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는 내가 돌아갈 집도, 마을도 모두 파괴했다. 육십 평생 모은 나의 전 재산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3년이 지났지만, 그 잔혹성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중부 사가잉주의 버지찌 마을에 군부의 전투기와 헬리콥터의 폭격이 행해졌다. 이날 공습으로 인해 아이들을 포함한 168명이 넘는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시민들을 표적으로 삼고 방화, 폭격 등으로 마을과 지역사회를 공격하고 있다.
시민들은 군부의 공습을 피해 정글로, 산속으로 도망가는 수밖에 없다. UNHCR(유엔난민기구)가 4월 10일에 발표한 미얀마 비상사태 지역업데이트(MYANMAR EMERGENCY UPDATE as of 10 April 2023, UNHCR RBAP)에 따르면, 2021년 2월 1일 이후 이웃 국가로 대피한 난민이 84,400명, 미얀마 내 실향민은 147만7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얀마 활동가에 따르면 도시에선 핸드폰을 비롯한 소셜미디어 검문이 강화되고, 저녁이면 통행금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통행금지를 어기다가 발각되면 돈을 주거나(빼앗기거나) 사망한 군인의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군대로 끌려가기도 한다. 군인에게 발각되면 돈도 빼앗기고, 군대로 끌려간다.
군부는 식량, 물, 사람들 간의 접촉, 정보 등을 통제하는 전략을 펼치며 미얀마 시민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치솟는 물가는 물론이고 도시의 대형마트엔 재고가 없어 살 수 있는 물건들이 없고, 전기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도시 지역은 농촌 지역에서 생산품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물가 상승에 임금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 지역 역시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라고한다. 군부의 공습을 피해 피난을 가는 바람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고, 농사를 짓더라도 종자나 비룟값이 상승해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다. 미얀마 전역의 식량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WFP(유엔세계식량계획)는 미얀마 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인 1320만 명은 2022년 극심한 식량 불안정과 영양실조 우려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과 행동으로 군부에 맞서고 있다. 청년들은 민주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가만히 있으면 다음번에 폭격당하는 건 내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PDF(시민방위군)에 참여하고, 시민들은 침묵 시위, 무인 시위, 플래시몹, 집회 등으로 저항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군부 쿠데타 초기부터 피난민에 대한 지원과 연대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는 지역 이동 금지 조치 등으로 인해 미얀마에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는 미얀마 주민들과 연대해 온 국내 시민단체 해외주민운동연대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국 청년들의 모임(공적인사적모임, 국제개발협력커뮤니티얼라이언스, 코빌)이 최근 힘을 모았다. 미얀마 시민 특히 난민들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대체 식량을 생산하고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계란, 단백질파우더, 땅콩, 오트밀 등으로 만들어진 대체 식량은 성인에게 1일 10개(1800kcal), 아동에게 5개(900kcal)를 제공할 예정이다. 물이나 불이 별도로 필요 없고, 피난길에 제대로 된 식량을 챙기지 못한 시민들에겐 유용하다. 곧 닥칠 6월 우기에선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월 대체 식량 1만5000~2만 개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월 10만 개 생산을 목표로 해외주민운동연대에서는 모금과 함께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4월 25일, 29일 그리고 5월 2일, 9일 설명회별로 다양한 현장(지역운동 단체, 종교 기관, 시민사회 기관, 국제개발NGO)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을 만날 수 있으며, 5월 11일(목)에는 오프라인 공개 설명회도 예정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해외주민운동연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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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새해는 4월 17일이었다. 미얀마 시민들의 새해 소원은 "생존"과 "안전"이 아니었을까. 미얀마 시민들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아니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대하면 좋겠다.
"올해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겁니다."
미얀마 활동가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