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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말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저의 영어 이름 '데이지'의 꽃말은 희망입니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에게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기록합니다.[기자말]
찜기의 뚜껑이 올라감과 동시에 모락모락 만두 연기가 피어오른다. 요리사는 화덕에 반죽을 올린다. 따뜻함과 시원함의 경계에서 달콤한 맛의 버블티도 즐비하다. 다양한 음식이 가득한 이곳은 대만이다. 일본에서 사토시를 만난 후, 두 번째 데이지의 주인공을 만나기 위해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거리에 발을 디뎠다. 
 
 타이베이의 식당, 요리사가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다.
타이베이의 식당, 요리사가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다. ⓒ 신예진
 
셔츠 한 장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따뜻한 날씨가 연속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Siti Fatimah(이하 시팟)도 회색의 카디건을 걸치고 나타난다. 인도네시아 사람인 시팟은 대만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는 대만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 대학교수 준비를 하고 있다. 히잡은 그의 상냥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을 돋보이게 한다.

우리는 자전거로 대만 시내를 누빈 후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에 다다랐다. 시팟이 현재 다니고 있는 대학이자 오늘의 대화 장소이다. 무슬림인 시팟은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간에 기도한다. 대학 교정에 도착한 시간 역시 기도 시간이기에 시팟은 기도를 마치고 돌아온다. 이후 조용히 인도네시아가 가진 사회적 문제를 토로했다.

인도네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다. 무슬림은 매일 정해진 기도 시간이 되면 기도해야 한다. 신과 가깝게 지내는 무슬림의 뿌리를 보여준다. 그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종교와 밀접한 삶을 살다 보니 자신의 감정과 정신적 문제가 종교에 잠식되는 경우를 언급한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아픔이 있을 때 사람들은 '네가 기도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말하기 일쑤다. 그는 정신, 감정의 영역과 종교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것처럼 감정을 통제하기 힘들 때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식당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함께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식당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 신예진
 
시팟은 자신이 생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대만에서 공부를 하며 회사 업무도 본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는 'Loveyourself Indonesia'이다. '사람들의 건강한 마음'을 위해 설립되었다.

"행복은 다른 이로부터 오지 않는다. 행복은 너의 마음으로부터 온다"라는 회사 신조 아래 그는 자신을 사랑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종교로부터,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쉽게 화를 내고 상처를 줘.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거야. 우리는 그들에게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려줘. 때로 괜찮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괜찮다고 답하지만, 사실 그들은 괜찮지 않아. 내면에서 울고 있을 거야."

대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는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만들고 기사를 작성한다. 마음 치료와 관련해 학교 출강을 가고 사람들을 상담한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힘

그는 회사로부터 봉급을 받은 적이 없다.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음 치료를 받기 위해 전문가를 찾아가기에는 형편이 여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의 회사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의 미소 뒤에 펼쳐지는 넓은 마음에 동기가 궁금해졌다. 나의 질문에 시팟은 굳게 믿는 카르마에 대해 말했다.

"네가 선행을 하면 그 선행은 네게 돌아온다. 그게 내가 회사를 세운 이유야. 이건 종교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야."

덧붙여 그는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배운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아버지는 죽음을 앞에 둔 모두에게 세 가지를 기억하라고 말씀했다. 첫 번째,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사람을 도와라. 두 번째, 네가 돈이 있다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라. 세 번째, 네가 돈이 없지만 에너지를 가졌다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해라. 그의 언니 역시 고아와 가난한 가정을 위해 무료로 학교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아픔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손길로

언제나 베풀고 따뜻한 포옹을 가진 시팟에게도 아픔이 있다. 언제나 1등 자리를 차지했던 언니 뒤로 시팟은 매 순간 비교당했다. 비교는 쌓이고 쌓여 시팟의 감정을 고이게 했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다보니 통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는 울 수 없었다. 끔찍한 사고 현장을 봐도 그는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행복은 다른이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행복은 너의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말하는 시팟.
행복은 다른이로부터 오는 게 아니다. 행복은 너의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말하는 시팟. ⓒ 신예진
 
학사를 졸업할 때쯤 그는 자신의 감정이 올바르지 않다고 깨달았다. 병원에 찾아가 약을 처방받고 그는 조금씩 회복되었다. 이후 그는 깨달았다.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었다. 시팟이 돕는 사람은 과거의 자신이었다.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니 울컥함이 밀려온다. 그의 아픔을 작게나마 안으며 그에게 물었다.

"희망을 믿나요? 당신의 희망, 당신의 데이지는 무엇인가요?"

그는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이미 많은 생각을 해왔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내가 죽을 때 내 주위 사람들에게 계속 기억되고 싶어.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이어져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어. 우리는 죽을 때 돈을 갖고 죽을 수 없어. 우리의 흔적만이 남게 되지. 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어."

친절을 베풀면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줄 거라 믿는 시팟의 모습은 '나눔'이란 글자를 형상화 한 듯하다.

내면의 행복이 주위의 행복으로 번지게 될 거라는 그의 믿음을 나도 함께 믿고 싶어졌다. 아니, 원래 알고 있었지만, 어렴풋이 잊어 갔던 사실을 다시 한번 믿고 싶어졌다. 대만, 타이베이에 두 번째 데이지가 핀다. 다음 목적지는, 인도네시아이다.

덧붙이는 글 | 현재 꿈이 무엇이냐는 나의 질문에 시팟은 결혼이라 답했다. 뒤이어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회사가 지금보다 커지고,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어. 그렇지만 최우선 순위로 나의 꿈은 결혼이야!”


#두송이#데이지#SITI FATIMAH#대만#타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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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유를 찾기 위해 1년간 떠난 21살의 45개국 여행, 그 길 위에서 만난 이야기 <너의 데이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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