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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다. 나 또한 실천 리스트 중에서 첫 번째가 '하루에 10~15kg 배낭을 메고 30~40km씩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었다.

특히나 장기간 해외 배낭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체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더 뼈저리게 느낀다. 무엇이든 좋을 때 관리·유지가 필요한 법이다. 이번 겨울에 버스와 도보로 오키나와를 한 바퀴 돌고 귀국한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운동종목을 선택했다. '크로스핏(crossfit)'이 내게 들어왔다.

CrossFit은 '교차하다(Crossover)'와 '휘트니스(Fitness)'의 합성어로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역도 코치였던 Greg Glassman에 의해 처음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0개에 달하는 박스(크로스 핏은 Gym이라고 하지 않고 Box라고 칭한다)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나는 귀국하고 며칠 뒤인 1월 13일에 크로스핏에 입문 했다. 세 달이 지난 지금 크로스핏의 열성 팬이 되었다.
 
 블레이즈팟(blaze pod)으로 게임하듯 몸풀기
블레이즈팟(blaze pod)으로 게임하듯 몸풀기 ⓒ 크로스핏디노 제공
   
 또하나의 운동 축을 이루는 체조 동작하기
또하나의 운동 축을 이루는 체조 동작하기 ⓒ 크로스핏디노 제공
 
경험 상, 크로스핏의 매력에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 매력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역동성에 있다. 하루하루가 늘 새롭다. 역도와 체조에 기반을 두되 그것을 뼈대로 여러 종목이 접목된다.

학창시절 체육선생 같은 코치가 매일 '오늘 해내야 하는 운동 계획'을 짠다. 그것을 와드(WOD: Workout Of the Day)라고 부른다. 버피, 풀업, 토투바, 푸시업, 줄넘기, 역도, 덤벨운동 등으로 매일매일 다르게 구성되는 일종의 운동 사이클이다.

5년 차 베테랑과 2주 차 '초짜'가 함께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섯 가지 레벨이 있기 때문이다. R2(R×d2)가 최고 등급이고 R1(R1×d1), A, B, C, Boot 순이다(Box마다 레벨이 약간 다를 수 있다). '생초짜'는 Boot이다.

현재 나는 Boot을 벗어나 C와 B등급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그리 높은 레벨에 욕심 부리지 않는다. 기본 자세가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동작을 배우는 데 더 중점을 둔다(내 인생에서 역도를 할 것이라고 언제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런데 벌써 몸이 탄탄해지면서 군살이 빠졌다. 리즈 시절 허리 라인을 찾은, 건강한 다이어트 운동이라는 것이 3개월 만에 증명된 셈이다.
 
 전신운동인 로잉머신 하는 모습
전신운동인 로잉머신 하는 모습 ⓒ 크로스핏디노 제공
 
두 번째 매력은 팀워크이다. 혼자 기록을 달성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2인 1조나 3인 1조로 진행되기도 한다. 와드가 시작되면 협동심과 경쟁심이 작동된다. 팀워크가 좋아지고 단시간에 고강도 훈련이 된다.

세 번째는 역시나 극강의 효율성이다. 개인적으로 헬스는 의지 박약으로 늘어져 늘 시간을 오래 잡아먹었다. 크로스핏은 강제성이 있다. 딱 1시간이면 된다. 정확히 말하면 와드 시간은 20분 정도이다. 그 외는 몸풀기와 체력강화(strength) 시간이다.

마지막으로는 체력을 넘어 멘탈까지 강화시켜준다는 점이다. 간혹 2~3명이 하는 팀워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와의 싸움이다. 와드가 끝나면 흘러내린 땀보다 더 성취감이 몰려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해냈다는, 일종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운동이 바로 크로스핏인 것이다. 5년 째 크로스핏을 하고 있는, 51세 여자 회원 K는 운동을 하고 난 뒤로는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말한다.
   
 고난이도 링머슬업. 각자 난이도를 조절해서 도전할 수 있다.
고난이도 링머슬업. 각자 난이도를 조절해서 도전할 수 있다. ⓒ 크로스핏디노 제공
 
광주 남구 봉선동에서 크로스핏 디노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연 코치는 크로스핏의 오해 중 하나가 젊은 사람들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각 수준에 따라 코칭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시간 고강도 운동이라고 해도 다양한 연령층이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디노 회원 중 최고 연령은 64세의 여성 회원이며 C에서 A 레벨 와드까지 거뜬히 해낸다. 그러면서 박코치는 크로스핏을 할 때 고려해야 할 두 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회비가 무조건 싸다고 가입하는 것보다 직접 박스를 찾아가서 다양한 장비 보유 및 장비 브랜드를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 장비는 초보자가 개별적인 근육 운동을 했을 때에도 집중도를 높여주는 데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연구하는 코치를 만나는 것이다. '연구'에 관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그의 말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전 세계인이 동시에 참여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오픈 대회 모습(T2B) 그리고 심판 보는 박성연 코치
전 세계인이 동시에 참여하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오픈 대회 모습(T2B) 그리고 심판 보는 박성연 코치 ⓒ 크로스핏디노 제공
 
첫 번째는 초보자는 물론 고급자도 단계마다 코칭이 들어가는 크로스핏은 무엇보다도 코치의 역량이 중요시된다. 각자의 능력치를 최대치로 끌어내면서 그 능력치에 맞게 코칭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박스 분위기 또한 무시할 수가 없다. 와드를 진행할 때 각기 다른 실력을 가진 회원들이 단시간에 각자의 레벨로 와드를 진행한다. 혼자 기록을 세우기도 하지만 팀 기록을 세워야할 때도 있다. 개별적이면서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코치의 능력이 곧 박스 분위기를 좌우한다. 각자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면서도 재미있게 와드를 진행하면 금상첨화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트렌드를 잘 읽어야 한다. 크로스핏 태생은 미국이다. 트렌드가 미국에서 만들어진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오픈 대회 등 유튜브를 보면서 흐름을 잘 읽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장비 등도 트렌드에 맞게 구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박성연 코치는 꼭 크로스핏만이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운동이든 다 좋단다. 운동을 하다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장점 외에도 부가적인 이득이 많기 때문이다.

외적인 자신감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여러 사람과 교류를 하다보면 삶의 여유를 훨씬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떤 운동이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무조건 권장한단다. 다만 크로스핏도 그 중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로스핏#크로스핏디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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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이자 문학박사.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투마이 투마이》, 장편소설 《죽음의 섬》과 《스노글로브, 당신이 사는 세상》, 여행에세이로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물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 등이 있다. 현재에는 광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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