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28개 지역 중 '52%'가 '소멸위기'
우리나라의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228개 시군구 중 118개의 지역이 '인구소멸위험지역(아래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지역을 가리킨다.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은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정도가 다른 지역보다 크다.
소멸위험지역 중 하나인 충청남도 서천군의 인구는 2015년 5만4768명에서 2021년 5만12명으로 4756명 감소했다. 5년간 인구의 약 8.68%가 줄어들었다. 다른 소멸위험지역인 전라남도 고흥군은 2015년 인구가 6만2477명, 2021년 인구가 5만8873명으로 6년간 약 5.77% 감소하였다.
지방의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떠나면 지방의 일자리와 사회기반시설이 더 취약해진다. 이는 다시 지방인구의 유출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 악순환을 좀처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2000년에는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하는 지역이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23년이 지난 지금 총 118개의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방소멸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우리의 고향이 없어진다는 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이오덕 선생' 배출한 '100년' 학교도 사라진다… 위기의 경상북도
경상북도의 상황은 다른 지역보다 심각하다. 경상북도의 23개 시군 중 경산시, 구미시 그리고 칠곡군을 제외한 20곳(전체의 약 87%)이 소멸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이 중 10곳은 소멸위기지수가 0.2 미만인 '소멸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소멸고위험지역에 해당하는 군위군과 의성군의 소멸위기지수는 각각 0.104, 0.106으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16년 전에 청송군으로 귀농한 A씨는 "처음 귀농했을 때와 확실히 다르다. 동네를 보면 빈집이 너무 많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학생 수 감소라고 생각한다. 가끔 미래가 없다고까지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청송군은 2023년 기준 소멸위기지수가 0.119로 소멸고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청송군 현서면에 위치한 '화목초등학교'는 2021년 개교 10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다. 그러나 현재 전교생은 27명에 그친다. 학생 수가 1명인 학년도 있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권고 기준에 따르면, 면 소재 초등학교의 경우 전교생 60명 이하의 학교에는 통폐합이 권고된다. 지금과 같은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 '이오덕 선생'을 배출한 '100년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방소멸 위기 속 경북도의회가 꺼내든 카드는 '지방소멸대책특위'
이와 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경상북도의회는 2020년 '지방소멸대책특별위원회(아래 지방소멸대책특위)'를 결성했다. 특위의 목표는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 그리고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인구유출 문제를 도의회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경상북도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견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공감대를 끌어내고, 정부의 지방소멸 정책 전반을 점검한다.
지방소멸대책특위는 지난 4월 11일 충청남도 예산군에 방문해 '현지확인' 사업을 실시했다. 특위는 1박2일 일정으로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로 각광받는 '예산시장'과 '新활력 창작소(대표 백종원 더본외식산업개발원)'에 방문했다.
김창기 지방소멸대책특별위원장(문경)은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지방만의 특색을 살려 사람들이 찾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예산시장의 사례처럼 지역의 전통시장을 활용한 청년창업이 지역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우리 지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인구유입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도록 기반조성과 정책개발 및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고향 지켜내려면…
'눈치 보지 말고 정책 결정해야'
시군 단위에서도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청송군의 경우 올해부터 '무료 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이동성을 높여 내수 경제를 살리고, 청송을 찾은 관광객들이 더 편리하게 관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영덕군의 '뚜벅이 마을'도 위기 속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뚜벅이 마을에서 제공한 트레킹 프로그램에 반해 눌러앉은 청년들이 있다.
지난달 정부는 첨단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15개 지역에 첨단 단지를 조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함으로써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밖에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하여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소멸 대응 시민단체 '충청북도 국토균형발전및지방분권촉진센터'는 "K-칩스법안,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 등은 정부가 업계의 입장만을 고려한다는 증거다. 정부는 이와 같은 수도권 위주의 성장, 개발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비판은 지자체가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것으로는 소멸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센터는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정치권은 정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는 정부의 입맛에 맞춘 정책 결정이 아니라 지방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고향이 없어진다'는 암울한 예언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