으로 제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일 때가 많다."
- 관련 법이 있으면 수사 단계부터 성적목적 주거침입 범죄를 입증하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질 것 같다.
"그렇다.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어떤 조항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수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판결 과정에도 수사 내용이 반영되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하다."
- 왜 이 법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봤나.
"요즘 삶의 행태를 봐야한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경우 혼자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적목적 주거침입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는데,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발전한다는 건, 개인이 일상을 살면서 불안감을 적게 느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현재 한국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집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사실 집안을 침입하는 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같다. 개인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살 공간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집이 안전하고 보호받아야할 공간이라는 건 자명하다. 이번 개정안은 그 공간을 안전하게 지키자는 취지다."
- 가해자의 '성적목적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가 쟁점일 것 같다.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대로라면, 이미 200건의 판결문 중 70건은 성적목적 주거침입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입증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법안이 시행되면 판례가 쌓일 것이고, 그러다보면 성적목적이 무엇인지 법에 명시하지 않아도 판례에 의해 충분히 판단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법안 발의는 사실 '시작'이다. 본회의 통과가 관건이다.
"통과 되리라고 본다.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해외 사례나 다른 법률과의 정합성, 국민여론 등이 중요한데, 이 개정안의 경우 이미 성적목적 다중이용 장소 침입죄가 있다. 비슷한 개념인 성적목적 주거침입도 일반 형법이 아닌 성폭력 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게 법 체계상 맞다. (국회 안팎에서) 충분히 관심을 가지리라 본다. 이런 상황을 몰라서 발의를 안 한 것이지, 누구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충분히 입법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할 거다. 요즘 특히 성적목적 주거침입 사건이 빈번해 혼자 사는 여성들이 불안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이야말로 민생 법안이라고 본다. 이런 점들을 잘 설명하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저출생도 결국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아이 키울 수 있는 사회냐'의 문제"
- 발의한 법률을 보면, 대부분 경제, 금융 관련 법안이었다. 성폭력 범죄 예방과 여성 안전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구체적 계기는 무엇인가.
"사실 여성가족위원회로 오라는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시간이 부족해 응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 저출생 문제는 결국 딱 한 가지다. 아이를 낳았을 때, 내 생활이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게 우리 사회가 돌봐줄 수 있어야 한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보험, 사회복지, 연금 문제 등을 많이 언급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과연 안전하게,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일까,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경제적인 부분과, 민생, 안전은 모두 연결점이 있다."
- 기사를 통해 법안 발의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다른 케이스도 있나.
"많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주가조작으로 시세 조정이 있었다고 법원 판결이 나오면, 조작에 의한 추가 이익과 피해 손실액을 전부 환수하도록 하는 법이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한 번도 환수한 케이스가 없었다. 뉴스를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마약과 밀수, 도박은 원금을 모두 환수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렸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되겠다 싶어서 본회의에서 질문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라는 답변을 받았다. 법안을 냈고, 그렇게 통과시켰다."
- 경제 분야 법안도, 상대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주로 발의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경쟁이란건 공정한 운동장에서 뛰어야 함을 의미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워야 한다. 체급이 다른데 무작정 싸우라고 하면 안 된다. 경쟁, 시장원리 모두 중요하지만 각기 다른 체급을 어떻게 맞춰줄까가 쟁점이다. 정치에 입문하며 '아들에게 권할 직장이 없는 사회를 물려줄 수 없지 않냐'고 답했었다. 아직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안(2022년 3월 발의)도 그런 맥락이다. 현재는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어 이사에게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 등 자본거래에 있어 대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도 이사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게 되면 이러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앞으로 의정 생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