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전 국민 과로사 막자'며 전국 걷기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이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와 함께 12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노동시간 개악 중단, 노조법 2·3조 개정, 공안탄압 중단 행진단 출발'을 선언했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3조 개정을 위해 노동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주69시간 노동'을 추진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조법 2·3조의 개정을 막으려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개정안 제2조에 따르면 사용자 범위는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으로 확대된다. 또한 개정안은 사법적 판단이나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도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법 2·3조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경총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방문해 반대 입장을 냈다. 정부·여당은 '재계 반대'를 내세워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6월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2·3조 통과를 위해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전국 행진을 통해 원청교섭의 중요성과 손해배상가압류 재한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행진단은 이날 거제를 출발해 13일 경남 일대를 돌고, 14~15일 부산, 15~17일 울산, 18일 충북, 19일 서울, 20~21일 세종·충남, 24~28일 수도권을 순회한 뒤 오는 5월 1일(세계노동절) 서울에 도착한다.
금속노조는 투쟁선언문에서 "정부의 노동시간 개악, 노조법 개정에 대한 거부권 언급, 노동운동에 대한 공안탄압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한다"며 "특히 주 69시간을 넘어 주 80시간까지 가능한 노동시간 개악에 온 나라가 뒤집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청년 세대도 앞장서서 노동시간 개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을 거부하는 처사와 민주노조를 향한 공안탄압으로 노동자 투쟁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재벌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하다가 반대되는 여론만 키운 꼴"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가만히 있다가는 나라가 쑥대밭이 될 지경이다. 일하는 사람은 노예가 되고, 노동조합 없는 세상에서 재벌 자본가들만 배불리 살아가는 디스토피아를 만들 심산"이라며 "이런 상황을 막고자 정부를 심판하자는 목소리가 하나둘씩 모이고 있다. 일터에서, 시민사회, 정의를 말하는 종교계에서 퍼지는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오늘부터 한 달 동안 전국을 금속 노동자의 두 발로 걸어다니며 노동자, 시민의 저항을 모으고 모든 국민의 총파업을 열어젖힐 예정이다. 윤석열을 심판할 때까지 행진과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은 윤석열 정권은 철저하게 노동자 민중의 생존을 박탈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공안탄압, 폭력 탄압으로 대응하고 자신이 가진 권한을 총동원해 방해하고 있다"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 동지들이 전국 행진을 시작으로 투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법은 그동안 노동자를 통제하고 노동 3권을 실현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법으로 존재했다"며 "한 발짝 전진을 위한 개정안이 20년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법사위에서 계류중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착취의 주범이 누구인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바로 노조법 2·3조 개정을 막고,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는 자들"이라고 꼬집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오늘 이 투쟁은 우리 민주노총 반격의 상징이다. 이제까지 많이 당했지만, 5월 총궐기, 7월 총파업, 그리고 오늘 행진단 출범으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장혁 위원장은 "작년 뜨거웠던 여름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유최안 동지가 0.3평의 철감옥에서 외쳤던 울림이 온 사회를 뒤접어 놓았다"라며 "전체 민중이 하청 다단계 구조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 낱낱이 알게 됐다. 투쟁을 거치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는 과정까지 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윤석열은 '지지율 1%가 나오더라도 자신의 할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에 한 치의 양보와 타협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더 이상 이대로 살 수 없다. 더이상 죽음으로 내몰 수 없다"며 "투쟁을 통해 노조법 2·3조 개정을 관철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