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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지방) 소멸은 '격차'의 현상은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 그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주목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은 미래세대 노동조합으로서 지역 청년들의 이야기를 면밀히 들여다본다. [편집자말]
 2022년 6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자동차, 기계, 항공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읽고 있다.
2022년 6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자동차, 기계, 항공산업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읽고 있다. ⓒ 연합뉴스
 
경남청년유니온엔 취직을 준비하는 조합원, 취직했지만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 지역에서 운 좋게 취직을 해서 살아가고 조합원들이 있다. 이들이 경남에서 살아가며 하는 고민은 각자 처지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 부분도 상당하다.

지역의 인구 이동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대 25.3%, 30대 21.8%로 20~30세대가 전체 지역 인구이동의 4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021년 국내인구이동통계, 2022.01.25.).

특히 호남권과 영남권의 인구가 수도권 및 중부권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간 인구이동'에 있어 주요한 전입사유로 '직업(34.5%)'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자리 문제를 이유로 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래 지도 이미지를 보면, 화살표에 적힌 숫자(단위기준 1000명)는 유출에서 유입을 뺀 값이다. 영남권은 상황이 심각하다. 모든 지역으로 유출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수도권으로의 순 유출이 상당히 많다.
 
 권역별 인구 순이동. 화살표 속 숫자는 단위기준 1000명을 의미한다. 경남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이동(유출-유입)이 51이라면, 이는 5만1000명을 의미한다.
권역별 인구 순이동. 화살표 속 숫자는 단위기준 1000명을 의미한다. 경남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이동(유출-유입)이 51이라면, 이는 5만1000명을 의미한다. ⓒ 2021년 국내인구이동통계, 통계청, 22.
 
경남유니온이 인터뷰한 청년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지역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점이다. 양질의 일자리라 함은 높은 연봉, 워라밸, 쾌적한 노동환경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경남 창원에서 일하고 있는 한 조합원 A(28)의 말이다.

"IT, 서비스업과 같은 일자리는 말할 필요도 없고, 제조업 일자리 또한 대부분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또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HD현대 GRC, 삼성디지털시티, LG트윈타워, SK하이닉스 이천공장 등 사람을 많이 뽑는 대기업 본사는 대부분 수도권에 있다.

지방 티오(T.O.)는 대부분 제조 생산관리이며 이마저도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경우 근무환경이 좋지 않다. 신입에 대한 적절한 교육프로세스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입사한 신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복지가 좋거나 연봉이 높거나 워라밸이 좋은 것도 아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자주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작은 곳이라도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회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비용 들여 프로그램에 돈 쓰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다음은 울산에서 일하다가 서울로 이직하기 위해 준비 중인 조합원 B(27)의 이야기다.

"비수도권에서의 업무는 사실 수도권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재 유치 및 인재개발에선 뚜렷한 차이가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현상 유지만 하면 되니 최저시급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현장이 많았다.

실제로 한 사업장에서 재고관리담당 관리자가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쓰도록 사측에서 장려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수기적·형식적인 방식을 고수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유는 비용의 문제였다. 추가적으로 인건비 및 프로그램비용이 발생하니 인재도 인재개발도 딱히 필요하지 않은 거다. 하지만 수도권의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가 말하길, 자기네 회사는 비용을 들여 AI를 이용한 프로그램 관리자를 둔다고 했다."


지역의 모든 사업장의 얘기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지역의 수많은 사업장에서 목도할 수 있는 현상이다. 신입사원 교육 프로세스 부재나 일하고 있는 사람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투자하지 않는 행태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만들고 있다. 울산 조합원 B가 서울로 이직을 준비하는 이유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다.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는 없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경력직 자리뿐이었다.

실제로 주변에 지인들을 살펴보면 전공을 살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 설사 운 좋게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취직에 성공해도 교육 프로세스 부재 등으로 회사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수도권 이직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의 많은 청년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자신이 꿈꾸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취직을 하는 운 좋은 경우는 몇 없다. 현재 경남 창원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합원 C(25)의 이야기다.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삶을 찾는 것이다. 특히 어떤 직장에 처음으로 취직하느냐는 한 인간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난 이곳에서 삶의 방향을 잃었다. 나는 창원에서 사는 4년제 대학생이다. 지역 국립대를 졸업할 예정이지만, 전공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없다.

사회과학계열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서 친구들은 2년째 공무원 준비에 몰두해 있고, 합격하는 친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외에는 상경, IT, 디자인 등 다른 전공을 다시 듣곤 전혀 다른 분야를 찾아 부산과 수도권으로 떠났다."


C는 경남에서 취직 준비와 알바를 병행하고 있다. 졸업을 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 때문이라고 한다.

"경력 없고 지방 사는 청년의 선택지는..."
 
 열차 승강장과 여행용 가방.
열차 승강장과 여행용 가방. ⓒ pexels
 
지역 청년들이 느끼는 지역 일자리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어떻게든 취직을 하기 위해 회계 공부를 한다. 어떤 회사든 경리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역 청년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지만 어떻게든 먹고 살기 위해 취직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서 중소기업 중 제일 괜찮아 보이는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보다 큰 지역 또는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방법이다. 이것도 아니라면 개인 사업을 하는 것이다. 선택지 중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 창원에서 취직을 준비했고, 현재는 취업에 성공한 조합원 D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서울이 싫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에서 살 자신이 없다. 높은 물가와 심각한 교통 체증, 어디를 가도 많은 사람 때문에 서울로 올라가서 생활하기가 싫었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지역에 남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다.

구직활동을 하면서 '서울에 가서 살기 싫다'는 말이 얼마나 배부른 소리인지 알게 됐다.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며 생활하고 있다. 다섯평짜리 원룸에 살며 월세 60만 원, 각종 공과금과 교통비를 포함하면 아끼고 아껴도 월급의 절반은 날아간다.

그럼에도 내 친구들은 전부 서울행을 선택했다. 구직 사이트에서 지역별 일자리를 검색했을 때, 수도권 일자리는 17만여 개, 그에 비해 경남은 약 5000개밖에 없다.  그마저도 지방 일자리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경력이 없고 지방에 사는 청년의 선택지는 '상경', 그거 하나밖에 없다."


그는 운 좋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취직한 건 아니다. '조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았을 뿐이다. 물론 모든 사례가 비관적인 건 아니다. 그러나 지역 청년 일자리 문제는 '지역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조합원 D의 현실 진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나는 다행히 지방에 남아 일하며 살아간다. 주변에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운이 좋아야만' 지방에 남아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지역 청년들에게 선택지는 정말 그것밖에 없는 것일까? 영화 <부산행>처럼 '서울행'을 하지 않으면 운이 좋아야 살 수 있는 상황은 마치 재난과 같다. 현재 지방 청년 일자리가 그런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지현씨는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입니다.


#지방소멸#청년일자리#경남#일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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