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한참 진행된 시골은 시설, 사업, 복지 등이 전부 중장년, 노년층에 맞춰져 있다. 지방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의 문제, 출산율, 이주정착과 귀농귀촌 등 인구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의 중심에는 청년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통계청이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를 보면 매년 꾸준히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인구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기본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최고의 선택을 해도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함양군은 어떤 청년공간을 만들게 될까? 함양군과 인구규모가 비슷한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하는지 살펴보고 공간이 갖는 힘과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한다. - 기자 말

청년은 어떤 존재일까? 미디어에서는 청년을 MZ라고 부르며 청년들만 가진 고유한 특성 따위에 주목한다. 특성이 일관적인 것 같지만 각자가 다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 청년들의 다양한 특성에 맞춰 함양의 매력을 전달하는 일은 청년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함양군을 타지에 있는 청년에게 알리는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팀이 있다. 함양군청년마을 '고마워, 할매'를 진행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숲속언니들과 서하다움 청년레지던스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빈둥협동조합이다.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매번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숲속언니들의 박세원 대표는 함양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도시로 떠났다가 함양을 다시 찾은 'U자형 귀촌인'이다. 빈둥협동조합의 김찬두 대표는 10여년 전 귀촌 후 함양읍의 카페빈둥을 통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싹 틔운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함양의 청년공간에 대해 물어보았다.

함양군 청년마을 '고마워, 할매' 박세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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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마을 '고마워, 할매'는 행정안전부의 '2022년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성공적인 1년차를 마친 후 2023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3년 동안 총 6억 원의 예산으로 함양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도 공간이 있어야 할 수 있어요."

청년마을을 이끌고 있는 숲속언니들의 박세원 대표는 공간의 필요성을 말하면서 청년마을이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했다.

청년마을이 갖고 있는 공간은 총 6개. ▲게스트하우스 및 공유오피스 공간 '꿈꾸랑' ▲장기 거주 숙소인 '이어랑' ▲제철 식재료 팝업 식당 '함무랑' ▲전시 및 세미나 공간 '우리랑' ▲청년 오픈 마켓 '모여랑' 그리고 ▲사무공간 '들랑날랑'이다.

청년마을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조성한 공간은 게스트하우스 공간인 꿈꾸랑이다. 숙소 공간이 없다면 지역의 게스트하우스 등을 사용해도 좋다는 행정안전부의 지침이 있었지만 함양은 그런 공간이 없었다고.

"숙소는 타지 청년에게 함양을 어필할 수 있는 기초적인 공간이에요. 그래서 가장 처음 조성을 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함양에 이미 있는 여러 공간을 떠돌아 다녔어요."

여민락, 읍사무소의 다목적강당, 까매요의 2층 공간, 별빛부엌, 마을회관 등을 전전하며 청년마을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관비 지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후 공간을 차례로 마련하게 됐다.

"공간이 없다면 주도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없어요. 그건 우리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지역을 살아가는 것도 같아요. 공간이 없으면 그 세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워요."

박세원 대표는 "지역일수록 청년공간은 무조건 필요하다"며 청년공간은 자연스러운 아지트 같은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이용에 거부감이나 부담감도 없고 만만한 공간이요. 마을 어르신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마을마다 있잖아요. 함양에는 청년이 부담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요? 도시와 다르게 시골의 청년은 소멸위험 마을의 구성원 같아요. 마을회관과 같은 공간이 지역 청년들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을활력공간 '빈둥' 김찬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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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모임과 활동이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공유공간입니다.'

마을활력공간 빈둥의 소개글이다. 김찬두 대표는 "마을, 활력, 모임, 활동, 시민, 공유. 무엇하나 쉬운 의미가 없다"며 그럼에도 그게 가능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빈둥은 2012년 11월 오픈해서 올해로 12년차가 됐다. 시즌으로 치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첫 번째 시즌은 5년 정도 카페 겸 커뮤니티공간으로, 두 번째 시즌은 상근 매니저가 돌아가며 운영했다. 상근 매니저마다 고유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도 하면서 모임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코로나19를 거치고서 지금은 마을활력공간으로서 본격적인 빈둥을 운영하게 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크고 작은 청소년모임, 고등학생들의 자체 졸업파티 등 여러 모임의 공간이 됐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모임을 하기 어렵게 됐다. 김찬두 대표는 '쓰임이 없어지면 공간을 잘 닫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편하게 모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를 확인하고서 청년이나 청소년, 소규모 동아리들에게 이 공간을 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마을의 활력을 위해 사용되는 모임공간이 됐어요. 후원과 이용료로 운영되지만 그런 게 아니어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요.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후원자의 월 후원액으로 월세를 해결하게 됐어요."

10년 넘게 함양에서 작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빈둥. 주민들이 빈둥에 대한 애정을 후원으로 보답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 공간을 누렸던 것처럼 누군가도 이 공간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김찬두 대표는 작은 모임이 다양하게 생기고 빈번하게 모이게 된다면 이 마을에 활력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공간은 참 신기해요. 공간이 있으면 영화관, 청소년공간 등 다양한 역할이 조금씩은 가능해요. 번듯한 건물이 없어도 활용하게 돼요. 연습실을 고민하던 사람들은 갖춰진 공간이 없더라도 그럼에도 결핍을 해결할 수 있어요. 저는 그런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는 거예요. 사람들의 색을 입힐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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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간이 있다고 해서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김찬두 대표는 공간을 이야기할 때 항상 우수사례로 꼽히는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의 예시를 들며 공간을 이끌어가는 기획자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행정에서 공간을 조성할 때, 기능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그 기능을 위해서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용, 운영할 것인지', '가능하게 하려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해요"

그는 '대부분 행정에서 조성한 청년공간의 실사용율이 굉장히 낮다'며 그 문제를 청년을 관념으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행정에 있다고 말한다. 청년에게 구직정보나 일자리, 공유오피스 등 물론 필요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조금 더 심도 있게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청년에게 필요한 공간. 이게 하나만 필요하겠어요? 다양한 쓰임과 요구가 반영된 공간이 필요한데, 왜 다들 기능적으로 접근하는지 모르겠어요. 건물을 지어놨으니 와서 사용하라는 옛날 방식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한편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 원의 기금을 확보한 바 있다. 확보한 기금을 이용해 함양군은 돌봄과 교육, 문화, 일자리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정공간 누이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누이센터 내부에 청년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글 싣는 순서]

1. 함양군이 처한 청년공간 부족의 문제
2. 청년의 놀이터를 만들다. 거창 '청춘창고'
3. 생활이 되는 공간으로 산청 '청소년 공간 명왕성'
4. 청년을 위한 네트워킹과 축제 '부안청년 UP센터'
5. 청년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공간 '삼척청년센터'
6. 청년공간, 청년이주정착의 발판으로! '완주의 다섯곳 청년공간'