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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자식을 잃고 가슴앓이를 26년 동안 하면서 3000여 개의 탑을 쌓았다. 하나둘씩 늘어난 돌탑은 길이 되었고 작품이 되었다. 노추산 모정탑이다.
 
3000여개의 탑이 다양한 형태로 쌓아있다.
▲ 돌탑 3000여개의 탑이 다양한 형태로 쌓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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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魯鄒山)은 강원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북면 사이의 군계를 이룬다. 높이 1322m. 태백산맥의 줄기에 속하는 산이다. 동해 쪽으로는 완만한 구릉이지만 서쪽방면은 심한 굴곡을 이루고 있다.

신라시대의 설총(薛聰)과 조선시대의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입산하여 학문을 닦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입시철이면 학부모들이 찾아와 기도하는 곳이기도 하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북면사이에 위치, 해발 1332m(2023.4.27)
▲ 노추산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북면사이에 위치, 해발 1332m(202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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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 모정탑은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산716번지 일대의 산기슭에 있는 돌탑이다.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일어나자 집안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차옥순 할머니가 1986년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26년간 쌓은 돌탑이다.

두어평 남짓한 산속 움막이 집이 되었고 작업장이 되었다. 돌탑을 처음 쌓기 위해 산에 올랐을 때는 정신 이상자가 아닌가 하고 많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26년동안 돌을 쌓기 위해 머문 집
▲ 움막 26년동안 돌을 쌓기 위해 머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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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것도 감동적이지만 여성의 몸으로 산중 생활을 하면서 쌓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산기슭에 있는 돌을 하나하나 주워 다듬고 맞추면서 쌓아올렸다.

대부분의 돌탑은 소원을 빌거나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서 쌓지만 모정탑은 달랐다. 아픔과 괴로움을 가슴으로 승화시켜 쌓아올렸다. 한 사람의 손으로 쌓았다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돌탑 길의 거리는 약 1㎞이고 돌탑은 3000여 개다. 모진 비바람과 태풍이 있었지만 쓰러지거나 넘어짐 없이 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을 잘 담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한미경(55), 최벼리(23) 모자는 "하나하나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엄마의 정성과 헌신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요즘 너무 쉽게 생각하고 빨리빨리하는 성급한 자세를 되세기게 합니다" 하고 고개를 숙였다.
 
가지런히 정리된 탑과 이제 막피어 오르는 나뭇잎이 편안함을 더해준다
▲ 돌탑길 가지런히 정리된 탑과 이제 막피어 오르는 나뭇잎이 편안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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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고인이 된 차옥순 여사의 애뜻한 사연을 기리기 위해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마을에서는 마을 가꾸기 사업을 통해 힐링 체험장과 돌탑 체험장을 조성했다. 그 이후 '모정탑 길'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부천에서 단체로 방문한 김수남(68)씨는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는데 참 잘 온 것 같습니다. 산속 생활을 26년간 하면서 자식을 위해 돌탑을 쌓았다는 게 대단합니다. 다른 돌탑들과는 다른 가슴 아린 엄마의 마음이 담겨 있네요. 부모로서 다시 한번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갑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오랜세월 모진 비바람을 맞고도 넘어지거나 쓰러짐없이 잘 견디고 있다.
▲ 신비한 탑 오랜세월 모진 비바람을 맞고도 넘어지거나 쓰러짐없이 잘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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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쌓은탑으로 하나둘씩 탑이 늘고 있다.
▲ 방문객이 쌓은탑 방문객들이 쌓은탑으로 하나둘씩 탑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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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탑 입구에는 복사꽃이 한참이다. 4월의 끝자락인데 이곳은 아직 봄이 이르다. 높은 산중이라서 흐드러지게 피고 지어야 할 꽃들도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노루발풀, 용담, 투구꽃, 구절초, 매발톱꽃, 얼레지 등이 기다리고 있다.
 
모정탑입구에 피어난 복사꽃, 들녘은 4월 중순이면 꽃이지는데 고지대라서 이제 막 피기시작함.
▲ 복사꽃 모정탑입구에 피어난 복사꽃, 들녘은 4월 중순이면 꽃이지는데 고지대라서 이제 막 피기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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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지대라서 이제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 냇가와 진달래 고산지대라서 이제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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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추산 모정탑길 냇가는 대기리에서 흐르는 물과 도암댐에서 흐르는 물이 합류한다. 도암댐이 건설되기 전에는 1급수의 물이었다. 냇가에는 버들치, 갈겨니, 가재, 퉁가리, 피라미, 메기 등 깨끗한 물에서만 자라는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했다.

댐이 건설된 후 오염되어 많은 물고기들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노추산 정상에서 흐르는 물은 오염원이 전혀 없다. 아직도 많은 종의 물고기들을 볼 수 있다.   
 
노추산 정상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여름에도 손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 계곡물 노추산 정상에서 흐르는 계곡물은 여름에도 손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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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이다. 복잡한 행사장과 꽃잔치가 있는 곳보다는 엄마의 가슴으로 정성 들여 쌓아 올린 노추산 모정탑을 걷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족의 사랑을 느끼고 갈 수 있는 노추산 모정탑이다. 
 
입구에서부터 소나무와  야생화, 돌탑을 볼 수 있다.
▲ 돌탑길 입구에서부터 소나무와 야생화, 돌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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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노추산, #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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