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 잇단 망언으로 중징계 위기에 내몰린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4일 광주광역시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5월 3단체 사과 방문 등을 하며 한껏 몸을 낮췄지만, '징계 위기 모면용 사과 행보'라는 싸늘한 반응이 따라붙는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사전 예고 없이 5·18 묘지를 찾은 그는 방명록에 "광주시민의 아픔과 민주 영령님들의 희생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깊이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썼다.
갑자기 광주 찾은 김재원
이어 김 최고위원은 광주시 서구 5·18기념문화센터를 찾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 등 5월 3단체 사무실을 잇따라 방문했다.
5·18기념재단 원순석 이사장과의 면담에서는 "최근 저의 잘못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5·18 정신 헌법 수록 등 현안에 대해서도 앞장서 돕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순석 5·18재단 이사장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평소 저 양반(김재원) 한 번 만나면 사정없이 야단을 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는 한껏 자세를 낮추고 사과를 하더라"며 "앞으론 절대 그런 일(망언) 없을 것이라고 두 번 세 번 약속했는데 실제로 그러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양제혁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 역시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직접 찾아와 두 번 세 번 사죄하더라"며 "앞으론 정말 말을 신중하게 하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김 최고위원이 광주를 찾아 한껏 자세를 낮추며 '사죄 행보'를 벌였지만 5월 단체를 비롯한 광주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광주 방문 목적이 '진정성 있는 사죄'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징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인 방문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방문 시기만 보더라도 김 최고위원의 5·18 망언과 광주 사과 방문은 한 달 이상 차이가 있다.
여기에 지난 13일 국민의힘은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는데, 황정근 윤리위의 1호 안건에 '김재원 징계건'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용산 대통령실도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정성 있는 사과로 안 보여"
5월 단체의 한 관계자는 "'5·18 망언'을 한 지 한 달도 더 지난 지금 뭔가에 쫓긴 듯 다급하게 광주를 찾아와 연신 고개를 숙인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김재원이 누군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전두환 찬양 발언도 한 이가 아니던가. 그땐 왜 사죄 방문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사죄 방문하는가"라며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3·8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한 뒤 첫 주말이던 지난달 12일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은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이달 초엔 윤석열 대통령의 제주 4·3 추념식 불참을 비판하는 야당 주장에 반박하면서 "4·3 기념일은 삼일절, 광복절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제주도민은 물론 당 안팎의 비난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